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인사작업 지지부진…어정쩡한 금융공기업

일부 금융공기업 차기인선 작업 지연…공고조차 내지 못한 곳도
사의표명 상태에서 근무하기도…업무추진 차질· 분위기 어수선

 

황록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김규옥 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곽범국 예금보험공사 사장. 사진=각 사

일부 금융공기업 기관장 인사가 지연되면서 업무 추진에 상당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임기종료가 코앞인데도 공고조차 내지 못한 곳이 있는가 하면 후임자가 정해지지 않는 바람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사의를 표명한 상태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수장도 있다. 

 

이같이 어정쩡한 상태가 지속되면서 연초 세운 주요 사업들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고 경영공백 장기화로 인해 내부 분위기도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윤석헌 금융감독원장 선임 이후 금융 공기업 기관장 인사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여전히 차기 인선 작업이 지지부진한 상태다.

 

황록 신보 이사장은 지난 2월 돌연 사의를 표명했지만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가 마무리되지 못하면서 종전과 같이 근무를 하고 있다.   

 

신보는 현재 두 번째 차기 이사장 공모를 진행중이다.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서 추천한 인사들의 명단이 금융위원회로 넘어간 뒤 금융위에서 청와대 제청을 마친 상태다. 지난 2월 중순부터 3월까지 진행된 공모에는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과 신보 내부 인사들이 지원했지만 임추위가 추천한 4명의 인사가 청와대 검증을 통과하지 못해 모두 낙마했다.

 

이사장 선임 건 외에  전무이사 1명과 이사 2명에 대한 재신임 절차도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이들에 대한 재신임 여부는 차기 이사장 선임이 마무리돼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규옥 기보 이사장은 구설수에 휘말려 지난 4월말 보직해임됐다. 곽범국 예보 사장은 이달 말 임기가 종료된다.

 

하지만 기보와 예보 모두 차기 수장 공고 조차 내지 못한 상태다. 기보의 경우 임추위를 구성한 후 모집공고를 내면 임추위에서 3명 내외의 최종 후보군을 추려 중소벤처기업부에 보고한 후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예보 역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같은 방식으로 임명된다.

 

해당 금융공기업은 차질없이 원활한 업무가 진행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임기종료를 목전에 두고 있거나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에선 제대로 된 업무 추진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공기업의 경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관부처와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를 밟는다. 하지만 유관기관이나 금융당국에서 이같은 절차를 늦게 진행할 경우 해당 공기업은 손을 쓸 도리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한 금융공기업 관계자는 "유관부서나 금융당국과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돼야 하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면서 "금융당국에 이같은 요구를 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무작정 기다리는 수밖에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둘러 금융공기업 인사를 하지 않으면서 애매한 중간관리자만 내보내려고 한다는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권의 회망퇴직과 관련,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도 적극적으로 하도록 권장하겠다"면서 "금융공기업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금융공기업에서 퇴직금 많이 줘서 희망퇴직하면 10명 퇴직 때 7명 젊은 사람 채용할 수 있다"고 신규 채용을 독려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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