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환율 당분간 널뛰기 전망

환율 변동 폭 6년 만에 최대…'환리스크' 불안감 증폭
이주열 총재도 "소비·투자에 부정적 영향" 우려 표명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장. 사진=연합뉴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의 강달러 우려 발언에 급락했던 원·달러 환율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장의 금리 인상 발언으로 하루 만에 오름세로 전환했다.

20일(미국시간) 트럼프 당선자의 취임을 앞두고 정책 불확실성이 증폭되며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널뛰기 장세를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환율 변동 폭이 6년 만에 최대 수준을 보여 국내 경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0.9원 오른 1177.6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13.3원 오른 1180.0원으로 개장했다.

외신에 따르면 지난 18일(현지시간) 옐런 의장은 샌프란시스코 연설에서 “금리 인상을 너무 오래 기다리는 것은 고물가와 불안정성이라는 위험을 형성할 수 있다”며 “점진적 금리인상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오는 2019년 말까지 매년 2~3회의 연방기금금리 목표치(기준금리) 인상을 예상하고 있다. 기준금리는 장기 중립금리 예상치인 3%에 근접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옐런 의장 연설 전날에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를 통해 “달러강세는 결코 소망스럽지 않다”고 밝혀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곤 했다. 트럼프 당선자의 발언으로 환율뿐만 아니라 국제유가, 금 시세, 뉴욕증시, 다우지수 등도 모두 출렁였다.

연일 출렁이는 환율 행보에 시장은 트럼프가 취임 후 강조하는 정책에 따라 글로벌 통화 방향성이 좌우될 것으로 전망했다. 당분간 원·달러 환율이 요동칠 것으로 예상했다. 달러 강세는 수출가격 상승과 수출기업의 이익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형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자산의 지위가 공고해지면서 달러화 자산 선호가 강화됐다”며 “전 세계 외환보유액 내에서 달러화 비중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엔, 파운드, 유로, 위안화가 달러화를 대체하는 것은 수년 내에 어려울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이 올해 최소 2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의지도 강달러를 지지한 것으로 분석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트럼프가 취임하고 난 후 보호무역 정책이 강화되는 과정에서 달러화는 강세압력이 완화되거나 약세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보호무역의 정책효과가 달러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속되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른 국가와 차별화된 미국 경기 여건 등이 달러화 강세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료=한국은행
환율 변동 폭은 실제로 6년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중 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일간 환율 변동 폭은 하루 평균 6.0원(0.51%)에 이르렀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 예상치 못한 대외변수가 주요인이다.

금융권에선 원·달러 환율의 높은 변동성으로 ‘환리스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환율 변동성 확대를 걱정했다.

이 총재는 “미국 금리 인상 속도 횟수에 대한 기대가 수시로 바뀌면서 환율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다”며 “환율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 되면 경제 주체들의 소비나 투자 등 경제 행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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