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에 따라 SK·롯데 등 다른 대기업들에 대한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재계는 삼성에 이어 SK그룹, 롯데그룹 등에 대한 수사까지 본격화할 경우 관련 기업의 경영활동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검의 수사 진행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다음 수사 대상으로 꼽히는 SK, 롯데 등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 특검, “경제적 충격 보다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
특별검사팀이 16일 최순실(61·구속기소)씨에 대가성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 부회장에게 뇌물공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 등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 이규철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구속영장 청구 결정에서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중요하지만 정의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자신의 경영권 승계 문제가 걸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은 최씨의 독일법인인 코레스포츠와의 220억원대 컨설팅 계약,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대한 16억2800만원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특검은 또 이 부회장이 회사 자금을 부당하게 빼돌려 일부 지원 자금을 마련했다고 보고 특경가법상 횡령 혐의도 적용했다. 이 부회장에게는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거짓 증언을 한 혐의도 적용됐다. 그는 청문회에서 지원이 결정되고 실행될 당시 최씨의 존재를 몰랐고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적도 없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삼성과 이 부회장이 2015년 3월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를 맡을 즈음 이미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았고 그때부터 금전 지원을 위한 ''로드맵'' 마련에 들어갔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구속 여부는 18일 법원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거쳐 결정된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특검의 결정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고,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 SK · 롯데 발등의 불 … "특검 수사방향 예의 주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을 청구 소식에 재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국내 최대 대기업집단인 삼성의 총수가 구속될 경우 경제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SK그룹은 롯데그룹과 함께 특검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꼽히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당시 111억원을 출연했는데 당시 최태원 회장 사면이라는 현안이 불거져 있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박근혜 대통령이 SK에 현안 해결을 대가로 미르·K스포츠재단에 거액의 출연금을 요구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는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 모금을 통해 최순실 씨가 설립을 주도한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에 각각 17억 원(롯데케미칼), 45억원(롯데면세점)을 출연한 데다 작년 5월 말에는 K스포츠재단의 ''하남 엘리트 체육 시설 건립'' 계획에 70억 원을 추가로 기부했다가 검찰 압수수색(6월 10일)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13일까지 5일에 걸쳐 돌려받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출연의 대가로 지난해 3월 14일 신동빈 롯데 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독대한 뒤 롯데가 바라는 대로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특허 발급이 결정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차은택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K컬쳐밸리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CJ그룹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검은 지난해 이재현 CJ 회장의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청와대와 CJ 간에 사전교감이 있었다는 정황이 담긴 ''안종범 수첩''을 확보한 상태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CEO를 구속수사할 경우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이 매우 걱정스럽다"며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송광섭 기자 songbird803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