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케이뱅크·삼성 특혜 '의혹'

최종구, “케이뱅크 인가절차 미흡…이건희 회장 계좌는 실명전환 대상 아냐”
금융위, 가계부채 종합관리 체제 구축 추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16일 열린 금융위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삼성에 관련된 각종 특혜 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다. 케이뱅크 인가절차 관련 의혹,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금융위원회 유권해석, 삼성그룹 지배구조 문제 등이 연달아 불거진 것이다.

이에 따라 16일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각종 의혹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절차상 다소 미비한 점은 있을지 몰라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의혹으로 얼룩진 케이뱅크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케이뱅크 인가 과정에서 특혜 의혹에 대해 국회의원들의 집중 질의가 쏟아지자 “인가 절차에서 미흡한 점은 있었던 듯 하다”고 답했다.

주된 문제점은 케이뱅크의 대주주인 우리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케이뱅크 예비인가 당시 업종 평균치에 다다르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직전 분기말이 아니라 3년 평균으로 BIS비율을 계산하면 업종 평균치를 상회하므로 문제없다”는 유권해석을 통해 예비인가를 결정했다.

이에 대해 문제시되자 금융위는 한동안 “대주주 적격성 심사는 공정했다”고 버텼다. 그러나 금융위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도 지난 11일 “금융당국의 케이뱅크 인허가 과정에서 행정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판단하는 등 사면초가에 몰리자 결국 절차상 미비를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 위원장은 “인가 자체가 위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케이뱅크 인가 취소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는 케이뱅크가 주주 간 계약서에서 동일인에 의한 의결권 공동행사를 유도하는 조항을 체결해 은행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우리은행(10%), NH투자증권(8.6%) KT(8%) 등 케이뱅크의 3대 주요 주주가 사실상 공동의결권을 행사하도록 주주 간 계약서를 체결했다”며 “이들은 은행법상 ‘동일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KT가 이 계약을 활용해 케이뱅크의 이사회와 경영 전반을 장악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해당 계약서에서 은행법상 ‘동일인’으로 해석될 만한 여지가 별로 없다"며 박 의원의 주장을 일축했다. 그는 "금융감독원이 심사할 때 은행법상 ‘동일인’ 해당 여부를 확인한 뒤 주주들이 확약서도 제출했다"며 "계약서 전문 역시 그런 내용으로 해석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의혹이 거듭되면서 인터넷은행의 간절한 바람인 은산분리 규제 완화는 사실상 물 건너 간 분위기다.

이날 금융위는 자유한국당 정태옥 의원에게 제출한 답변서에서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원칙으로서 유지돼야 한다”고 답했다. 그간 “인터넷은행에 한해 은산분리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 후퇴한 것이다.

때문에 케이뱅크의 추가 증자와 3호 인터넷은행 출범은 상당한 차질을 일으킬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위는 일단 "기존 금융권에 '긴장과 쇄신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인터넷은행의 긍정적인 기능은 살려나가야 한다"며 "은산분리 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인터넷 전문은행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실명전환 없이 차명계좌 잔액 모두 찾아간 이건희 회장

삼성에 대해서도 특혜 의혹이 빗발쳤다. 특히 지난 2008년의 삼성 특검에서 확인된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문제시됐다.

당시 발견된 차명계좌는 은행 64개, 증권 957개 등이었다. 그런데 이 중 은행 계좌 1개만 실명전환됐을 뿐, 나머지는 모두 실명전환 없이 만기 해지, 전액 출금 등으로 처리됐다.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도 납부하지 않은 채 4조4000억원에 달하는 계좌 잔액을 찾아간 것이다.

이는 금융위의 유권해석 덕이었다. 금융위는 지난 2009년 “차명계좌는 비실명자산이 아니기 때문에 금융실명제에 따른 실면전환 대상이 아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대해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지난 1998년 대법원 판결에서 차명계좌는 당연히 실명전환 대상으로 판시했으며 이같은 내용은 금융위가 2008년 발간한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에도 기재돼 있다”며 금융위의 일구이언을 꼬집었다. 스스로 내뱉은 말까지 바꿔가면서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최 위원장은 “차명으로 거래된 계좌라도 명의인이 주민등록표상 실명으로 개설된 계좌는 실명전환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박 의원이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2009년 나온 대법원 판결도 같은 취지”라면서 “문제시되는 2008년의 금융실명제 종합편람은 이미 더 이상 배포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은 “보험업법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강화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행 보험업법은 보험사가 자산을 운용할 때 대주주나 계열사의 주식 및 채권을 총자산의 3%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도록 규율하고 있다. 3%가 초과분은 4년 안에 매각해야 한다.

다만 자산운용비율을 정할 때 타 금융업권과 달리 보험업권은 보유 중인 주식 및 채권을 공정가액이 아니라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의 7.21%를 보유할 수 있었으며 이는 삼성그룹의 총수 일가 지배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만약 보험사의 소유 자산 평가 기준이 취득원가에서 공정가액으로 바꾸면 삼성생명은 총자산의 3%가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전량 매각해야 한다. 채 의원은 “매각 대상 주식의 가치가 20조원을 넘는다”고 추정했다.

이와 관련, 최 위원장은 "보험사의 보유주식 평가가 다른 업권과 다른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이는 감독규정보다 보험업법 자체를 개정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 개정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최종구, “가계부채의 시스템 리스크 전이 차단할 것”

한편 1400조원이 넘어선 가계부채도 이날 국정감사의 주요 의제가 됐다. 최 위원장은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며 "금융사 여신심사 선진화, 취약차주 지원 등 종합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다음주 발표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현재의 부채중심 관리 체제를 소득 증대, 주택시장 수급구조 개선 등 구조적 요인에 대한 종합관리체제로 전환하겠다”고 보고했다.

구체적으로는 ‘신 총부채상환비율(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도입하고 부실화 가능성이 있는 취약부문에 대한 맞춤형 대응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특히 자영업자에 대해 유형별 및 사업 단계별로 맞춤형 대책을 시행한다. 부동산담보대출 등 가계대출 증가를 유도하는 비대칭적인 자본규제도 개선할 방침이다.

아울러 부동산, 복지, 일자리 등 가계부채의 구조적 문제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범정부 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로 가계소득 증대를 유도함과 동시에 주거비, 교육비 등 생활비를 절감해 차주의 상환능력 상승도 이끈다.

최 위원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금융의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를 위해 무엇보다 창업이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창업하고 재기할 수 있도록 연대보증을 전면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또 금융소비자 중심의 금융개혁을 추진하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련법 제정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최 위원장은 "과잉대출, 고금리대출 등 소비자 피해의 예방에 주력하겠다"며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대한 국회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요청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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