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에너지독립 정책, 국제유가에 악재되나

"유가 유지되어야 정책 효과 나타나…큰 변수는 안될 것"

지난 20일 45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과 동시에 미국의 원유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발언을 해 회복세를 보였던 국제유가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투자자들은 트럼프의 ‘미국 에너지 독립’ 선언에 따른 원유 증산 여부와 달러 가치의 강세가 국제유가와 유가연동 투자상품의 수익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에 주목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이 국제유가가 어느 정도 선을 유지해야 의미가 있기 때문에 미국이 원유 증산을 하더라도 국제유가가 크게 후퇴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트럼프는 미국의 에너지 자원을 활용해 외국산 석유 의존도를 낮추는 에너지 독립계획을 밝혔다.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는 미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미국산 원유와 셰일가스, 천연가스 등을 적극적으로 시추해 인프라 구축에 투자하고, 에너지 산업의 부흥을 저해하는 규제는 철폐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국제유가는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기준 연초 이후 배럴당 50~53달러선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28일 최근 1년 새 최고치인 54.06달러를 기록한 이후 상승 기세가 조금 꺾인 상태다.

글로벌 경기의 침체로 원유의 수요 증가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요즈음 국제유가는 공급량 전망에 따라 오르고 내리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최근 오름세를 보이며 1배럴당 55불 근처까지 오를 수 있었던 배경으로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생산량 감산 합의가 꼽힌다. 즉 주요 산유국들의 원유 공급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감이 국제유가의 상승으로 연결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의 미국 에너지 독립 발언은 글로벌 원유 시장의 원유 공급 증대 이슈로 작용해 유가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달러의 강세도 유가에는 부담 요소다. 지난 17일 트럼프의 달러강세 우려 발언에 달러인덱스는 100.32까지 하락했고 20일에는 100.69를 기록했지만 지난 1년을 기준으로 보면 달러는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정책이 국제유가에 미칠 영향은 생각보다 크지 않고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황병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에너지 독립의 일환으로 원유의 생산을 늘린다고 해도 가격 수준이 낮다면 트럼프의 화석에너지산업 활성화 목표 달성에 실패하기 때문에 가격 한계선을 두고 생산량을 늘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상승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국제유가는 배럴당 50달러에 바닥권을 형성하고 50~60달러 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달러인덱스도 100을 기준으로 오르내리고 있기 때문에 충격적으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유가에 큰 변수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OPEC 감산합의의 현실화 여부와 미국의 증산 가능성을 이유로 국제유가가 올해 1분기까지 배럴당 50달러를 사이에 두고 등락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펀드평가사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국내원유펀드는 부진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개월 동안 원유펀드 중에 플러스 수익을 낸 것은 원유가격을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원유펀드가 유일했다.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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