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7개월째 기준금리 동결…대내외 불확실성 지속

금융불안·가계부채 우려 속 미국 신정부 경제정책 방향 등 변수 상존

한국은행이 13일 1월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7개월째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사진=주형연 기자
한국은행은 13일 2017년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연 1.25%로 동결했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해 6월 연 1.5%에서 1.25%로 하향조정 된 뒤 7개월 연속 동결됐다.

한은은 미국의 신정부 정책방향 및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보호무역주의 확산 움직임 등 영향에 1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한은 관계자는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해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대내외 여건의 불확실성에 따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추이, 가계부채 증가세 등을 면밀히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장은 올해 2~3차례 정도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과 트럼프 신행정부 출범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된 만큼 한은이 당분간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 신정부 출범에 따른 경제정책과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조 변화 가능성 등 대외요인의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 한은의 금리 동결 배경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슬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지난해 12월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자금유출 우려와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방향 및 대내외 경기흐름을 확인할 필요성이 남았기 때문”고 분석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방향성이 불투명한 것도 금리 동결 이유 중 하나다.

가계부채의 급증세가 한풀 꺾였지만 금리 인하를 적용하기엔 한은으로썬 여전히 부담스런 대목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말 가계부채 규모가 약 1500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지난 12일 한은이 발표한 ‘2016년 12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708조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으로 전월대비 3조5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전월 증가액보다 5조3000억원이 감소한 것으로 지난해 2월(2조9000억원) 이후 10개월 만에 증가폭이 가장 적었다. 지난해 12월 가계대출 증가 폭이 줄어든 것은 가계대출의 주를 이루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이 줄어든 데 따른 것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3조6000억원으로 1년 전인 6조2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절반가량 줄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거래량 감소,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증가 규모가 크게 축소됐다”며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 중심의 대출 선수요가 12월 중 주담대 증가규모 축소 요인으로 일부 작용했다”고 말했다.

김진평 삼성선물 연구원은 “12월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소 둔화됐으나 부동산 대책이 아직 시행 초기에 있고 규모 자체도 증가하고 있어 한은이 금리를 동결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통위원들도 그동안 금리동결 의지를 시사해왔다. 지난해 12월 금통위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대부분은 경기회복을 위해 필요한 대응책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 보다 정부의 적극적인 확장적 재정정책을 제시했다.

한 금통위원은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정책에 비해 관련 위험의 누증을 초래하지 않는 재정정책의 적극적 역할이 중요하다”며 “거시경제·금융안정의 리스크가 높아졌을 땐 직접적 효과로 나타낼 수 있는 재정정책의 유효성이 더 높다”고 말한 바 있다.

앞서 한국금융투자협회가 채권시장 전문가를 대상으로 1월 기준금리 전망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102명) 전원이 기준금리가 동결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금투협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전원이 금리 동결을 예상한 것은 2014년 6월 이후 2년7개월 만이다.

한편 한은은 이날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을 새로 발표한다. 성장률 전망은 지난해 10월에 제시한 2.8%에서 2%대 중반으로 0.2~0.3%포인트 가량 하향조정 되는 방안이 우세하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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