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표 기업 계속 바뀐다…시총 순위 '엎치락 뒤치락'

삼성전자 시총 400조 눈앞 …SK하이닉스 반도체 호황에 2위 자리매김
화학·철강 순위 급등…'새얼굴'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급부상

사진=연합뉴스


세계 경기가 회복 국면을 맞이하면서 한때 비주류로 밀렸던 반도체, 철강, 화학 등이 다시 한국 증시를 이끌고 있다. 다만 삼성전자를 제외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들의 시가총액 순위 급변은 세계 경제 상황에 울고 웃는 한국 경제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18일 거래소 및 재계에 따르면 반도체 양강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코스피 상승장의 주역으로 활약하고 있다. 작년부터 이어진 반도체 호황에 양사 사상 최고 실적을 달성중이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반도체 뿐만 아니라 휴대폰, 디스플레이 등 다양한 사업에서 국내 대표 기업으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과거엔 반도체가 부진하면 휴대폰이 실적을 이끌었다.

삼성전자 시총은 올해 들어서만 100조원 넘게 늘었다. 이날 현재 시총은 355조원으로 시총 400조원에 연일 다가서고 있다.

2위인 SK하이닉스(약 59조원)도 작년말보다 시총이 80% 가량 늘었다. 작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시총 순위 10위권에 머물렀었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시총 순위에서 3위권을 멀찌감치 따돌린 단독 2위에 올랐다.

SK하이닉스는 주력 제품인 디램(DRAM) 가격 상승 속에서 1분기와 2분기 잇달아 사상최대 실적을 냈다. 하반기에도 서버 D램과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효과 등으로 실적 전망이 긍정적인데다 도시바 메모리 인수로 인해 장기 전망도 밝은 편이다.

◇ 반도체 이후엔 '화학·철강'

반도체 수출을 대신해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정유화학, 철강이다.

최근 국제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정유화학업체의 주가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석유정제업체들은 수입유가와 판매가격 간 차이를 통해 마진을 남기기 때문에 국제유가가 뛸수록 업체들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업황이 좋아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두바이유는 지난 6월 기준 월평균 배럴당 46.4달러까지 떨어졌지만 9월에는 월평균 53.7달러까지 올랐다. 특히 지난 9월 4주차에는 주간 평균 55.5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덕분에 작년말 14위에 불과했던 LG화학의 시총 순위는 5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도 30%에 달한다. 저유가에 따른 안정적인 실적과 중대형 배터리의 고속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2010년까지 시총 2위 자리를 지켰던 POSCO(포스코)는 작년말 9위까지 떨어졌지만, 현재는 5위로 4계단이나 상승했다. 포스코는 철강 스프레드(원료-제품 가격차) 개선에 따른 이익 호조로 4위 현대차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업계는 내년 1분기까지 실적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의 생산감소와 철강가격 상승 등이 호재로 꼽힌다.

LG화학 오창공장. 사진=연합뉴스


◇ 중국이 아쉬운 자동차 · 화장품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 이후 자동차와 화장품 등은 직격탄을 맞았다.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중국 특수를 누렸던 아모레퍼시픽 시총 순위는 급강하중이다. 아모레퍼시픽은 2015년 5월 시총 순위에서 5위까지 올랐지만 작년말 11위, 올해 현재 18위까지 밀려난 상황이다.아모레퍼시픽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2.2% 급감했다. 중국과 홍콩 등 중화권 지역의 부진으로 해외사업 실적(-16%)도 감소했다.

2011년부터 2016년까지 장기간 시총 2위 자리를 지켰던 현대차는 4위 수성이 위태롭다. 올 상반기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4% 줄었다. 현대차의 영업이익은 5년째 감소세다.

사드 여파에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중국 내 판매 실적이 전년 대비 반토막났다. 또 중국 언론이 베이징자동차(BAIC)가 합자회사 '베이징현대'와 합자 관계를 끝내려 한다는 보도를 내보내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기아차는 작년 말 16위에서 시총 30위까지 밀려났다. 현대차의 시총 역시 수조원 증발해 2위였던 현대차그룹도 SK그룹과 LG그룹에 차례로 밀려 4위까지 내려왔다.

◇ 떠오르는 新 대표기업 '제약·바이오'

작년 11월에 상장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1년도 안 돼 주가가 두 배로 뛰면서 시총 순위 28위에서 9위로 치솟았다.

삼성그룹의 바이오 제약 계열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시초가 13만5000원에서 현재 39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신약개발 기대감이 주가 상승을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코스닥시장 대장주 셀트리온 시총은 LG전자(14조7000억원)보다 많은 23조7000억원에 달한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 복제약) 제품이 미국과 유럽 시장을 노크하고 있는 가운데 제네릭(합성 복제약)의 성장세도 무섭다. 셀트리온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혈액암 치료제인 트룩시마는 유럽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이 결정되면서 주가에 탄력이 붙었다.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 상장 이후 주가는 7거래일 연속 상승중이다.

네이버의 기세도 무섭다. 네이버는 지난 6월9일 장중 97만5000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시총 4위까지 상승했다.

네이버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2908억원으로 전년 대비 13.2% 증가했다. 창사 이래 최대 분기 실적은 외국인 순매수로 이어졌다. 주가 100만원 시대를 열 것이란 기대 속에  주가 고평가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시총 7위를 유지하면서 상위권 도약을 노리고 있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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