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호승 GS리테일 팀장 "'심플리쿡'으로 밀키트 개척"

장보는 시간 없이도 특별식 '뚝딱'…식재료 낭비 최소화
"상품·배송 개선해 수준높은 밀키트 제공할 것"

  

양호승 GS리테일 밀킷팀장이 '심플리쿡'을 들어보이고 있다. 양 팀장은 "심플리쿡이 장을 보고 요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 획기적인 서비스"라고 말했다. 사진=GS리테일

GS리테일이 간편조리세트(밀키트 : Meal kit) 브랜드 '심플리쿡'을 내놨다. 심플리쿡은 편의점, 수퍼마켓 및 호텔 등 다양한 업태를 운영하는 이 회사의 노하우를 모두 녹여냈다.

밀키트는 요리에 필요한 식재료를 밑손질한 상태로 정량만큼 포장해 제공하는 서비스다. 장보는 데 드는 노력 없이도 소비자들은 레시피를 보고 준비된 식재료를 그대로 조리하기만 하면 된다. 최근 들어 일부 선진국을 중심으로 관련 시장이 커가는 추세다. 

세계파이낸스는 12일 서울 역삼동 GS리테일 본사에서 심플리쿡 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양호승 밀킷팀장(사진)을 인터뷰했다. 양 팀장은 냉장·냉동·빵·김밥·도시락까지 11년 간 먹거리 분야에서 MD로 활동한 인물이다. 

양 팀장은 "심플리쿡은 장을 보고 요리하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인 획기적인 서비스"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이어 "상품과 배송시스템을 개선해 소비자들에게 '요리의 즐거움'을 제공하겠다"는 각오도 밝혔다. 

이제 갓 출시 한 달을 넘긴 심플리쿡은 어떠한 스토리를 담고 있을까. 다음은 양 팀장과의 일문일답.

-심플리쿡 론칭 배경은

"GS리테일은 먹거리에 기반을 둔 회사다. GS수퍼마켓은 야채나 육류와 같은 원물에, GS25는 바로 해결해 먹을 수 있는 음식에 강점을 갖고 있다. 식품종합 자회사인 후레시서브를 통한 도시락 등 완제품 제조 능력도 있다. 제품 생산 인프라는 모두 갖춘 셈이다. 여기에 식품연구소 내 호텔 출신 셰프 및 영양사들이 상품화 과정을 함께 한다.

하지만 우리가 놓치는 고객층이 있다고 생각했다. 심플리쿡은 우리도, 소비자도 인지하지 못한 영역을 개척하기 위한 서비스다. 특히 장기적으로 온라인과 모바일 옴니채널을 강화하는 차원에서도 밀키트는 GS리테일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일치한다. 밀키트는 온라인과 모바일을 모두 키우는 가장 핵심적인 카테고리다."
GS리테일은 편의점, 수퍼마켓, 호텔 등 다양한 사업 영역의 장점을 토대로 심프리쿡에 힘을 싣고 있다. 사진=오현승 기자.

-심플리쿡 메뉴 개발 및 선정 출시 기준은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우선 일단 배달 등의 방식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메뉴는 제외한다. 집 앞에서 언제든 사먹을 수 있는 건 굳이 심플리쿡을 통해 제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또 가급적 소비자가 외식 또는 장보기를 통해 접하기 어려운 메뉴를 골라 출시하려고 고민한다. 대표적인 메뉴는 론칭과 함께 선보인 스키야키다. 비쥬얼이 좋고 가격대가 다소 높은 편이라 내부적으로는 '특별식'이라고 생각한다. 심플리쿡 스키야키는 가장 손이 덜 가는 메뉴이기도 하다. 배추를 썰 때에만 칼과 도마를 한 번 사용할 뿐이다. '준비는 저희가 할 테니 소비자는 셰프가 되세요'라는 심플리쿡의 캐치프라이즈에 맞는 메뉴가 무엇인지 늘 고민한다."

비주얼도 무척 신경 쓴다. 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잘 나올만한 메뉴를 개발한다. 그렇다고 실제 제품구성과 조리 예가 다른 건 지양한다. 어떻게 하면 심플리쿡의 구성품만으로도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갖출 수 있을 지 늘 고민한다."

-심플리쿡의 장점과 주요 타깃층은

"대부분의 메뉴가 20~30분만 투자하면 완성된다. 조리시간이 짧아 부담없이 요리에 도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식재료는 밑손질된 상태로 포장돼 배송된다. 장보기 후 요리하는 것에 견줘 버려지는 재료가 거의 없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심플리쿡은 20대 중반에서부터 30대 후반(이른바 '2539세대')의 연령대 소비자 중 소비여력이 있는 소가족을 주요 타깃층으로 한다. 

좀 더 세부적인 타깃 연령대는 30대다. 맞벌이부부나 어린 자녀 1~2명이 있는 가족을 중심 타깃으로, 추후 고객층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대부분 2만원 중반대다. 판매가가 비싸다는 얘기도 나오는데

"그런 얘기도 일부 있다.  하지만 버려지는 재료가 없고 장보러 나갈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판매가가 높다고만은 볼 수 없다. 이는 앞서 설명한 심플리쿡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심플리쿡 스키야키(2~3인분 기준)를 예로 들어보자. 이 상품의 판매가는 2만6500원에 판매된다. 반면 스키야키를 요리하기 위해 할인점에서 장을 보려면 5만3000원이 든다. 음식점에서 먹는 경우 5만9000원이다. 심플리쿡의 두 배 가격이다. 내부적으로 모두 조사해 본 결과다. 심플리쿡은 소스를 병 단위로 구입하거나 채소를 원물 형태로 구입할 필요가 없다. 양파 1개가 필요하다고 1망을 사는 건 경우에 따라 낭비가 아닌가."

-메뉴 구성에서 가장 신경 쓴 부분은

"메인 요리(주 요리)와 사이드 메뉴간 어울림을 고민했다. 등갈비묵은지찜은 계란찜과, 짜끌이는 쌈채소와, 갈비찜은 더덕구이와 함께 담는 식이다. 감자탕 역시 볶음밥과 함께 구성했다. 밥과 김치 이외에는 심플리쿡 메뉴만으로 한상차림을 완성하는 게 콘셉트다. 원재료가 다소 비싼 경우는 우동면(스키야키)이 사이드 메뉴 역할을 대신한다."

심플리쿡 등갈비묵은지찜 조리 키트

-밑손질을 많이 한 상태로 판매된다. 전처리(前處理) 정도는 어떻게 조정하나

"가능한 한 전처리 수준을 높이는 게 목표다. 소비자들이 최대한 조리시간을 줄일 수 있도록 고민한 결과다. 론칭 초기라는 점에서 폭넓은 소비자들을 겨냥하기 위한 까닭도 있다. 그래야 누구나 쉽게 밀키트를 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처음엔 생각이 달랐다. 밀키트 시장 진출을 준비할 당시 미국의 블루에이프런을 벤치마킹했다. 이 곳에선 레몬이나 호박 등의 재료를 통째로 제공한다. 블루에이프런의 슬로건 '가족과 요리하는 즐거움'과 일맥상통하다.

하지만 GS리테일은 미국과 한국 간 라이프스타일(생활 방식)이 다르다는 점에 주목했다. 미국은 오후 4시 이후에 퇴근한 후, 오후 6시 이후가 넘어 가족과 함께 식사하는 문화다. 반면 한국은 상대적으로 퇴근 시간이 늦다. 가족 간 요리의 즐거움을 느끼기 어려운 구조다. 전처리 수준을 높여 요리시간을 단축시키는 데 중점을 뒀다.

심플리쿡이 선도를 최대한 유지할 수 있는 상태라면 웬만한 재료는 썰어서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스키야키의 경우 배추만 몇 번 써는 과정을 제외하면, 칼을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을 정도다. 물론 향후 요리의 난이도를 좀 더 높인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 요리의 '진짜 즐거움'을 드릴 수 있는 방법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국내 밀키트 시장의 전망은. 향후 계획은

"밀킷팀 합류 전 도시락MD 시절엔 밀키트 시장의 전망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하지만 사회적 환경이 상품 트렌드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최근 삶의 질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다. 좀 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좋은 요리를 접하려는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에서 심플리쿡과 같은 밀키트를 접하는 소비자들은 점점 더 증가할 것이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밀키트가 점차 확산하고 있다. 이러한 식문화를 따라하려는 이들이 증가하는 것도 시장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다.

유명 셰프가 출연하는 요리프로그램은 화려한 음식을 선보인다. 하지만 정작 일반 소비자들은 재료를 구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일정량의 양념을 사용하기 위해 구매했다가 요리 후 다 쓰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도 많다. 심플리쿡의 콘셉트처럼 소비자들의 요리를 위한 사전 준비는 밀킷팀이 다 한다.

앞으로 심플리쿡 배송 시간 및 주기를 단축해나가려 한다. 현재 오후 10시 이내에 주문하면 다음날 오후 4시 이후 수령할 수 있다. 앞으로는 오전에 심플리쿡을 주문하면 다음날 점심쯤 소비자가 수령할 수 있도록 고도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배송지역도 다음달부터는 전국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온라인 및 모바일 마케팅도 강화할 계획이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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