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어떻게] 경남은행, 기술금융 강자로 '우뚝'

공학박사로 기술평가팀 조직…전문성 통한 심사에 컨설팅까지
KPI에 기술금융 반영…지역 사회와 제휴 확대도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사람과 기업들을 보면 그 노하우와 비결이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최고라는 타이틀은 우연히 얻어지는 것이 아닐 것이다. 최고가 된 이들은 숱한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갖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 지금의 모습을 갖게 됐다. 

세계파이낸스는 성공한 기업 또는 인물들의 성공을 위한 밑거름은 무엇인지, 그들만의 노하우와 비결은 무엇이었는지 [왜/어떻게] 시리즈를 통해 들여다본다. <편집자주>

#. 경남 창원시에 위치한 한 방산업체는 과거 사업장 마련을 두고 고민했다. 매년 납품물량이 늘어 매출액은 증가하고 있었음에도 임차해 사용 중인 사업장이 협소해 추가적인 매출을 늘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가 공장 매입·조성이 시급했지만 시중은행으로부터 대출을 받는 데엔 실패했다. 이 회사는 경남은행의 문을 두드렸고 기술력과 연성정보 위주의 심사를 통해 약 12억 원의 대출을 받는 데 성공했다. 기술금융을 통한 대출로 적기에 자가생산시설을 갖춘 덕에 이 회사는 이전보다 높은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BNK경남은행이 기술금융 선도은행으로서의 위상을 다져나가고 있다. 기술금융 실적평가가 도입된 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더니 2016년 하반기와 지난해 하반기 기술금융 실적평가(TECH)에선 당당히 1위에 올랐다.

기술금융은 담보가 부족하더라도 기술력을 평가해 금융을 지원하는 것으로 금융의 흐름이 생산의 영역으로 흘러가도록 하자는 취지다. 중소·벤처기업으로선 가뭄 속 단비다. 이는 최근 금융권에서 불고 있는 생산적·포용적 금융 기조와도 맞아떨어진다. 이 은행은 기술금융의 이해도가 높은 공학박사를 채용하고 전용상품을 출시하는 등 기술금융 활성화에 공들이고 있다.

◇지방銀 중 기술금융 최고…누적대출액 3조 훌쩍

지난달 금융위원회는 2017년 하반기 기술금융 실적평가 결과 경남은행이 지방은행그룹(소형은행그룹)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은 이번 평가에서 75.8점(100점 만점)을 얻어 2위인 대구은행(65.4점)을 큰 점수차로 따돌렸다. 소형은행그룹 평균(55.2점) 보다도 월등히 점수가 높다.

자료=금융위원회


경남은행은 금융위로부터 은행 자체 기술금융 '레벨3' 상향(종전 '레벨2')도 승인받았다. 소형은행의 경우 기술금융 전문인력을 7명 이상 보유하고 80점 이상인 평가서 비중이 80%를 넘어야 하는 요건을 갖춰야만 레벨 3을 부여받을 수 있는데, 경남은행은 해당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 이로써 경남은행은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TCB대출 금액이 전체의 50%(종전 20%)로 늘어났다. 금융위 관계자는 "경남은행이 대출규모, 투자규모, 지원역량 등 여러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해 타 소형은행 대비 높은 점수를 획득했다"고 밝혔다.

경남은행의 기술금융 대출규모는 이미 3조 원을 넘어섰다. 경남은행이 지난 2014년 하반기부터 2017년 하반기(12월말 기준)까지 취급한 기술신용대출 누적 지원액은 3조 3766억 원에 이른다. 누적 지원건수는 기준으로도 7653건에 달한다. 경남은행은 이 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말엔 대통령표창까지 수상했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경남은행은 29개 지자체 등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중소기업 전용금융상품을 개발했다"며 "지역밀착금융으로지역 중소기업의 호평을 받았다"고 평가했다.

◇공학박사가 심사…중기 컨설팅도 병행

경남은행의 기술금융에 대한 의지는 인적 구성에서 엿볼 수 있다. 경남은행은 지난 2015년 각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춘 공학박사로 구성된 기술평가팀을 꾸렸다. 화학공학·바이오나노·전자공항·영상처리·기계학습·플라즈마·금속공학·재료공학 등 전문분야도 다양하다. 현재 이 조직은 리스크관리본부 산하 신용평가부의 한 부서로 공학박사 7명이 기술금융을 실행하고 있다.

이 같은 '전문가'들이 단순히 대출실행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술력 평가만 하는 건 아니다. 공학박사 출신 기술심사역들은 중소기업 현장을 방문해 경제·산업 동향 등에 대한 질높은 전문 컨설팅까지 제공한다. 대기업에 견줘 정보수집능력이 열위인 데다 외부컨설팅 전문업체를 찾는 게 부담인 중소기업들은 전문 심사역들의 컨설팅이 무엇보다도 유익하다.

기술금융 심사. 사진=경남은행


경남은행은 기술금융을 확산하기 위해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도 이공계 출신의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고 있다. 또 모든 영업점에 기술금융 담당자를 지정해 기술금융 지원업무의 접근성과 전문성도 높였다. 경남은행 관계자는 "기술금융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기술평가팀 내 공학박사를 추가로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용 상품상품 출시…기술금융 KPI반영도

경남은행은 기술창조우수기업대출과 클러스터기업대출 등 관련 금융상품을 개발해 기술금융 지원 효율성도 높였다. 지난 2014년 출시된 기술창조우수기업대출은 기술력이 우수한 정밀신용등급 BB+(8)등급 이상인 중소·중견기업에 최대 50억 원의 시설자금과 운전자금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총한도는 1000억 원 규모다.

이듬에 12월 내놓은 '클러스터기업대출'도 기업의 기술력을 감안해 대출을 실행했다. 이 상품의 대출규모는 5000억 원으로 기계융합소재산업·지능형기계시스템산업·항공우주산업·첨단나노융합산업·조선해양플랜트산업·항노화바이오산업 등 경남미래 50년 핵심전략산업과 자동차부품산업·축전지산업 등 울산광역시 주력산업 관련 기업에 금융을 지원했다.

지난 2014년 경남은행과 창원시 간 기술금융 지원협약 체결식. 사진=경남은행


이 밖에 경남은행은 부산·울산·경남지역의  지방자치단체와 기술보증기금 및 신용보증기금 등 대외기관과 기술금융 지원 협약을 잇따라 체결하며 기술력이 우수한 중소기업 발굴은 물론 지원폭까지 넓혀나가고 있다.

기술금융의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조직업적평가지표(KPI)에 기술금융 실적도 반영한 점도 관심을 끈다. 현재 경남은행은 1000점 만점인 KPI에서 기술금융잔액(10점),  기술금융신용잔액(10점), 기술금융신규차주수(10점) 등 세 항목을 반영하고 있다. 전병도 경남은행 여신기획부 부장은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담보력이 부족해 금융지원을 받지 못하는 지역 중소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지원할 것"이라며 "기술금융 선도은행의 입지를 다져나가기 위해 기술금융이 안정적으로 정착·확산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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