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 절반이 적자…보은 인사에 '책임 경영' 실종

35개 종속법인 중 16개 법인 실적 뒷걸음질 …해외법인 상당수도 부실
KT 핵심사업도 부진·이사회 거수기 역할…스튜어드십 강화 목소리 높아

KT 종속기업.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KT 자회사 절반이 올 1분기에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대표 자리를 KT 출신 임원들이 꿰차는 코드·보은인사가 만연하면서 책임경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여기에 이를 견제할만한 제도적인 장치마저 마련돼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올 1분기 KT의 35개 종속법인(해외 법인 포함) 중 16개 법인이 적자를 기록했다.

종속법인 중 알뜰폰 업체인 케이티엠모바일은 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101억원보다는 축소됐지만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해저케이블 기업 케이티서브마린도 7억5000만원, 보안기업 케이티텔레캅도 7억원에 가까운 적자였다. 모바일 기프트 사업을 하는 케이티엠하우스는 올 1분기 23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해외 통신업 진출을 위해 해외 법인들을 설립했지만 상황은 마찬가지다.
 
KT 르완다 법인(KTRN)은 올 1분기 60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전년 1분기에도 41억원 손실이었다.

KTRN은 2013년 사업 개시 이후 올 1분기까지 총 1090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중이다. KTRN은 전임 이석채 회장 때인 2013년 KT와 르완다 정부가 각각 51%, 49%의 지분을 출자해 출범한 회사다.  오는 2038년까지 KT가 르완다 LTE 사업 독점권을 가진다.  황창규 회장도 KTRN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일본, 중국법인 등 해외법인 상당수도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고 못하고 있다.

이같은 자회사들의 적자 배경으로 KT의 허술한 인사 시스템이 지목되고 있다. 자회사 경영진은 전문 경영인이 아닌 대부분 KT출신들이 은퇴하기 전 예우차원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케이티엠하우스 조훈 대표는 KT 그룹전략담당 상무 출신이다.  케이티엠모바일 대표는 박종진 전 KT 충북고객본부장이 맡고 있다.  케이티서브마린 이철규 대표는 직전에 KT 전무로 일했었고 케이티텔레캅 엄주옥 대표는 전에 KT 파워텔 대표를 지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부문장급 이상 직위를 지낸 인사는 회사를 떠나기 전 자회사 주요 보직을 맡게끔 하는 것이 관례"라고 말했다. 이렇다보니 자회사 적자를 시정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자리를 유지하는 식의 허술한 인사관행이 지속되고 있다.

이같은 문제를 이사회가 견제해야 하지만 거수기 역할에 그치고 있다.  2014년 1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총 40번의 이사회에서 152건의 안건이 모두 가결됐다.

1분기 적자를 기록한 KT 종속기업. 자료=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


◇ 낙하산 인사들의 경영전횡, 기업 성장 발목
 
전현직 낙하산 수장들의 경영 전횡은 KT의 미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전임 이석채 회장은 권력형 낙하산의 전형으로 불린다. 이명박 정부 관료 출신인 이 전 회장은 재임기간 불법·비리 경영, 노동탄압 논란 등 갖가기 문제가 불거졌다.

이 전 회장은 3019억원을 들여 제작한 국가 전략물자인 무궁화 3호 위성을 지난 2011년 정부 모르게 홍콩 ABS사에 단돈 5억원에 불법으로 매각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배임과 비자금 혐의에 대한 검찰수사로 받고 사임했다.

이사회는 이 과정을 전혀 견제하지 못했다. 결국 2013년 KT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80%나 급감했고 차기 황창규 회장은 2014년 1월 취임하자 구조조정을 단행해 8300명을 희망퇴직 형식으로 내보냈다.

황창규 회장 역시 박근혜 정부 코드 인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황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으로부터 광고, 스포츠 전문가들에 대한 취업 청탁을 받아 교체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황 회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다.

황 회장은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현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 90여명에게 KT 법인자금을 불법 후원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4월 황창규 회장이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본청에서 정치자금법 위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 "CEO 독단 경영 막아라" 견제 장치 필요


KT의 핵심사업도 하락세가 뚜렷해 돌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

KT의 무선매출은 2016년 1분기 1조8510억원, 2017년 1분기 1조7940억원, 올 1분기 1조7410억원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다. 유선매출도 같은 기간 1조2790억원, 1조2540억원, 1조1990억원으로 감소추세다.

KT와 타 이동통신사들은 5G망 투자 부담에다  통신비 인하 압박 등 여러 악조건과 맞서 싸워야 하는 처지다.

황 회장의 교체 가능성도 내부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CEO 교체 가능성이 언론에서 끊이지 않는 등 경영진 교체 가능성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 강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연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율지침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는 CEO의 독단을 막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이 KT 경영에 직접 참여해 의결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KT 새 노조는 노동이사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새 노조 관계자는 "노동이사제를 도입해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 및 감사위원회에 참여하도록 하고 소비자대표도 이사회 구성에 포함해 불법경영을 차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