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인재를 쓰려 해도 진입장벽이 문제

박민재 법무법인 청림 변호사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의하면, 대통령으로 선거될 수 있는 자는 선거일 현재 5년 이상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40세 이상의 국민이면 된다.

어머니의 탯줄과 분리되어 독립 호흡을 시작한 지 40년 정도 세상경험을 하게 되면, 대한민국의 미래와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자리인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경륜을 쌓았다고 본다는 뜻일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직책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의 경우 자격요건이 이렇듯 간단한데 비해, 각종 위원회나 대법관의 경우에는 특정 직역에서 일정 기간 이상의 종사 등 엄격한 자격요건을 요구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위원의 경우만 하더라도, 2급 이상 공무원의 직(職)에 있거나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의 직 등 일정 직역에 15년 이상 종사해야 한다([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제37조제2항).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직위의 경우,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한 경력은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10년, 15년 심지어 20년 이상 종사해야만 전문성을 인정할 수 있고, 그렇지 않는 경우에는 전문성이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학계나 연구소, 시민단체, 기타 여러 곳에서 남다른 전문성을 쌓아온 사람들은 아예 배제되어야 하는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스페셜리스트 뿐 아니라 제너럴리스트로서의 높은 식견을 갖춘 사람은 이도 저도, 아무 것도 아닌가?

중국 춘추전국시대의 제후들은 국적이나 경력을 묻지 않고 널리 타국에까지 인재를 구하여 부국강병을 꾀하였고, 우리나라도 단군 이래 여러 제왕들이 초야에 묻힌 현사를 등용함에 있어 경력요건을 둔 적은 없었다.

10년 이상,또는 15년 이상 등의 과다한 자격요건은 극소수만이 그 직위를 넘볼 수 있고, 그에 해당하지 않는 다수는 당초부터 배척당하는 ‘엔클로저(enclosure)’가 되는 셈이다. 대개 그 엄격한 자격연한에 해당하는 극소수의 경력자들은 전문성을 무기로 예의 그 자리로 직행, 수년간 명예를 누리고, 임기가 끝난 이후에는 ‘전관’이라는 이름으로 안락한 노후를 보장받는다. 자신이 공정사회의 걸림돌이라는 인식은 하지 못한 채 ……

우리 사회는 점차 획일성에서 벗어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고, 일반 사기업은 연공서열제도의 폐단을 시정하기 위해 능력 위주의 인사를 실시하고 있으나, 관료사회는 아직도 ‘나만이 잘났다’는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철옹성같은 진입장벽을 쌓고 있다.

과도한 진입장벽이 합리적 이유없이, 국민의 공무담임권 및 인사권자의 인사권을 과도하게 제한하고 전관예우와 더불어 공정성을 해치며 우리 사회에 불합리한 왜곡을 가져온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진입장벽은 바벨탑처럼 높아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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