[왜/어떻게] 글로벌 태양광 시대 선도하는 한화

사업 투자 6년 만에 글로벌 시장 장악…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눈앞 이익 떠나 태양광 설비 기증 등을 통해 친한경 정신 전파

영국 케임브리지 태양광 발전소. 사진=한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사람과 기업들을 보면 그 노하우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최고가 된 이들은 숱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세계파이낸스는 성공한 기업 또는 인물들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은 무엇인지, 그들만의 노하우와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왜/어떻게] 시리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세계 최대 규모의 태양광 제조업체인 한화가 유럽, 아시아 태평양, 아메리카, 아프리카 등 36개국 이상의 사업 네트워크를 통해 전 세계적에 태양광 셀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한화의 태양광 사업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오랜 숙원사업으로 김 회장 특유의 뚝심과 공격적인 투자 덕에 중추 사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김 회장은 시장 침체 등 각종 난관에 부딪혔을 때도 확고한 의지로 직원들을 다독이며 태양광 사업을 이끌어갔다. 현재 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남다른 애정갖고 공격적 투자…2015년 2분기 흑자전환

신재생에너지로 태양광 가치를 높이 평가한 김 회장은 2010년 중국의 솔라원파워홀딩스를 인수하면서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진출하게 된다.

2012년 4월 파산한 독일 기업 큐셀 인수를 통해 태양광 사업 확장을 꾀하던 한화는 당시 태양광 산업의 공급과잉으로 전 세계가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한화가 인수한 큐셀도 누적적자가 4600억원이 넘어설 정도였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에 굴하지 않고 과감한 투자를 이어간다.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불확실한 사업환경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해낼 수 있다' '꼭 해낸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추진해 나가야 한다"

김 회장은 직원들에게 "경기침체 여파로 태양광 관련 산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위기를 더 큰 기회로 삼을 수 있다"며 "태양광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은 장기적 시각에서 바라봐야 하며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나가자"고 강조했다.

당시 태양광 사업 실무를 담당하던 한화 담당자들은 태양광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업황이 나빠져 고심에 빠졌다. 앞으로의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기에 태양광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에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한화 관계자는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회장님의 강한 의지와 리더십이 직원들을 안심시켰고 꾸준히 투자하면 성과를 이룰 것이란 확신이 서서히 들었다"고 회상했다.

김 전무의 태양광 사업에 대한 의지도 직원들에게 큰 힘이 됐다. 김 전무는 저유가로 인해 태양광 사업이 부진한 상황이었지만  향후 시장 전망에 확신을 갖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태양광 사업을 키우는데 전념했다.

그는 "당장의 수익에 목매지 말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단행했다. 그는 다른 재벌가 후계자들과 달리 전문가에 가까운 판단 능력과 정보를 소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1년부터 2015년 1분기까지 연속 적자를 내던 태양광 사업은 2015년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3분기에는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거뒀다. 나스닥 상장 1년 만의 성과였다.

2015년 2월에는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이 '한화큐셀'로 통합해 셀 생산규모 기준 세계 1위 태양광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2016년에는 국내뿐만 아니라 터키 태양광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태양광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한화

◇ 친환경 실천에 동참하며 글로벌 시장서 인정받아

한화는 겉으로 드러나는 수주 실적보다는 태양광 설비 구축과 기증을 통한 친환경 사업 실천에 주력했다.  특히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유럽 등 전 세계에 태양광 에너지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알리는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한화가 전 세계에 태양광의 중요성과 효율성을 알린 대표적인 활동 중 하나가 다보스시에 태양광 모듈을 기증한 것이다. 한화큐셀은 2013년 2월 다보스포럼이 열리는 다보스 콩그레스센터 지붕에 640장의 모듈을 이용해 총 280kW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했다.

또 2011년 대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 동북지역의 학교에 태양광 발전설비를 기증했다. 사막화가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중국 닝샤자치구 링우시의 숲 조성을 위해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하기도 했다.

한화큐셀은 현재 총 8GW(올 상반기 기준)의 셀과 모듈 생산량을 보유하게 됐다.

이는 셀 기준으로 세계 1위다. 지역별로는 한국공장(진천)이 셀과 모듈 각 3.7GW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말레이시아 사이버자야 공장이 1.8GW, 중국 치둥 공장이 2.5GW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태양광 시장 전망은 앞으로도 밝다. 올해 세계 태양광 수요는 90GW, 2019년에는 100GW를 넘어서는 등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특히 중국 및 미국 등 'Big2' 시장의 수요가 여전히 견고하다. 인도·터키·동남아시아 등 신흥 시장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함에 따라 올 하반기 이후 세계 태양광 시장은 제2차 성장기에 진입할 전망이다.

한화큐셀은 기존 미국 중국 등의 시장 외에도 터키 등 제3의 태양광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회사인 리뉴파워와 공동으로 인도 현지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인도 중부의 텔랑가나주의 2개 지역에 총 148.8MW의 태양광 발전소를 건설했다. 또 인도 아다니그룹이 인도 남부의 타밀나두주에 건설하는 태양광 발전소에 70MW 모듈을 공급하고 있다.

또 한화는 태양광 업계의 신흥 시장으로 주목받는 멕시코 투자를 늘릴 계획이다. 멕시코는 일일 평균 일조량이 18MJ/㎡ 이상이고 일사량은 일일 6시간이다.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태양광 발전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멕시코 정부도 신재생에너지 육성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멕시코 정부는 발전량 기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24년 35%, 2050년 50%로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한화큐셀 진천공장 전경. 사진=한화

◇ 中 보조금 삭감 등 어려움 딛고 동남아시아·인도 등 대체 시장 공략

한화 태양광 사업은 최근 또다른 난관에 부딪혔다. 중국 정부가 태양광발전 보조금을 삭감하고 신규 프로젝트 허가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중국 국가 에너지 관리국은 지난 1일 신규 태양광 발전소 건설 중단, 보조금 축소 등의 내용을 담은 '태양광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중국 정부는 발표 즉시 중국 전역의 상업·발전 등 유틸리티 신규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보조금 지급과 건설을 중단했다. 태양광 발전차액지원(FIT) 보조금도 킬로와트시(kWh)당 0.05위안씩 추가 삭감했다.

분산형 태양광 발전은 올해 10기가와트(GW)까지만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미 그 이상을 설치한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보조금 지급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업계는 중국의 이같은 조치들이 한화의 태양광 수요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했다. 당초 올해 중국의 태양광 수요는 40~45GW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30~35GW 수준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월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수입 태양광 셀과 모듈에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긴급 수입제한조치)를 발표하면서 사업 환경이 악화된 바 있다.

한화는 이에 굴하지 않고 태양광 시장 1위 시장인 중국에 큐피크라는 퀀텀 셀 기술을 적용한 단결정 태양광 모듈을 출시할 계획이다. 출시에 앞서 한화큐셀은 지난달 말 세계 최대 태양광 전시회인 'SNEC'에 참여해 새 상품 및 고효율 태양광모듈 등 제품과 기술을 소개했다.

태양광 시장 2위인 미국에도 최대 규모의 태양광 모듈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약 2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가정용 전기량 수준인 1.6GW 규모의 이 공장은 한화큐셀코리아가 올해 착공해 내년 중 본격 생산에 나설 예정이다.

또 한화는 신시장 개척을 위해 중동 지역 중 아부다비를 세일즈 지역으로 선정했다. 중동뿐만 아니라 남미, 동남아 등 시장 다변화를 꾀하고자 올해 브라질과 동남아 국가 등 2곳을 추가해 총 16개국에서 태양광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국내에선 주유소 옥상 등 유휴 부지에 태양광 모듈을 공급할 예정이다. 주유소 태양광발전소는 주유소의 지붕, 옥상 등 유휴 부지를 활용해 국토 사용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한화 관계자는 "계획했던 물량을 수주하기 위해 동남아시아, 인도 등 대체 시장 수출에 주력할 방침"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방안을 계속해서 마련해 가겠다"고 말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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