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총수 유고'에 집단경영체제로 비상경영

브랜드 가치 추락 우려· 중대 결정 콘트롤타워 부재 '겹악재'

연간 매출 300조 원이 넘는 글로벌 그룹 삼성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총수가 구속되는 사태 속에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특히 삼성은 리더십 공백으로 인해 기업 인수합병이나 주요 상품전략, 인력 채용 등 중요한 결정을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삼성을 바라보는 여론이 따가운 만큼 앞으로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지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야 하는 부담감도 안게 됐다.

◇ 그룹 전반 현안 'CEO 집단협의체' 통해 처리할 듯

삼성은 총수 유고로 당분간 미래전략실과 계열사 사장단 중심으로 경영을 꾸려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국회 '최순실 게이트'  청문회에서 해체를 약속했지만, 총수 유고 사태로 인해 한동안 유지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래전략실 최지성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차장(사장) 역시 불구속 기소될 가능성이 커 예전과 같은 사령탑 역할을 담당하기는 쉽지 않다.  계열사 현안은 각사 전문경영인이 책임을 지고 해결해 나가되, 굵직한 사안의 경우 관련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간 협의 등을 통해 풀어가고, 그룹 전반에 걸친 현안은 CEO 집단협의체 운영을 통해 논의해나가는 방식이 가장 유력해보인다.

삼성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이 당시 조준웅 특검의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고, 미래전략실의 전신인 전략기획실도 해체되는 등 리더십 공백기를 맞은 바 있다.

당시 삼성은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 복귀할 때까지 전문경영인 집단협의체방식으로 회사를 이끌어 갔으나 미래사업에 대한 투자 등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태양광, LED 등 몇몇 사업이 경쟁업체들에 따라 잡히는 결과를 감내해야 했다.

◇ 총수 구속으로 이중 삼중의 부담

삼성은 이번 총수의 구속으로 국내외적인 브랜드 이미지 손상을 입게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컨설팅기업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6년 글로벌 100대 브랜드' 평가에서 브랜드 가치가 전 세계 7번째, 국내 기업 1위를 기록했다.  그러나 총수의 구속으로 인해 브랜드 가치 훼손이 우려된다. 현재 외신은 삼성 총수의 구속 사실을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타전하고 있다.

폴크스바겐의 경우 인터브랜드의 2014년 평가에서 31위를 기록했지만 디젤게이트에 휘말리면서 브랜드 순위가 2015년 35위, 2016년 40위로 내리 하락한 바 있다.

삼성은 또 총수의 부재 속에 중대한 전략적 결정의 상실이 우려된다.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 하만(Harman) 사례와 같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천문학적인 손실이 따르는 갤럭시노트7의 단종 결정 등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 공식화한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도 탄력을 잃어 조직 정비의 기회를 놓치게 됐다.

더욱이 심각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삼성은 물론 재계에서는 '비명'을 지르고 있지만 여론은 여전히 싸늘하다는 점이다.

이른 새벽 전해진 재계 1위 삼성의 총수 구속 소식에 온라인상에는 순식간에  '사필귀정'이라는 취지의 평가가 다수 올라왔다. 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 분노와 함께, 반복된 정경유착의 역사와 재벌에 관대했던 사법당국의 판결 등에 대한 정서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삼성을 둘러싼 해묵은 문제까지 다시 등장해 삼성에 곤혹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삼성전자 노동자의 백혈병 피해에 관한 청문회를 열기로 했고 전북도의회는 삼성의 새만금투자 계획 철회에 대한 진상을 조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제 삼성으로서는 재판에서 이 부회장의 무죄를 입증함으로써 경영 정상화를 이루는 게 선결과제이지만 장기적으로 사회적으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무거운 숙제도 안게 됐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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