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뉴엘 사태 관련 소송 판결에 신경쓰이는 수출 中企

6개 은행, 무보 상대 보험금 청구소송…수협 1심에서 패소
무보 보증 믿고 대출한 은행들 패소 시 대출 심사 강화 전망

무역보험공사(무보)와 6개 은행 간의, 모뉴엘 관련 보험금 청구소송에서 ‘1번 타자’로 나선 수협은행이 패소하면서 은행권 전체가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자칫 다른 은행들도 모두 패소할 경우 수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새로 쌓아야 해 올해 또는 내년 실적에 상당한 악영향을 입게 된다.

특히 이 같은 판결이 확정되게 된다면 향후 은행이 무보의 보증을 믿고 대출을 할 수 없게 되어 수출 중소기업의 자금융통에 어려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모뉴엘 사태’와 관련해 무보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제기한 은행은 수협은행,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기업은행, 산업은행, KB국민은행 등 총 6곳이다.

가장 소송가액이 많은 기업은행(991억원)과 하나은행(916억원)을 비롯해 총 소송가액은 3616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모뉴엘의 수출채권이 가짜로 드러나 대출금을 회수할 수 없게 되자 무보에 미리 가입해둔 단기수출보험(EFF)을 통해 보험금 지급을 요구했다. 그러나 무보는 자신이 모뉴엘에게 보증서를 내줬음에도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싸움이 법정으로 옮겨간 것이다. 그런데 지난 10일 수협은행이 1심에서 패소하면서 은행권에 큰 파장이 번졌다.

재판의 쟁점은 대출의 근거가 된 수출채권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였는데, 서울중앙지법 민사18부는 "은행의 부실심사 정황이 인정된다"며 무보의 손을 들어줬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무보의 보증서 관련 대출은 대부분 서류 작업으로만 이뤄진다”며 “실제로 수출이 진행됐는지에 대해 은행이 직접 확인해야 한다는 판결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때문에 오는 6일과 20일 선고되는 하나은행 및 농협은행 관련 1심 판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은행은 “은행별로 재판부는 물론 담당 법무법인도 달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초조함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毬だ뵉析?농협은행까지 패소할 경우 다른 세 은행의 판결도 비슷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은행의 대손충당금 부담은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6개 은행은 대부분 모뉴엘 관련 대손충당금을 50% 가량만 쌓았다. 무보로부터 보험금을 받을 경우에는 기존 대손충당금까지 이익으로 환입되지만, 반대의 경우 새롭게 수천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야 한다.

자연히 각 은행의 올해 혹은 내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금융권에서는 이 소송에서 무보가 책임을 면하게 되면 결국 중소기업에 타격이 돌아갈 것이라고 우려한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그간 무보가 보증한 대출은 은행이 빠르게 처리해줬다”며 “하지만 무보의 보증을 믿고 대출해 줬는데도 은행이 별도로 책임을 져야 한다면 은행 입장에서는 (개별 대출건을)꼼꼼하게 심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즉, 일반 중소기업 대출로 취급돼 시간이 오래 걸리고 거절될 확률도 대폭 상승한다”며 “이는 당장 돈이 급한 수출 중소기업들에게 큰 고통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보의 보증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은 곧 무보의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는 뜻과 마찬가지”라면서 “어느 중소기업이 은행에서 인정해주지 않는 보증서를 얻기 위해 무보에 발걸음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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