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텔레마케팅 '불완전판매 민원' 끊이지 않아

녹취 불구 서비스 혜택 등 설명과 달라 소비자 민원 잇따라
실적에 따른 보수로 무리한 판매…샘플링 검수하나 역부족

 

A(50)씨는 "최근 카드사의 텔레마케팅을 통해 특정 가맹점에서 5% 청구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신용카드를 발급 받았지만 알고보니 전월 실적이 50만원 이상 되어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였다"고 하소연했다. 

B(30)씨의 경우 텔레마케팅을 통해 기존에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는 신용카드의 교체발급을 권유받았다. 텔레마케터는 "이 카드도 전 카드와 마찬가지로 공항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막상 카드를 발급 받아보니 안내서에 라운지 이용에 대한 언급이 없어 콜센터에 문의했더니 "이 카드는 공항 라운지 이용 가능 카드가 아니다"는 답변을 들었다.

C(53)씨는 적립한 포인트로 할부결제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한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하지만 막상 할부결제 시 포인트로 결제가 되지 않아 한국소비자원에 피해구제 신청을 했다.

카드사들이 텔레마케팅(TM)을 통한 상품 판매 과정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를 막기 위해 해당내용을 녹취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완전판매가 횡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텔레마케팅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는 경우 속사포와 같이 빠른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데다 제대로 된 피해보상도 받기 어려워 피해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3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텔레마케팅을 통한 카드 발급 과정에서 충분히 설명을 듣지 못해 혜택이나 연회비 등을 제대로 알지못하고 카드를 발급받는 경우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텔레마케팅이나 카드모집인의 영업과정에서 발생한 민원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 3분기까지 롯데·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카드 등 7개 카드사들의 '영업' 관련 민원건수는 모두 441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는 모두 743건에 달했다. '영업' 관련 민원은 텔레마케팅이나 카드모집인의 영업과정에서 발생한 민원을 말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신용카드에 대한 전체 소비자 상담 건수는 2013년 5982건, 2014년 5490건, 지난해 4623건으로 점차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텔레마케팅을 통한 불완전판매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텔레마케팅 과정에서 불완전판매가 횡행하는 것과 관련, 카드사 텔레마케터들의 급여 대부분이 카드 판매 인센티브로 충당되기 때문에 판매 실적이 없으면 월급도 거의 없다보니 실적 압박이 심해 불완전판매로 이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카드사 텔레마케터는 "기본급이 워낙 적고 나머지는 실적 인센티브로 채워지다보니 실적을 채우기 위해 하루 200통 이상씩 전화를 돌리고 있다"며 "부익부 빈익빈이 굉장히 심해 한 달에 1000만원 이상 가져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100만원도 못 버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샘플링을 통해 녹취 내용을 검수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 민원이 들어오지 않으면 해당 내용을 확인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다른 카드사 텔레마케터도 "녹취 내용이 길다보니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고 샘플링을 하는 데도 한계가 있다"며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지주에 속해있는 카드사의 경우 연회비 부당 청구, 할인서비스 미이행 등 민원이 발생하면 해당 카드사가 아닌 같은 금융지주의 은행으로 찾아가 항의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사례는 민원건수 집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카드 불완전판매 관련 민원은 카드사 집계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지주 계열의 한 은행원은 "카드사 텔레마케팅을 통해 카드를 발급받은 뒤 연회비나 혜택 등이 들은 내용과 다르다며 은행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은행에서는 녹취록을 따로 확인하지 않고 해지를 원하면 카드를 해지해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최근 채무면제·유예상품(DCDS) 불완전판매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고객들은 대개 속사포처럼 빠르게 설명하는 모집원의 전화 상담을 통해 가입하는데, 일부 상담사들이 카드 채무를 면제하거나 결제를 유예하는 혜택만 강조하고 수수료를 뗀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아 불완전판매 논란이 불거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카드사 텔레마케팅에 대한 감시를 꾸준히 강화하고 있는데 해당 내용이 확인되면 검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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