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열풍에 유통가 마케팅도 진화 거듭

디자인패키지·스티커 첨부에서 AR활용까지
"캐릭터 인기 따라 매출 좌우 가능성도"

일동후디스 ''포켓몬 우유''(왼쪽)과 롯데칠성음료 ''포켓몬 우유''. 사진=각 사
샤니가 지난 1999년 내놓은 ''포켓몬스터 빵''은 당시 어린이들 사이에서 대히트를 쳤다. 빵 자체의 차별성은 딱히 없었지만, 선풍적 인기를 끈 TV애니메이션 ''티켓몬스터'' 스티커를 제품 봉지 안에 넣은 게 적중했다. 빵은 버리면서도 스티커만 수집하기 위해 제품을 구매하는 행태가 뉴스거리가 될 정도였다.

지난해 증강현실(AR) 게임 ''포켓몬고(GO)'' 출시로 포켓몬스터 열풍이 다시 불면서 유통가에선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제품 디자인에 캐릭터를 입히거나 관련 증정품을 제공하는 방식이 가장 일반적이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12월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활용한 ''포켓몬 음료''를 2종을 출시했다. 포켓몬의 인기 캐릭터인 피카츄, 파이리, 꼬부기, 이상해씨 등을 넣어 친숙함을 높였다. 일동후디스는 같은해 11월 프리미엄 가공유를 표방한 ''포켓몬 우유''를 내놨다. 포켓몬 캐릭터를 우유캐피지에 넣은 형태로 출시 1달 만에 판매량 100만개를 넘어섰다.

SPC삼립식품은 지난해 10월 샌드팜 샌드위치 시리즈에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활용한 ''포켓샌드’ 2종을 선보이며 과거 ''포켓몬스터 빵'' 영광 재현에 나섰다. 제품 안에는 포켓몬스터 캐릭터가 새겨진 ''띠부띠부씰'' 40종을 무작위로 넣어 소비자들의 수집욕을 자극했다. 

의류업계도 포켓몬스터 활용에 적극적이다. 이랜드월드의 SPA브랜드 스파오는 최근 ''포켓몬 컬래버레이션'' 상품 12종을 선보였다. 스웨트셔츠와 후드 풀오버 각 6종씩으로, 포켓몬스터 캐릭터의 얼굴이나 각 캐릭터의 속성을 표현하는 말풍선을 넣은 게 특징이다.
''포켓몬고'' 편의점업계 공식 파트너사인 세븐일레븐은 전국 약 8500개 점포를 `포켓스탑`으로 지정했다. 사진=세븐일레븐

이런 가운데 지난달 24일 포켓몬고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면서 위치기반서비스(LBS) 특징을 살린 마케팅 전략도 등장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23일부터 포켓몬고 게임 개발사인 나이엔틱과 업무 제휴를 맺고, 업계 유일 포켓몬고 공식 파트너사가 됐다. 세븐일레븐은 전국 약 8500개 점포를 포켓몬고 게임상의 ''몬스터볼'' 등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곳인 ''포켓스톱''(7700개)''과 가상 대결공간인''체육관''(800개)으로 활용해 집객 효과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함태영 세븐일레븐 커뮤니케이션부문장은 "포켓몬고 서비스를 통해 세븐일레븐만의 새로운 재미와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리아 역시 엔제리너스커피, TGIF 등 외식계열 7개 브랜드의 2709개 매장 중 2459개를 포켓스톱으로 지정했다.

유사한 사례는 일본맥도날드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일본맥도날드홀딩스는 지난해 7월20일 공시를 통해, 자사의 점포를 포켓몬고게임 공간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포켓몬고가 스폰서업체를 선정한 최초의 사례다. 일본 내 맥도날드의 점포수 및 점당 매출액이 최근 5년새 각각 11%, 25% 감소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위치기반 서비스를 통해 집객 효과를 강화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오프라인 유통업체 관계자는 ''포켓몬스터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된 소비자에게 유년시절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유용한 마케팅 전략 중 하나"라면서 "단 캐릭터 인기가 제품 판매량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포켓몬고 이용자수는 출시 한 달째를 맞아 정점을 찍고 완만한 감소세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3일~19일 새 포켓몬고 주간이용자수는 563만명으로, 출시 첫 주(698만명)보다 24.8% 줄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