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페어플레이'가 상식이 되는 사회

세계파이낸스 장영일 기자
최근 강원랜드, 금융감독원 등 공공기관과 은행권 채용비리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학벌로 뽑는게 무슨 문제냐'  '왜 우리만 가지고 그러느냐'는 등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더욱이 국가가 사기업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기사들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도 들었다. 이번 채용 비리의 본질은 채용 방식이 출발부터 공정하지 못했고, 과정은 불투명했다는 것이다.

새 정부 들어 이같은 채용 적폐를 도려내겠다고 하니 반발도 거센것 같다. '나하나 잡는다고 세상이 바뀔줄 아나!.'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이러한 대사가 요즘 들어 더욱더 쓰게 느껴진다.

민주적인 법과 제도가 반 백년 만에 빠르게 정착중이다. 하지만 의식은 제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부 국민들의 의식은 아직 봉건 왕조, 일제, 독재 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그 원인은 전근대적인 학교 교육에 있다고 본다. 경쟁과 서열을 조장하는 학교 체계는 학생들에게 초·중·고 12년 내내 양극화, 신분사회를 깨닫게 해준다.

청년들이 체념하고 단념하는 사회는 활력을 잃게 된다. 양극화 사회에서 기득권의 특권의식은 자연스레 부패로 연결된다. 부패는 민란을 초래하거나 외세의 개입으로 이어져 국가의 명운을 빠르게 소진시킨다는 것을 역사를 통해 배웠다.

작년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137개 국가중에서 정책결정의 투명성(98위), 정치인에 대한 공공의 신뢰(90위), 기업 경영윤리(90위), 기업 이사회의 유효성(109위) 등 공정·윤리적인 면에서 최하위 수준에 그쳤다.

4차 산업 혁명, 인공 지능의 발달로 인한 실업, 양극화는 한국 경제에 위협요인으로 다가온다. 선진국으로 가느냐 신흥국에 남느냐는 기로에서 한국 경제가 재추진력을 갖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는 인식이 우선돼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사전 리셉션에서 "선수들의 공정한 경쟁이 다시 일상의 확고한 상식으로 스며들 수 있게 우리 모두 힘과 지혜를 모아나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불공정성은 필히 척결해야 할 적폐다.  공정한 제도와 경쟁 속에서 결과에 승복하는 '페어플레이' 정신만이 기로에 선 대한민국을 살릴 수 있다. 제도와 절차를 준수하면서 본인의 역량을 드높이는 고차원적인 도덕성이 절실히 요구된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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