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근로시간 단축 앞두고 '진통'…보완책은?

품질저하·안전사고·해외건설 경쟁력 악화 등 부작용 우려

사진=연합뉴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건설업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는 일괄적인 근로시간 단축이 공사기간을 지켜야 하는 업계의 실정과 맞지 않고 해외건설현장 등 예외사례도 있어 유예기간 적용이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도입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7월부터 주당 근로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된다.

지금까지는 평일 근무 40시간, 평일 연장 근무 12시간, 휴일 근무 16시간을 합한 68시간까지 근무가 가능했지만 앞으로는 최대 근무시간이 평일 40시간, 연장 12시간을 합한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게 된다.

이를 어길 경우는 근로자의 요청에 의해 초과근무를 하는 경우라도 사용자가 처벌받을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건설업계에서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업계의 실정과 맞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공사기간을 지켜야 하는 건설업 특성상 품질저하, 안전사고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고 계절적 영향을 받아 불가피하게 추가 근무가 있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도로터널공사의 29%, 공동주택공사의 30%는 공사기간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해외건설공사의 경우 자칫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해 수주경쟁력이 악화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해외현장은 현지국의 근로관계 법령과 계약조건을 따르는 경우가 많고 폭염, 우기 등 계절적인 여건이 국내 공사현장보다 열악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보완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 등 관계기관에 제출했다.

가장 시급한 과제는 근로시간단축을 반영한 적정 공사비 산정이다.  최은정 건설산업 연구원은 "향후 발주되는 공사에서는 근로 시간 단축을 반영한 적정공사비 산정이 이뤄져야 하며, 현재 진행 중인 공사에 대해서는 회계 예규 실비 산정 기준의 보완을 통해 실제 증가하는 비용을 보전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며 "이 밖에 해외 건설 현장 근로자의 경우 근로 시간 단축 적용 제외 대상으로 분류해볼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는 방법도 거론되고 있다. 특정한 기간에 전체 평균 근로시간이 법정 근로시간을 넘지 않을 경우 주당 근로시간은 법정 근로시간을 넘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최 연구원은 "건설현장은 계절, 날씨 변화 등에 의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연간 단위의 탄력적인 근무제 도입을 허용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건설업계에 유예기간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의 경우 최근 근로 방식을 개혁하면서 건설근로자에게 5년의 유예기간을 부여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에서는 우선 개정안을 시행한 이후 부작용을 고쳐나가자는 입장이어서 진통도 예상된다.

손병석 국토교통부 1차관은 이달 열린 '근로시간 단축 관련 건설업계 간담회'에서 "일단 건설현장도 예외없이 적용할 것"이라며 "정부도 근로시간 단축이 건설업계에 지나친 부담을 초래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하면서 조속한 제도 정착을 위해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에는 공감하지만 건설산업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을 경우 근로시간 단축으로 인한 현장 혼란 및 안전사고 우려 등 부작용이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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