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대책 여파·주담대 금리 오름세…미분양 '악몽' 재현되나

"美 연준 금리인상 전에 해소하자"…건설사 분양물량 대거 쏟아내
투기꾼·실수요자 발 묶여…급격한 시장 위축은 없을 것이란 견해도

이 달 인천에서 공급한 뉴스테이 단지내 ''인천 서창 꿈에그린'' 견본주택에 방문한 방문객들의 모습, 사진=리얼투데이


오는 25일부터 건설사들이 아파트 분양물량을 대거 쏟아낸다. 통상 11~12월은 전통적인 비수기이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서 그 전에 물량을 털어내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11.3 부동산대책 여파로 투기꾼들의 발이 묶인 데다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격한 오름세를 타면서 실수요자들까지 구매를 망설이는 분위기다.  때문에 또 다시 ‘대규모 미분양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 서울·경기·울산·경남 등 수만가구 일제 분양
 
23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오는 25일 서울시, 경기도, 울산시, 경상남도 등 전국적으로 2만가구가 넘는 분양물량이 쏟아진다.

대림산업은 서울시 관악구에 1531가구, 롯데건설은 경기도 수원시에 2945가구, 대우건설은 경기도 의왕시에 1774가구, 반도건설은 울산시 북구에 1162가구의 분양을 시작한다.

이같은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분양 움직임은 연준의 움직임와 연관이 깊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물가 상승 전망이 강해지면서 연준이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예상도 힘을 받고 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연준이 다음달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경우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을 위험이 크기에 그 전에 미리 물량을 해소하기 위한 ‘밀어내기 분양’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미국 대선 영향,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 국내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건설사들이 올해 분양을 서두르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문제는 현재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우선 ‘11.3 부동산대책’ 시행 후 투기꾼들의 움직임이 크게 제한됐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번달 들어 지난 22일까지 강남 4구에서 거래된 아파트 매매는 1806건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동기의 2300여건에 비해 20% 이상 급감한 수치다. 지난달(3175건)과 비교해서도 크게 줄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타깃으로 잡은 몇몇 분양단지에서 투기꾼들이 썰물처럼 사라졌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치솟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실수요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코픽스가 상승하는 등 시중금리가 오름세를 나타내면서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덩달아 뛰고 있다.

KB·신한·우리·하나·NH·기업은행 등 주요 6개 은행의 지난달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대부분 전월 대비 상승했다.

특히 NH농협은행은 9월 2.82%에서 10월 3.07%로 0.25%포인트나 급등했다. 가장 적게 상승한 신한은행도 0.09%포인트 뛰었다.

유일하게 우리은행만이 10월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0.13%포인트 내렸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애초에 9월 평균 금리(3.17%)가 타행 대비 상당히 높은 편이어서 제 자리를 찾아가는 중인 것으로 여겨진다.

10월 기준 농협은행 외 우리은행(3.04%), 신한은행(3.03%), KB국민은행(3%) 등 네 곳이 3%대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기록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달에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가 급격하게 오르면서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수요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 실수요자도 구매 망설여…“급랭 위험 낮다"는 의견도

투기꾼들의 발이 묶이고, 실수요자들이 이자부담 때문에 주택 구매를 망설이게 되면서 분양시장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올해 끓어오른 부동산 열기가 정부의 각종 규제로 서서히 가라앉는 추세”라면서 “건설사들이 ‘마지막 불꽃’을 노리고 분양 물량을 쏟아내는 분위기”라고 평했다. 그는 “하지만 ‘마지막 불꽃’이 타오르지 못하고 힘없이 꺼져버릴 위험이 상당하다”고 덧붙였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요즘 주택담보대출 신청 자체가 크게 줄었다”며 “정부 규제와 금리 인상 등 때문에 부동산시장의 앞날을 부정적으로 본 실수요자들이 나서지 않을 경우 미분양이 대거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은행이 집단대출을 사실상 중단한 것도 미분양을 부추기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한창 시장이 좋던 작년에도 미분양 때문에 골치를 썩은 바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시한 분양에서 김포시 2708가구, 한강 신도시 1900여가구 등의 미분양이 발생했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초이노믹스’ 실행 전인 2013년말에는 수도권에서만 미분양 물량이 3만5000가구를 넘어선 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초이노믹스’와 중도금 무이자대출 지원 등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지난해에는 수도권 미분양 물량이 1만5000가구 밑으로 내려갔지만, 여전히 건설사들에게 미분양은 ‘악몽’과 같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정부의 의지와 관련이 깊다”며 “정부가 부동산시장 냉각을 각오하고서라도 가계부채를 잡으려 든다면 올해말부터 내년초에 걸쳐 대규모 미분양이 현실화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아직까지는 분양시장이 바로 얼어붙지는 않을 것이란 견해도 있다.

권 이사는 “12월 분양의 성적은 안 좋을 가능성이 있지만, 오는 25일의 분양은 아직 괜찮다”며 “분양시장의 전체 분위기가 크게 가라앉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분양성적이 크게 나쁘게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25일의 분양물량 중 ‘11.3 부동산대책’에서 규제하는 조정대상지역의 비중은 20% 수준에 불과하다”면서 "부동산시장이 반응이 바로 나타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급랭의 위험은 낮다”며 규제로 인한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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