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가 '52시간근무제'에 내놓은 고육책을 보니

'출퇴근시간 선택제·시차출퇴근제·퇴근시간 PC자동 오프제' 등 다양한 방법 검토
근로시간 조정 외 신규채용도 고심…생산현장인 공장은 어려움 겪을 것으로 예상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앞두고 산업계에서도 사전준비에 한창이다.

이미 근무시간 조정을 도입한 곳도 다수 있었으며 업계에 따라 탄력근무제, 시차출퇴근제등 다양한 대응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공장 등 생산현장은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가장 많은 어려움을 겪을 부서로 꼽혔다.

◇ 화장품·의류·가구 업계 다양한 대응방안 고심

노동집약 산업인 화장품과 의류, 가구 등 업체들은 사업장 등성에 맞게 다양한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화장품과 의류, 가구 업체들은 △퇴근시간 PC 자동 오프제 △출퇴근 시간 선택제 △시차출퇴근제 △집중 근로 등 사업장 및 직종별로 다양한 대응 방안을 도입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공장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본사 내근직 직원들은 유연근무제를 실시 중에 있다. 이들 직원은 오전 7~9시 사이에 30분 단위로 출근 시간을 자율 조정할 수 있다. 만약 오전 8시에 출근하면 오후 5시에 퇴근, 오전 9시에 출근한 직원은 오후 6시에 퇴근하는 방식이다.

아모레퍼시픽도 영업직이나 디자인 등 특별 업무 직원들은 단축 근무 시행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고 이달 한 달간 실태 점검을 거쳐 대응책을 만들 계획이다. 이 밖에 애경산업도 청양과 대전 두 곳의 생산 공장에 대해 근로시간 조정 방안을 찾는 중이다.

코스맥스는 지난 1일부터 출퇴근 수요 조사를 통해 사무직과 연구직을 대상으로 탄력 근무 시간제, 시차출퇴근제를 도입했다. 코스맥스는 또 화성 4개 공장의 경우 인건비 상승이 우려돼 생산성 향상 방안과 인력 채용을 동시에 검토할 예정이다.

◇ 패션·가구업계, 근로시간 단축 조기 시행

패션·가구 업체 중에는 이미 근로시간 단축 방안을 도입하고 시행중인 곳이 많다.

LF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제를 해오고 있으며 올해 초부터 자녀를 둔 여성근로자에 대해 탄력근무제를 도입했다.

한섬은 지난 4월부터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30분에 PC가 자동으로 꺼지는 오프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 밖에 탄력근무제도 검토중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년 전부터 출근 시간을 오전 8~10시에서 조정할 수 있는 플렉시블 근무제를 실시 중에 있다. 한세실업 역시 지난달부터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 30분까지 퇴근하는 방안을 시행중에 있다. 특히 중남미 등 해외 관련 부서는 현지와 시차를 고려해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를 시범적으로 실시중이다.

한샘은 지난해 12월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하고 오전 8시 출근, 오후 5시 퇴근제를 도입해 주 40시간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매장 근무 영업사원의 경우 탄력 근무 시간제를 실시 중이다. 이들은 주말 등 고객이 몰리는 때 집중적으로 근로하는 방식을 통해 근무시간을 조정할 수 있다. 또 임산부는 임신 전 기간에 걸쳐 6시간 단축 근무제와 PC오프제를 도입했다.

◇ 여행·관광업계는 사전준비 한창…신규채용 검토도

여행업계는 직원이 300명이 넘는 여행사가 몇 군데 되지 않아 오는 7월부터 영향을 받는 곳은 많지 않은 분위기다.

대신 24시간 근무하는 사람이 필요한 호텔·리조트·콘도업계는 특례업종에서 이번에 제외돼 법 적용을 내년 이후부터 받지만 벌써부터 주 40시간 근무를 하는 등 사전 준비에 한창이다.

한화호텔앤리조트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신규채용을 병행할 계획이다.

신라호텔의 경우 단축 시행 후 필요에 따라 추가 채용을 검토할 예정이다. 또 롯데호텔은 올해부터 단축을 적용받는 타기업들의 상황을 지켜보며 대응책을 강구한다는 방침이다.

에버랜드는 근무자별로 출근 시간을 조정하는 시차출근제를 도입했고 1~3개월 단위로 근무 일정을 짜주는 52시간 근무제 시행을 준비하고 있다.

카지노, 스키장, 골프장 등을 운영하는 하이원리조트는 성수기·비수기가 있는 업종 특성을 고려해 3개월 단위로 주당 평균 근로시간 40시간을 맞추는 탄력적 근로 시간대를 운영한다.

롯데월드는 현장 부족인원에 대해 신규 채용까지 고려하고 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법 준수를 위해 연장 근로 및 휴일 근로를 지양한다"며 "현재도 주 40시간 근무하고 있으며, 연장 근로가 필요할 시 12시간 이내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부서별로는 주당 최대 52시간 근무로 가장 어려움을 겪을 부서는 생산현장인 공장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다음달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기업 112곳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가장 애로를 많이 겪을 것으로 예상되는 부서(복수응답)는 72.3%(81곳)가 생산현장인 공장을 꼽았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해 기업들이 근로시간 유연화 등 생산성 향상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근로시간 단축이 연착륙하려면 노사가 협력하고 양보하면서 생산성 향상을 위해 매진해야 하고, 탄력적 근로시간제 단위기간을 선진국 수준으로 연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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