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보복 여파 전방위 확산…유통·관광 이어 금융권도 영향

롯데마트, 55개 매장 1개월 영업정지 처분…롯데제과 공장 1개월 생산 중지
은행, 롯데 중국 계열사 여신규모 1.2조…장기화시 리스크 관리 강화할 듯

지난 6일 평택 오산 공군기지에 고고도 방어미사일 체계(사드) 발사대 2기와 일부 장비가 도착하면서 사드 배치가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도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우선 유통업계와 관광업계가 직격탄을 맞았으며, 금융권도 잔뜩 긴장한 눈치다. 특히 보복의 초점이 된 롯데와 관련해 은행이 대출을 조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롯데마트, 매장 절반 이상 영업정지…면세점업계, 심대한 타격에도 발만 ‘동동’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보복의 칼날’은 우선 롯데를 향해 휘둘러졌다.

중국 롯데마트의 99개 매장 중 55개나 소방법 혹은 시설법 위반 등을 이유로 1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 단 5일만에 전체의 절반이 넘는 매장이 문을 닫은 것이다. 할인률 고시 위반으로 8600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은 매장도 나왔다.

또 롯데제과가 중국에 설립한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 초콜릿 공장도 소방법 위반으로 1개월 간 생산 중단 조치를 당했다. 롯데상하이푸드코퍼레이션은 미국 허쉬와 롯데제과의 합작법인으로 주로 초콜릿을 생산했었다.

그밖의 업체는 아직은 ‘태풍 전야의 고요’ 상태다. 중국에서 연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는 오리온은 현지 생산법인 1곳이 정기 위생점검을 받았으나 별다른 조처는 없었다. 농심도 현지에서 특별히 제재를 받지는 않았다.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객 금지 조치로 관광업계도 울상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달 베이징 일대 상위 20개 여행사를 불러 모아, 온라인 및 오프라인으로 판매되는 한국행 여행상품을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앞서 지난해말에도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한국행 전세기(부정기 항공편)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특히 요우커(중국인 관광객) 의존도가 높은 면세점업계가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총 12조2757억원으로 중국인의 비중이 70%에 달한다.

면세점업계 관계자는 "그간 방한 관광객을 늘리고자 유력 중국 여행사들과 제휴를 추진해왔는데, 이 같은 노력이 물거품이 될 판"이라고 하소연했다.

◇은행, 반한 감정 ‘우려’

롯데가 이토록 타격이 크다 보니 은행도 긴장한 모습이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이 롯데그룹 중국 계열사에 제공한 여신은 총 1조2000억원이다. 중국계를 포함한 외국계 은행 국내 지점이 빌려준 자금 8000억원까지 합치면 2조원에 달한다.

자칫 이 여신이 부실화될 수도 있기에 각 은행들은 중국 정부와 롯데를 주시하고 있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롯데마트 55개 점포의 영업정지가 한 달간 이어질 경우 매출 손실만 약 500억원으로 추산된다”며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액수”라고 말했다. 그는 “당장 어떤 조치를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리스크관리를 강화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롯데그룹 중국 계열사의 여신한도를 축소하거나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을 거부할 수도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 외 다른 중국 진출 기업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모니터링이 실시되고 있다. 

아울러 중국 내에 반한감정이 번지면서 기진출 점포의 영업 악화까지 염려된다. 현재 중국 현지에 법인을 설립한 국내은행은 KEB하나은행(지점 수 31개), 우리은행(지점 수 21개), 신한은행(지점 수 18개), 기업은행(지점 수 15개), KB국민은행(지점 수 5개) 등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국과 한국 정부의 대립이 지속될 시 반한감정이 고조되면서 고객의 발길이 뚝 끊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각 은행들은 사태가 장기화 될 것에 대비해 단계별 비상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지점 수 축소까지 고려 중”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에서도 중국의 동향을 모니터링 중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드 보복 조치’의 여파가 실물 분야를 넘어 금융 분야로까지 확산될 수 있어 관련 사안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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