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커피人사이트] 커피찌꺼기 재활용 사업화 나서

주양제이앤와이 조호상 대표, 종로구 커피 매장 돌며 수거
느타리 재배 배지 활용…표고버섯 재배 활용 방안 연구도

조호상 주양제이앤와이 대표. 사진=오현승 기자.
"커피를 즐기는 이들은 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커피찌꺼기 처리 문제는 대부분 관심이 없습니다. 커피찌꺼기는 일종의 생활폐기물이라 이를 제대로 활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조호상 주양제이앤와이 대표(사진)의 목소리엔 짙은 안타까움이 스며 있었다.  커피전문점에서 배출되는 커피찌꺼기는 소비자들이 가져가는 극히 일부를 빼면 모두 쓰레기로 분류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버려지는 커피찌꺼기의 양을 집계한 자료 또한 제각각이다.

주양제이앤와이는 자원 재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2006년 6월 해우환경개발로 사업을 시작, 이듬해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지금의 사명을 갖게 됐다. 자본금과 매출액은 각각 1억원, 14억원 정도다.

이 회사는 지난 8월부터 서울시와 함께 커피찌꺼기 수거사업을 진행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5~6명의 직원이 1주일에 서너 차례씩 서울 종로구 내 커피전문점 45곳과 일부 개인이 운영하는 커피 매장을 돌며 한 번에 약 400㎏ 정도의 커피찌꺼기를 수거한다. 

커피찌꺼기 재활용 사업은 주양제이앤와이의 자원 재활용 업무를 확장한 개념으로, 조 대표는 3년간 공들여 이 사업을 성사시켰다. 당초 두 달 짜리 시범사업이었지만, 사업의 연속성, 공익성 등의 가치가 고려돼 6개월간으로 사업기간이 연장됐다. 

조 대표는 9일 고양시 주교동에 위치한 주양제이앤와이 연구소에서 기자와 만났을 때 "커피찌꺼기는 버섯재배에 필요한 배지(培地)나 가축사료, 생균 퇴비로 재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재료"라 강조했다. 탈취제나 주방세제로도 쓸 수 있으니 그 쓰임새가 적지 않다고 힘줘 말했다.

주양제이앤와이는 수거한 커피찌꺼기를 버섯을 키우기 위한 배지를 만드는데 주로 쓴다. 배지는 ? 식물 등을 배양하기 위해 특수한 물질을 넣어 섞은 것으로, 주양제이앤와이에선 커피찌꺼기를 버섯을 키우기 위한 영양원으로 활용한다. 커피찌꺼기를 이용한 배지 제작방법은 최근 개발됐는데, 커피찌꺼기의 잔여 영양분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버섯 재배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커피를 추출한지 24시간이 지나지 않은 신선한 커피찌꺼기를 수거하는 게 관건이다. 또 갓 추출하고 남은 커피찌꺼기의 함수율은 60~65%이라는 점에서 곰팡이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건조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버섯 재배시설. 고양시 주교동 주양제이앤와이 연구소 내 위치해 있다. 사진=오현승 기자.

주양제이앤와이 연구소 옆엔 느타리버섯을 재배하기 위한 50평 남짓(약 165㎡)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 곳엔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배지가 여럿 있는데, 이는 느타리버섯을 키우는 용도다. 그는 "버섯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최적의 비율을 찾아내고자 균상재배, 병재배 등 다양한 재배방식을 놓고 여러 연구와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커피의 카페인 성분이 자칫 버섯의 성장을 저해하진 않을까? 기자의 이 같은 질문에 조 대표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커피찌꺼기로 키운 버섯의 성분을 검사했지만 카페인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조 대표는 "미생물이 커피찌꺼기의 카페인 성분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며 "오히려 향후 진행할 예정인 표고버섯 재배와 관련, 카페인이 표고버섯의 성장을 촉진한다는 연구결과가 있어 이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주요 버섯 배지의 배합비는 대외비다. 하지만 조 대표는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버섯 재배 기술이 궤도에 오르면 해당 정보를 모두 공개할 계획이다. 자원 재활용과 우수한 농법 확산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渼募?일종의 ''카피레프트 운동''인 셈이다.

고민도 있다. 무엇보다도 커피찌꺼기를 수거하는데 드는 인건비, 물류비가 가장 큰 부담이다. 사회적기업으로 자원 재활용과 고용 창출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쉽지 않다. 지금으로선 손실을 떠안으면서 사업을 진행하는 실정이다.

주양제이앤와이의 커피찌꺼기 수거 사업은 조 대표의 자원 재활용 원칙에서 비롯됐다. 이 회사는 지난 2010년부터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을 돌며 일회용컵을 수거, 재활용을 시작했다. 강변 테크노마트, 신도림 테크노마트 및 김포 롯데몰 등의 대형쇼핑몰의 생활쓰레기와 폐기물을 분리, 선별해 재활용하는 역할 역시 주양제이앤와이의 몫이다.
버섯 재배 시설 내부. 사진=주양제이앤와이.

조 대표의 구상은 단순히 커피찌꺼기와 일회용컵을 재활용하는 데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사업의 경제성을 높여 사회 공헌사업의 범위를 늘리고, 또 이를 통해 청년층, 노령층 및 취약계층의 고용 및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게 목표다. 커피찌꺼지를 통해 재배한 느타리버섯을 유기농 농산물 꾸러미형태로 직원들과 나누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어 조 대표는 "커피찌꺼기를 활용한 자원 재활용 아이디어가 있다면 주양제이앤와이가 수거한 커피찌꺼기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식으로 ''창업 인큐베이터''또는 ''창업 서포터'' 역할을 할 계획"이라며 "커피찌꺼기를 통한 버섯 재배가 커피를 즐기는 이들이 자원 재활용 문제에 보다 관심을 기울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양=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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