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권과 부동산 정책, 그리고 세금폭탄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
“집값 떨어지게 왜 이래?”라는 말을 요즘 실생활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적으로 접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많이 듣게 된다.

그만큼 주택가격의 변동은 우리 삶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집값은 떨어지지 않고 오르기만 하는 것이 좋을까? 물론 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내리는 것보다 오르는 것이 좋을 것이고 여러 채를 갖고 있다면 더더욱 그러할 것이다.

반대로 집이 없는 사람들은 집값이 떨어지길 원하고 자기가 매입한 후부터는 다시 오르기를 바랄 것이다.

최근 정부가 주택 가격 급등을 막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면서 부동산 특히 주택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다만 이와 함께 여러 부작용도 여럿 나타나고 있다.

강남에서 시작된 가격 상승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 상황에서 전국적인 확산을 막기 위해 계속 강도 높은 정책들이 연이어 터져 나온 탓에 부작용으로 연결된 것이다.

며칠 전 이야기를 나눴던 노부부의 푸념도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부작용의 하나다. 이 노부부는 요즘 부동산 투기라는 말이 자주 들리고 집이 있는 사람을 마치 죄인 취급하는 뉴스를 보는 것이 불쾌하게 느껴진다고 한다.

젊은 시절 밤낮 없이 수십년간 열심히 일해 알뜰히 모은 돈으로 대출까지 받아 마련한 집이다. 그런데 부동산 투기로 오해 받고 거기에 더해 보유세까지 큰 폭으로 인상할 것이라는 뉴스가 뜨자 별다른 추가 소득이 없는 노부부에게는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

예측 가능한 범위의 세금 인상은 수긍이 가지만 갑자기 세율 몇십%의 상승은 감당하기 힘든 탓이다.

이전 정부에서 경기부진과 함께 부동산 거래가 심각하게 줄자 “대출 받아 집을 사면 좋아질 것”이라며 부동산 매입을 장려한지 몇 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경기 회복 및 저금리가 맞물리며 집값이 폭등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새 정부에서는 정반대의 정책을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가격 급변동을 제어하는 관리는 분명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급등 추세 자체에 겁을 먹거나 너무 가격이 높다는 부담감 때문에 대중들에게 보여주기식 대책을 펼치는 것은 선량한 피해자를 만들 수 있다.

집값 상승이 두려워 세금을 올린다면 일부 투기대상이 쏠리는 곳에만 세금을 부과해야 할 것이다. 이 노부부처럼 투기하고는 무관하게 살아온 많은 사람들에게, 집값이 올랐다고 집 한 귀퉁이를 잘라 쓸 수도 없는 상황에서 급격하게 세금을 올리는 것은 피해야 할 부분이다.

물론 정책을 펼칠 때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기는 힘들 것이다. 특히나 지금처럼 다양한 요구와 복잡한 상황 하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일정한 프레임에 맞춰 정책을 펴면서 최대한 다수를 만족시키는 정책을 하려고 노력할 것 같다.

그러나 다수를 만족시킨다고 해서 그 정책이 반드시 올바른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

몇 년 전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던 연말정산에서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바꾸면서 저소득층이 많은 혜택을 입었다. 그 반대로 고소득군은 세금이 늘었는데 자세히 보면 일부 특정 소득구간에 있던 근로자들의 세율의 급등 폭이 매우 컸었다.

그보다 높은 소득군도 상승금액은 컸지만 상승비율에서는 이 특정구간의 상승폭에 못 미쳤다. 결국 모두에게 공정한 정책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노부부에게는 상속까지 준비하는 마음으로 사모님께 증여세 면세한도 범위에서 주택의 지분을 증여하는 것을 권유했다. 물론 보유세는 줄지 않고 등기비용도 발생하지만 고가주택에 해당되는 수준에서 과세표준이 높아지는 경우 종부세 부담도 더해질 수 있어 미리 대처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고 본 것이다.

다주택자의 경우 최근 자녀에게 증여를 하거나 임대사업자 등록도 크게 늘어난 현상도 여러 세금을 피하기 위한 방편이 되고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주택의 거래는 팔고 싶을 때 적당한 가격에 팔 수 있고 사고 싶을 때 적당한 가격에 살 수 있어야 한다. 자산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주택의 가격 변동이 없어야 좋은 건 아니다. 일반적인 물가 상승률 정도로 오를 때 미래의 예측 가능성과 자산가치 유지의 측면에서 사는 사람이나 파는 사람 모두 부담이 없고 거래도 활발해질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수요와 공급이 비슷하고 주택의 질이 상향평준화된 상태에서 가능하다. 지금처럼 만성적으로 수요 초과인 상태에서 주변 여건까지 훌륭한 곳에 사람들의 시선이 몰리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시중에 자금이 풍부해지면 언제나 가격이 튀어 오를 요인이 바닥에 깔려 있는 것이다.

큰 폭으로 오른 세금이 벌금에 그치지 말고 다양한 곳에 좋은 주거공간을 마련해 미래에는 선량한 가족들이 세금폭탄을 걱정하지 않는 좋은 정책의 바탕이 되길 바란다. 

<김연준 KEB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 PB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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