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혹 떼려다 혹 붙이나?

보험·카드설계사 등 유지비용 급증 감당 못해…대규모 '실직 사태' 우려
확실한 채널 보유한 은행계 보험·카드사만 상대적으로 수혜 입을 수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특수고용직 노동3권 보장’을 공약으로 제시한 것과 관련, 관련 업계 종사자의 대규모 실직사태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중 특히 보험업계와 카드업계에서는 제2의 ‘비정규직 보호법’이라며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을 보호해주긴 커녕 대규모 실직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최근 ''주간 문재인'' 녹화 현장에서 “특수고용직 노동자들의 노동3권을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공약을 밝혔다. 아울러 “이들의 고용보험 및 산재보험 가입을 의무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비슷한 공약을 내민 적 있어 확고한 신념으로 여겨진다.

특수고용직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로 분류되지만, 한 회사에 고용돼 일하기에 노동자의 특성도 지니는 직군을 뜻한다. 금융권에서는 주로 보험설계사와 카드모집인이 이에 해당한다.

두 업계에서는 “현실을 모르는 공약”이라는 비판이 강하다. 보험업계 고위관계자는 “노동3권과 산재보험 등을 보장할 경우 보험설계사 유지비용이 급증한다”며 경영 악화를 우려했다. 그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이를 감당해내기 힘들기에 저실적자부터 차례로 해촉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드업계 고위관계자도 “카드사와 카드모집인은 계약관계이기 때문에 회사에 벌어다주는 수익보다 비용이 더 크다고 판단되면, 해촉하는 수밖에 없다”고 비슷한 입장을 밝혔다.

금융권 관계자는 “요새는 보험설계사, 카드모집인 등 오프라인 영업인력 외에도 은행, 홈쇼핑, 온라인 등 다양한 마케팅 수단이 있어 꼭 이들에게 의존할 필요가 愎?rdquo;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경기가 워낙 안 좋아 각 사들이 매출 증대보다 수익성 위주로 경영전략을 바꾼 상태”라면서 “따라서 유지비용이 급증할 경우 매출액 축소를 감수하더라도 해촉으로 움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험설계사와 카드모집인이 해촉된다는 것은 곧 실직으로 이어진다는 뜻이다. 지난해 9월말 집계된 보험설계사 수는 총 19만6889명이다. 카드모집인 수는 지난해 2월말 기준으로 7만7000명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금융권에서만 수십만명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고 염려했다. 그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비정규직 보호법’을 만들었다가 도리어 대규모 실직 사태만 일으켰던 것과 비슷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의무화’를 주된 내용으로 한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후 일어난 일은 정규직 수 증대가 아니라 대량의 실직이었다. 기업들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켜주기보다 2년을 채우기 전에 해고하는 쪽을 택한 것이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특수고용직이 노동자인데 노동자의 권리를 인정 못 받는다’는 지적 자체가 너무 단편적인 시각”이라며 “거꾸로 개인사업자이면서 회사로부터 다양한 혜택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험사는 보험설계사에게 정착지원금, 사무 공간, 전화비, 인터넷비, 업무 자료 등 다양한 지원을 한다”며 “이는 사업을 하고 싶지만 자본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보험설계사와 카드모집인의 대규모 해촉이 실제로 발생할 경우 은행계 보험사 및 카드사가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오프라인 영업력이 약해지면, 결국 같은 금융그룹 내에 은행이라는 확실한 판매채널을 쥐고 있는 회사가 유리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그는 “생명보험업계에서는 NH농협생명이, 손해보험업계에서는 KB손보가, 카드업계에서는 신한카드, KB국민카드, 우리카드, 하나카드 등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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