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차기 회장으로 이순우 우리은행장을 내정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 신임 회장의 첫 번째 과제는 10여년을 끌어온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이번에는 반드시 완료해내는 것이다. 이 회장은 이를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 당분간 우리은행장직도 겸임한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6월말까지 우리금융 민영화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방침이다. 하지만 일괄매각을 택할 지 분할매각을 택할 지 알쏭달쏭한 상황이다.
◆일괄매각하자니 살 사람이 없고
일괄매각과 분할매각 어느 쪽이든 쉽지 않다는 판단이 지배적인 가운데 특히 일괄매각은 매수자를 구하기가 난망하다.
전임 이팔성 회장은 “반드시 일괄매각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지만, 결국 매수자를 찾지 못해 실패했다.
그간 유력한 후보자로 KB금융지주, 산은금융지주, 외국계 은행 등이 거론됐는데, 모두 뚜렷한 약점을 지니고 있다.
우선 KB금융지주가 우리금융지주를 인수하면 총자산만 800억에 가까워져 ‘메가뱅크’ 논란을 피할 수 없고, 대규모의 직원 구조조정과 점포 통폐합을 시행할 가능성도 높아 노조의 반발이 극심하다.
산은금융지주는 “그게 무슨 민영화냐?”는 비판을 불러모은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현실적으로 정부가 100% 지분을 가진 산은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는 그림은 나오기 어렵다”며 “오히려 산은과 정책금융사가 다시 합치는 것이 효율적인 정책금융 시행에 유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국계 은행 역시 선택하기 힘든 옵션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론스타가 ‘사상 최악의 먹튀 행각’을 벌인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고, 지금도 론스타와 소송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를 외국계 은행에 넘겼다간 전국민적인 반발을 불러올 것”이라고 말했다.
◆분할매각하자니 공적자금 회수가 어렵고
이런 어려움을 감안해 신제윤 금융위원장도 “우리금융 민영화에서 분할매각까지 포함해 모든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분할매각 역시 정부로서는 쉽게 손대기 어려운 방책이다. 우리금융에 쏟은 공적자금의 상당 부분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공적자금을 전액 회수하기 위해서는 일괄매각에서도 주당 1만7000원 이상은 받아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계산이다.
그러나 23일 종가 기준 우리금융의 주가는 1만1350원에 불과하다. 통상 20%로 측정되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해도 공적자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분할매각을 시도할 경우 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회사를 조각조각 나눠서 팔면 아무래도 한꺼번에 팔 때보다 전체 매매가격이 내려가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우리은행, 우리투자증권, 우리아비바생명, 우리카드,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은 인기가 높겠지만, 그 외 계열사는 매수자를 찾기 난망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했다.
◆시간을 끄는 것은 최악
그렇다고 “일괄매각을 노리다가 여의치 않으면 분할매각으로 전환하자”는 식의 ‘눈치보기’는 최악의 선택이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금융당국 고위관계자는 “우리금융 민영화가 이토록 오랜 시간을 끌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가격과 정권의 동향 등 주위 상황을 너무 따지다가 이도저도 못하게 된 꼴”이라며 “8년 전에 10조원을 받고 빨리 매각했다면, 지금쯤 이자수익만도 상당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10조원에 연간 이자수익률을 4%로만 계산해도 8년간 벌 수 있는 돈이 3조2000억원에 달한다.
그는 이어 “반드시 정권 초기에 민영화가 완료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야 한다”며 “지난 정권처럼 다른 이슈에 밀려 정권 말에야 진행했다간 결국 제대로 진전되기도 전에 추진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seilen78@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