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올해 은행의 중소기업 자금공급 목표치를 지난해보다 4.8% 늘어난 30조8000억원으로 설정하는 등 최근 은행들이 중기대출 확대에 애쓰는 분위기다.
이는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회적인 취지와 더불어 은행의 새로운 수익 창출 통로 개척의 일환이다.
그러나 경쟁이 과도해지면서 소위 우량 중소기업의 ‘금리쇼핑’ 유행과 2금융권 파이를 뺏는 ‘역풍선효과’ 등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금리 더 낮은 대출 없나?”…은행들 놓고 저울질
우량 중소기업을 사이에 둔 은행들의 쟁탈전이 격화되면서 거꾸로 중소기업의 금리쇼핑에 은행들이 놀아나는 모양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중기대출을 늘리라고 압박하는데, 아무 곳이나 돈을 빌려줄 수는 없다 보니 결국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증명된 곳, 타 은행의 거래처를 뺏어오는 방식으로 엇나가게 된다”며 “이는 과열경쟁을 불러 중소기업의 ‘금리쇼핑’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주거래은행이 있는 중소기업에 다른 은행이 접근해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며 갈아탈 것을 권유한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중소기업 스스로 더 낮은 금리를 찾아다니는 부정적인 현상을 야기하는 것이다.
한 시중은행 기업여신 담당자는 “근래 1년마다 주거래은행을 갈아치우는 중소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은행 지점장을 불러놓고 ‘XX은행은 이 조건에 해준다는데 너희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물으면 감당할 방도가 없다”고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는 “그나마 해당 기업의 재무담당 이사와 안면이 있으면 말이라도 통하는데, 새 사람이 임명되면 인정사정없이 나온다”며 한숨을 쉬었다.
실적 부담에 시달리는 은행 지점장들은 괴로워하지만,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가능하면 0.01%라도 낮은 금리로 돈을 빌리려 노력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결국 은행 간의 과열경쟁이 불러온 금리쇼핑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계속 내려가고 있다. 경쟁이 심한 우량 중소기업의 경우는 3%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낮은 금리뿐 아니라 수수료 면제 등 각종 혜택까지 더하면 수익이 아니라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
◆파이 뺏기는 2금융권…‘역풍선효과’
한 저축은행 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요즘만큼 힘든 것 같진 않았다”면서 “은행에 고객을 계속 뺏기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최근 은행 지점장들에게 본사로부터 저축은행과 3년 이상 문제없이 거래한 중소기업이나 개인 자영업자면 건전한 곳이니 뺏어오란 지시가 떨어진 것으로 안다”며 “은행과 저축은행은 대출금리 차이가 크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나 모두 은행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이 중기대출을 늘리기 위해 기존에 찾지 않던 업체 문까지 두드리다 보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 파이를 빼앗기는 ‘역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주요 저축은행들의 실적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더케이 저축은행은 지난해 하반기 당기순이익이 2억원으로 전년동기의 4억원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삼성상호저축은행도 2011회계연도(2011.07~2012.06) 당기순익이 22억원에 그쳐 전년(32억원) 대비 10억원 감소했다.
동부저축은행은 2012회계연도(2012.07~2013.06) 3분기까지 7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 전년동기의 당기순익 93억원에서 적자전환됐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동네 빵집이 대기업계열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리듯 저축은행 등 2금융권으로서는 은행과 경쟁해 이길 방법이 없다. 이대로는 저축은행이라는 사업모델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며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안재성 세계파이낸스 기자 seilen78@segye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