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장 10년 무료'…증권사들 거래수수료 미련 버리나

앞다퉈 몇년씩 무료서비스 제공하며 비대면 고객 유치 나서
자산관리·IB·신기술사업금융 등 非수수료 수익 창출에 올인

사진=강중모 기자
증권사들이 전통적인 수익원이었던 거래수수료 수입을 길게는 10년까지 포기하고 온라인 거래 고객 유치에 나서면서 비수수료 수입에 역량을 집중하는 등 수익구조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최근 ‘비대면 계좌개설’이 가능해진 이후로 최대 10년에 달하는 기간 동안 온라인 거래수수료를 무료로 해주는 이벤트를 실시하며 고객 유치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대신 IB(투자은행)을 비롯해 새로운 먹을거리를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TB투자증권은 지난 24일부터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최초로 계좌를 개설한 신규고객에게 10년 동안 온라인 주식매매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신규고객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를 연말까지 진행하고 있다.

현재 거래수수료 무료서비스로 최장 10년을 내건 KTB투자증권 외에 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들도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 이용고객에게 3년에서 5년까지 온라인 수수료 면제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사실상 거래수수료 수입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증권사들이 역마진을 각오하면서 무료 이벤트를 벌이는 이유는 고객을 타사에 빼앗기지 않겠다는 것 외에도 고객을 더 많이 끌어들여 장기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자산관리(WM) 등 선진국형 서비스 기반을 만들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증권사들이 수수료 의존도를 줄이고 IB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는 것 역시 증권사의 수익구조를 선진국 스타일로 바꿔 향후 업계의 지형 변화에 대응하고 먹을거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증권사들은 고객의 거래에 따른 눈앞의 수수료 수익보다는 더 많은 고객?확보를 통한 미래 기반 다지기와 IB부문 강화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대형사에 비해 몸집이 작은 중소형 증권사들은 수익 다각화를 위해 조직을 개편하고 새로운 사업영역에 뛰어드는 등 ‘특화 증권사’가 되기 위한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LIG투자증권은 최근 신사업 특화 증권사로 발돋움하기 위해 PI(자기자본투자)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사모펀드TF팀을 헤지펀드사업본부로 격상해 운영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KTB투자증권도 IB 특화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 선박, 부동산과 같은 대체투자 등 새로운 수익원을 발굴하고 있고,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석종 사장은 항공기 투자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는 등 수익 다각화에 앞장서고 있다.

대형증권사들도 수수료에 의존하지 않고 수익 다각화를 하기 위해 신기술사업금융업 같은 새로운 투자 영역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기존의 코리아에셋투자증권과  IBK투자증권 외에 한국투자증권, 유안타증권이 신기술사업금융업 시장에 진입한데 이어 지난 4일에는 신한금융투자, 유진투자증권, 대신증권도 새롭게 합류했다.

신기술사업금융업은 바이오, 엔터테인먼트, 유통 등 다양한 영역에 투자하는 사업으로 증권사에는 중소기업 투자금융 활성화를 위한 목적으로 겸업이 허용됐다.

증권사가 이 사업에 진출할 경우 비상장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융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수익을 다각화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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