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카카오택시, "시장 잡았으니 이제는 이익 챙길 때죠?"

 



카카오택시 부분 유료화 정책이 시행하기도 전부터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웃돈을 더주면 가까운 택시를 호출해 배차 간격을 좁혀주고 더 많은 웃돈을 주면 즉시 배차해준다는게 요지다.

카카오택시는 기존 콜택시 대비 콜비용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한 귀가를 돕는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카카오택시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같은 부분 유료화 전략은 닷컴 기업들이 통상 해왔던 선(先) 고객 유치 후(後) 수익 도모 전략의 일환이다. 이런 전략은 초반 거센 반발을 겪으면서 훌륭한 콘텐츠는 살아 남고 경쟁에서 밀린 콘텐츠는 외면을 받는 준엄한 시장 논리에 평가를 받는다.

시장주의자들은 이번 카카오택시의 부분 유료화 전략에 대해 기업의 자율적인 결정이며 시장의 논리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다. 재화나 상품에 합당한 가치를 지불하려는 사람들이 많으면 가격은 올라가게 돼있으니 이전 닷컴 기업들처럼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내용이다.

일견 맞는듯 보이지만 여론이 분노하는 이유는 택시라는 재화의 개념 차이에서 비롯된다.

택시는 버스, 지하철 등과 같은 공공재에 속한다. 차이가 있다면 좀 더 편리한테 반해 가격이 상대적으로 비싸다는 점이다.

공공재는 시장의 가격 원리가 적용될 수 없고 그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도 재화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비배제성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또 일반적인 재화나 서비스는 사람들이 이것을 소비하면 다른 사람이 소비할 기회를 줄여 사람들 사이의 경합관계에 놓이게 되지만 공공재는 사람들이 소비를 위해 서로 경합할 필요가 없는 비경쟁성의 속성도 가지고 있다.

즉 공공재를 사용하는데 있어 사람들이 경쟁하게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공공재를 배분하는 방법으로 '줄을 서는 것'을 오랫동안 미덕으로 여기며 시행해왔다.

카카오택시는 이러한 사람들의 암묵적인 약속을 프리미엄 서비스인 것처럼 포장한 정책으로 깨트리려고 하고 있다는데 여론은 분노한다.

세계파이낸스 장영일 기자
공공재엔 프리미엄 서비스가 존재할 수 없다. 카카오가 제공하는 이번 차별화 서비스는 프리미엄 서비스라고도 할 수 없다. 공항에서 비즈니스석이나 1등석에 타는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 티켓팅 대기열을 줄여주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그들은 같은 비행기를 타지만 서비스가 다른 좌석에 굉장히 높은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이다. 웃돈을 더 주면 혼잡한 버스에서 앉을 수 있게 해주겠는가? 우리의 공공재는 점점 일반적인 재화나 서비스로 변질돼 돈이 없는 사람들은 점차 배제될 가능성이 높다.

수익 연결에 어려움을 겪는 카카오택시가 일괄적으로 콜비용을 걷거나, 모범 택시를 배차하는 방식을 택했다면 시민들이 느끼는 지금과 같은 '괘씸함'은 덜했을 것 같다.

더욱이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요금을 인상하려 한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미 콜택시 시장이라는 골목상권을 몰아낸 카카오모빌리티가 이같은 웃돈 시스템을 적용할 경우 결국 택시를 이용하는 비용이 상승할 것으로 우려된다.

택시비도 곧 오를 예정이다. 여기에 주요 지역이 아니면 잘 잡히지 않는 택시를 위해 웃돈까지 지불해야 하는 시민들의 고충을 진정으로 고민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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