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요?] 아파트값 '진짜' 떨어졌나요?

8월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 전국의 3배
서울 일반아파트 가격 떨어진 적 없어…매주 0.21%씩 올라

사진=연합뉴스

하루에도 수많은 제품들이 쏟아지고 갖가지 서비스가 등장합니다. 정부 정책도 연일 발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제는 소비자와 국민들을 겨냥한 이들 제품과 서비스, 정책이 정말 유용하고 의미가 있는 것인지 정확히 가려내기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세계파이낸스는 기존 사용후기식 제품 비교에서 벗어나 제3자 입장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고 평가해보는 새로운 형태의 리뷰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수동적인 입장이 아니라 보다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입장의 [그래서요?] 시리즈를 통해 제품 ·서비스 ·정책의 실효성과 문제점 등을 심층 진단합니다.<편집자주>


현 정부가 출범한지 어느새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 기간동안 집값과 부동산 투기, 가계부채 증가세를 잡기 위한 '8·2 부동산 대책,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여러 굵직한 정부 대책이 발표됐는데요.

불과 몇달전까지만 하더라도 '어느 지역의 아파트가 몇달 새에 수억원 상승' 이라는 제목의 뉴스를 심심찮게 접할 수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조금 잠잠해진 모습입니다.

내집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의 입장에서는 집값이 얼마나 올랐으며 향후 전망이 어떻고, 하락한다면 앞으로 어느 정도 떨어질 지 등이 가장 중요한 관심사일텐데요. 만약 집값이 더 오른다면 지금이라도 내집마련을 서둘러야 하고  아니라면 조금 더 가격이 떨어질 때를 기다려야 하기 때문일 겁니다.

서울 집값의 오름폭이 꺾였다고 하는데요, 과연 지난 1여년 동안 가격 추이는 어땠는지 부동산 대책은 얼마나 효과적이었는지 등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자료=한국감정원

◇ 부동산 대책 이후에도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여전

부동산 시세를 집계하는 기관은 크게 공공기관인 한국감정원, 사설업체로는 KB부동산과 부동산114 등이 있는데요.

먼저 한국감정원의 시세를 보면 지난해 5월 기준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억8478만원이었습니다.

올해 4월에는 3억2024만으로 집계됐으니, 전국 평균적으로는 올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첫번째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8월 이후에는 어땠는지 함께 살펴볼요?

지난해 8월 전국 아파트 평균매매가격은 2억8776만원입니다. 올해 4월까지 8개월동안 약 3248만원 가량이 올랐네요.

지난해 8·2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25개구가 투기과열지구 및 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된 서울은 얼마나 올랐을까요?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8월 5억8281만원에서 올해 4월 6억9367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상승액으로는 1억1086만원이며 전국 평균치와 비교하면 약 3배가량 더 많습니다. 특히 10월에서 11월로 넘어가는 한 달 동안은 5억8751만원에서 6억5990만원으로 약 7000만원 가량 급등했습니다.

수도권 역시 지난해 8월 3억8808만원에서 올해 4월 4억4229만원으로 전국 평균치를 웃돌았습니다.

이처럼 부동산 대책이 잇따라 발표됐음에도 집값이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는데요.

이런 추세는 부동산114의 자료를 봐도 비슷합니다.

지난해 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 서울 일반아파트는 한번도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부동산114가 1주일마다 아파트 매매가격을 집계하기 때문에 매주 조금씩이라도 아파트값이 오르기만 했다는 뜻인데요. 주간 평균 상승률은 0.21%였습니다. 해석하면 1주일이 지날때마다 아파트값이 전주보다 0.21%씩 올랐다는 뜻입니다.

재건축 단지로 범위를 좁혀볼까요?

지난해 8월 이후 재건축 단지는 3차례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했습니다. 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8월 11일 -0.25% △8월 18일 -0.16% △9월 1일 -0.12% 입니다. 나머지 기간은 모두 상승변동률을 보였습니다. 가장 많이 올랐을 때는 올해 1월 12일자로 집계된 1.17% 입니다.

지난해 8월 이후 42주 동안 집값이 오른 것으로 집계된 것은 34번, 떨어진 것으로 집계된 것은 8번입니다. 주간 평균 상승률은 0.29%입니다. 결론적으로 재건축 단지 역시 지난해 8월 이후 매주 0.29%씩 올랐다는 뜻입니다.

한편 올해 4월부터는 다주택자를 대상으로 정부가 양도소득세 중과를 실시했는데요. 이에따라 서울 재건축 단지들도 4월 27일 이후 5주 연속 마이너스 변동률을 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KB부동산의 데이터입니다. KB부동산은 분기별로 표기돼 있는데요. 8월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지난해 3분기부터 비교해보겠습니다.

지난해 3분기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당 616만원이었지만 올해 2분기에는 705만원으로 올랐습니다. 이를 평당(3.3㎡)가격으로 바꿔볼까요?

지난해 3분기는 2033만원, 올해 2분기는 2327만원입니다. 평당 약 300만원 가량 올랐습니다.

◇ 최근 부동산시장 악재로 주춤…지방 아파트값은 평균치 밑돌아

한편 최근 지방에서는 일부 지역에서 조선업 침체, 공급과잉 등으로 조금 다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는데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권 아파트 매매가격은 지난해 5월 1억9227만원에서 올해 4월 2억454만원으로 전국평균 상승률,과 수도권 평균상승률보다 낮은 변동률을 보였습니다. 1년동안 오른 가격은 1227만원 가량입니다.

8월 부동산 대책 이후만 놓고 보면 1억9250만원에서 2억454만원으로 1204만원 상승했습니다.

즉 결과적으로 지난 8개월여 동안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값은 전국 평균치보다 상승폭이 가팔랐으며 지방은 전국 평균치에 못미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여러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이후에도 서울 집값의 변동률에는 크게 영향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오히려 상승폭이 가팔라졌습니다. 실제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올해 4월까지 서울 아파트값은 월평균 1385만원씩 상승했습니다. 그 전(2017년 5월~8월)에는 월 평균 417만원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전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영향도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근 잇따라 내놓은 정책들이 그동안 늘어난 가계부채와 높아진 집값을 잡는데는 어느정도 영향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8·2대책을 통해 이전 정부의 '부동산 3법' 개정 이후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주택가격에 대해 응급조치는 취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대책 이후인 2017년 하반기의 매매가 상승률은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강남구와 서초구 등 서울 다수의 구에서 상반기 대비 낮아졌는데 이는 8·2 대책이 어느 정도 주택 가격 안정에 영향을 미쳤음을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그동안 발표된 여러 부동산 정책들의 풍선효과도 감지되는 분위기입니다. 서울 등 인기지역의 쏠림현상이 관측됐기 때문입니다. 서울 청약시장 역시 지난 3월과 4월 50대 1, 80대 1 등 수십대 1에 육박하는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들이 나왔습니다.

김인만 부동산연구소 소장도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 인기지역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이유는 시장의 같은 현상을 보고 듣더라도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해 받아들이는 '규제의 역설'로 해석할 수 있다"며 "대출규제와 양도세 중과 등 규제강화로 여러채 보유가 부담스러워지면서 시장은 인기지역의 한채로 눈을 돌리는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김 소장은 "다행히 최근에는 급등한 가격에 대한 피로감과 금리인상, 입주물량 증가, 전세가격 약세 등 여러 부정적인 요인들의 증가로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인기지역 집값은 여전히 불안한 양상이고 지방은 침체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지역별 양극화는 더 심화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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