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개인투자자 2600억 등 사채 7500억 증발

나머지 채권도 3년간 동결…민간은행 수천억 손실

산은·수은, 채권 손실 외 2.9조 추가 지원 내몰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에 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금융당국의 ‘장밋빛 수주 전망’이 터무니없는 엉터리로 드러나면서 사채권자, 민간은행, 국책은행 등 채권자들이 모두 막대한 손실 위기에 처했다. 특히 국책은행은 기존 채권의 손실은 물론 추가 지원 요구에까지 내몰린 상태다.

때문에 지역경제 악영향 등을 고려해 대우조선 지원이 시급하다 해도 “과연 이번 지원으로 끝날 것인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수조를 날린 대우조선 채권자들

23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린 대우조선의 최대 부족자금은 5조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이미 재작년 4조2000억원의 혈세를 쏟아 부었음에도 대우조선 재무구조가 또 다시 크게 망가진 이유는 수주 부진 때문이었다.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의 지난해 수주 전망을 115억달러로 계산했다. 그러나 실제 수주액은 15억4000만달러에 불과했다. 금융당국 예상치보다 무려 86.6%나 내려앉은 것이다. 이 때문에 유동성 유입이 예상보다 약 2조원 줄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도 “지금 당장 대우조선에 추가 자금을 수혈하지 않을 경우 ‘4월 위기설’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터무니없이 잘못된 115억달러 ‘장밋빛 수주 전망’을 바탕으로 4조2000억원의 지원을 강행한 탓에 대우조선의 부실만 훨씬 더 커졌다. 이런 상황에서 또 다시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고 외치는 금융당국 때문에 채권자들에게 고통의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금융위가 발표한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에 따르면 우선 약 1조5000억원의 회사채와 기업어?CP) 중 50%를 출자전환한다. 나머지 50%는 3년간 빚 상환을 유예한 뒤 3년에 걸쳐 분할상환하되 만기 연장분에 대한 금리는 3% 이내로 조정된다.

대우조선의 회사채는 국민연금과 우정사업본부가 6700억원, 금융기관이 3000억원, 개인투자자가 5200억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즉 개인투자자들은 졸지에 채권 2600억원어치를 날려버릴 지경에 처한 것이다. 나머지 채권도 3년간 동결된다.

또 민간은행은 7000억원어치의 채권 중 80%를 출자전환해야 한다. 5600억원어치의 채권이 허공으로 증발한 것이다. 나머지 20%도 5년간 만기가 유예되며, 그 뒤 5년에 걸쳐 분할상환(금리 1%)받을 수 있을 뿐이다.

사채권자들과 민간은행의 손실도 막심하지만, 국책은행은 이에 비할 바가 아니다.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무담보채권 1조6000억원어치는 100% 출자전환된다. 설상가상으로 채권이 날아간 것뿐 아니라 추가 지원 부담까지 뒤집어쓰게 됐다.

금융위는 대우조선에 총 2조9000억원을 신규 지원하기로 했다. 이 지원금은 산은과 수은이 절반씩 부담한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만만한 곳이 국책은행”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이 회장이 추가 지원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압박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그 말을 믿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추가 지원, 무사히 이뤄질 수 있을까? 

금융당국은 대우조선이 쓰러질 경우 5만명 이상이 실직하는 등 조선산업 생태계와 경남권 지역경제에 감당 못할 타격을 줄 것이라고 우려한다. 임 위원장은 “대우조선 파산 시의 손실 추정치는 59조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지원만 마무리되면 오는 2021년까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이 2723%에서 257%로 급감하고 영업이익률은 -13%에서 1%로 회복되는 등 대우조선의 재무구조 및 수익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회장은 “추가 지원 후 자산매각, 임직원 임금반납, 사업 효율화 추진 등 대우조선의 자구노력도 계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미 “추가 지원은 없다”고 스스로 밝힌 말을 불과 2개월만에 손바닥 뒤집듯 뒤엎은 금융당국에 대해 채권자들은 심각한 불신감을 지니고 있다. “대우조선이 올해 약 55억달러어치를 수주할 것”이라는 이 회장의 전망과 관련,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이미 수주액이 20억달러에 불과할 것이라는 예상이 시장에 떠돌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은 대우조서 파산 시의 채권단 손실액만 14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전형적인 채무자의 ‘배 째기식’ 협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끝없이 돈을 들이붓느니 차라리 이쯤에서 청산해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대우조선 노사가 합심해서 자구노력을 실현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존재한다.

자유한국당 정태옥 국회의원은 “4조2000억원의 혈세가 지원된 뒤에도 대우조선의 인적자구계획 이행률은 9%, 물적자구계획 이행률은 16%에 불과하다”며 “아울러 단체협약을 개정하라는 고용노동부의 권고 역시 1년이 넘도록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노사 단체협약 시정 없이 대우조선에 신규 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일단 채권단은 다음달 21일까지 자율적으로 채무조정 합의를 추진할 예정이다. 만약 합의가 실패할 경우 프리패키지플랜으로 넘어가게 된다.

프리패키지플랜이 적용되면 회생법원이 채권단과 협의 후 자율적인 구조조정안을 상회하는 폭넓은 채무조정을 추진한다. 채무조정기능과 원활한 신규자금 지원이 가능해 절차를 조속히 진행할 수 있지만, 대신 모든 손실을 채권자들이 분담해야 한다.

산은 관계자는 "다만 프리패키지플랜이 실행될 경우 채권단의 손실은 큰 폭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수주 전망을 믿는다는 전제하에 채권자에게도 금융위가 제시한 안이 프리패키지플랜이나 파산보다는 나은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믿기 힘든 것이 문제”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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