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고액 연봉의 진실은…"우리 회사 평균이 이런가요?"

영업·관리직, 직군별·남녀별 편차 커…인센티브 포함시 최대 1억 가까이 차이
임원수 그대로, 중간관리자 증가, 일반직원수 크게 줄면서 '역피라미드' 구조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우리 회사 평균 연봉이 그 정도인가요? 저는 우리 회사 사람이 아닌가봅니다." -A증권사 과장 김씨(34)

"이 회사 다니니 다들 그정도 받을 걸로 생각합니다.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도 내가 술값 계산을 안하면 쪼잔한 사람이란 소리를 들을 것 같아 부담스럽습니다." - B은행 차장 전씨(39)

금융권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통계에서 나타난 평균 연봉을 체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기형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에 직군별로도 편차가 심한 연봉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17일 국내 상장 증권사 25곳의 2016년 사업보고서를 종합해본 결과, 작년 증권사 임직원 평균 연봉은 8900만원에 달했다. 이중 남직원 평균은 1억758만원이었고 여직원은 6633만원을 받았다.

4대 시중은행원들도 작년 평균 8240여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생명과 화재보험 상위 7개사 평균도 8971만원이었고 카드사 평균 연봉도 8100만원에 달했다.

통계만 놓고보면 금융권 평균 연봉이 8000만~9000만원이란 말이 나올만한 상황이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직군별로 편차가 컸다.

작년 1억100만원의 평균연봉을 공시한 NH투자증권의 경우 본사영업직의 경우 남자직원들은 1억3000만원, 여직원들은 8200만원을 받았는데 경영관리직인 본사지원파트는 남자 1억300만원, 여자 6200만원으로 영업직군과 약 2000만~3000만원 차이가 났다.

삼성증권은 작년 9050만원의 평균연봉을 신고했다. 이중 해외영업 남자직원 평균은 1억7193만원을 받는 등 업종간 편차가 심했다.

한 증권사 C씨는 "10년차 이상의 연봉이 왜 평균 연봉이 되어야 하는 것인지, 남녀별·직군별로도 연봉 차가 심하다"며 "영업직군의 경우 성과급 덕에 관리직은 꿈도 꾸지 못할 급여를 받는데 이것을 평균을 내니 대다수가 공감하지 못하는 평균 연봉이 나온다"고 말했다.

특히 이같은 평균 연봉 통계 왜곡은 기형적인 인력구조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다.

최근 금융권이 핀테크(금융+기술)를 이용한 무점포 영업, 비대면 거래를 늘리면서 점포가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과 대면하는 일선 직원들의 채용도 줄면서 중간 관리자급만 늘어나고 임원수는 그대로인 기형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전 금융권은 고비용·저효율의 기형적인 인력구조를 바꾸기 위해 희망퇴직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희망퇴직 기준을 낮춰 최하급 직원들까지 회사를 떠나면서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역피라미드형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A은행의 경우엔 작년 2800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는데 이중 과장 미만 최하직급이 1000여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연례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희망퇴직으로 비용은 많이 들고 있지만 인력구조 개선에는 큰 효과가 없는 것 같다"면서 "희망퇴직이 직원들의 한몫 땡기는 수단으로 변질돼 원래 취지가 퇴색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장영일 기자 jyi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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