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수은·캠코내 '잉여인력'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

"윗돌 빼서 아랫돌 막는 형국이다. 지난해 정부가 예고도 없이 임금피크제(임피제) 법을 개정해 근로의욕이 많이 상실됐다. 일명 ‘잉여인력’이 발생하면서 기존 직원들의 임금이 삭감되기 일보직전이다. 현재 공공기관마다 임피제 처우가 다르다. 기관별 성격과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동일한 조건으로 임피제를 도입하면 노노갈등만 유발할 뿐이다."

최근 공공기관에 근무하는 한 직원이 기자에게 하소연한 내용이다. 정부가 작년부터 전체 공공기관의 임피제를 정년 60세로 연장하도록 개정하면서 공공기관들의 불만이 쌓이고 있다.

신입직원들은 심지어 자신의 연봉인상률이 낮아지자 임피제 대상자들을 ‘잉여인력’이라며 원망하고 있다. 근로의욕 상실을 넘어 노노갈등까지 유발하기 직전 상태에 달한 것이다.

금융공기업 중에선 신용보증기금이 2003년 7월 가장 최초로 임피제를 도입했다. 기술보증기금도 2003년부터 도입했다.

산업은행은 2005년 8월부터 임피제를 도입했다. 산은은 기존 55세부터 임피제 대상을 적용했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대상자를 57세 이상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작년 말 인력축소 내용이 담긴 자구안을 발표했기에 이 부분은 큰 문제가 없다고 산은 관계자는 전했다. 기업은행은 내년부터 임피제를 본격 도입한다.

문제는 수출입은행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다. 수은은 2005년 1월부터 56~58세까지 임피제를 적용해왔다. 하지만 법이 개정되면서 대상자가 56~60세로 늘어나 예산이 부족한 사태에 이르렀다. 대상자를 줄이려 해도 퇴직 문제 등이 걸려 쉽사리 결정할 수 없는 노릇이다.

캠코는 지난 2006년도에 임피제를 시행했다가 6년 만에 폐지, 작년에 새로 부활시켰다. 캠코도 당장 올해 신규채용에 돌입하는 등 새로운 사업 구축에 주력해야하지만 정부의 예외인건비 및 별다른 지원이 없어 막막할 따름이다.

금융공기업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각 공공기관이 노조와 임금지급률·임금조정기간을 협상하는 시간을 주지 않고 정부가 반 강제식으로 법을 개정했다. 신규채용까지 늘려라고 주문하는데 절대 늘릴 수 없는 실정”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정부가 별도 지원없이 막무가내식으로 임피제 대상자만 늘리라고 하면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중 하나다.

공공기관에 대해 임금피크제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가타부타 말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하지만 각 기관별로 속사정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보다 섬세한 행정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활력이다.  임금피크제 대상자는 결코 잉여인력이 아니다. 효율적인 인력 운용을 위해 도입되고 있는 임금피크제가 노노갈등으로 번지는 양상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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