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매월 일정 금액만 내고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자동차 유예할부·유예리스 이용이 크게 늘면서 '카푸어(Car Poor)'가 양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유예할부가 끝나는 시점에서 소비자가 잔여 원금을 갚지 못할 경우, 차를 팔아 원금을 갚아야 하거나 다시 유예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식의 낭패를 볼 수도 있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15개 여신전문금융회사가 취급 중인 유예 할부상품과 리스 취급잔액은 각각 7022억원, 2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자동차 할부 금융 잔액의 6.8%, 3.0%를 차지한다. 이 중 유예 할부상품의 연도별 만기도래 예상금액은 올해 2204억원, 2014년 2566억원, 2015년 2331억원이다. 유예리스 상품은 각각 930억원, 1192억원, 810억원이다.
자동차 유예할부를 이용하면 고가의 차량 구매시 초기 부담을 줄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6000만원짜리 차량의 경우, 초기 차값의 3분의 1가량인 2000만원 가량을 선입금 명목으로 내면 이후 3~5년 동안 매월 30만원~40만원 가량의 이자만 내면서 해당차를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매월 내는 이자는 나머지 차값 4000만원에 대한 할부금이 아닌 잔여 차값에 대한 이자. 결국 유예할부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는 초기 차값에서 선입금을 뺀 나머지 차값을 일시에 상환할 경제적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상환능력이 없으면 차를 팔아서라도 원금을 갚아야 하지만, 보증수리가 만료되는 3년 이후 수입차의 중고차 시세는 급락한다. 해당차량을 처분해도 원금 상환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수입차 계열 할부금융사에 담보잡혀 처분자체가 안 되는 경우도 많다. 다시 유예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거나 상환 불능에 따른 신용등급이 급락하는 일도 생긴다.
특히 최근 2~3년새 유예할부 등의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젊은층이 부쩍 늘었다. 해당 프로그램 이용자 가운데 '2030세대'의 비중은 유예할부와 유예리스가 각각 44.4%, 38.5%나 된다. 거주지 마련을 비롯해 결혼자금 준비 등 목돈을 마련해야할 젊은층이 유예할부·유예리스로 고가의 차량을 몰다 잔금을 치르지 못하면 개인은 물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크다.
관련 상품의 수입차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전체 유예할부 잔액 중 수입차 구매할부(813억)의 비중은 11.6%로, 국산차 구매할부(6209억원)의 비중 88.4%에 비해 크게 낮았다. 하지만 3년전과 비교해서는 두 배 가량 늘었다. 유예리스의 경우 수입차 리스금액(2533억원)이 총 유예리스 잔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무려 97.4%나 됐다. 특히 수입차 계열 일부 할부금융사의 금리는 10%가 넘는다.
금감원은 연도별 취급잔액, 만기별 분포 및 연령대별 이용비중 등을 고려할 때 다수의 카푸어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도 여신전문금융회사의 유예할부·유예리스 상품의 취급동향과 건전성 상황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오현승 세계파이낸스 기자 hsoh@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