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외형성장 대신 평판높은 기업 되겠다"

대국민 사과 및 경영혁신안 발표…5년간 40조 투자 7만명 고용
호텔롯데·우량 계열사 상장 재추진…준법경영위 설치 투명경영

 

신동빈 롯데그릅 회장(왼쪽)이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 및 경영쇄신안 발표의 시간을 가졌다. 신 회장은 이 자리에서 "최근 검찰수사로 고객과 임직원, 협력업체 등 모든 관계자에게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고객을 숙였다. 사진=오현승

롯데그룹이 그간 외형 확대에 치중해오던 경영전략을 내실을 다지는 방향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자산 200조원의 그룹으로 키우겠다는 목표는 재설정했다. 그 대신 회장 직속의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준법경영위원회를 설치해 경영 비리 가능성을 줄이고, 내부 임직원 및 외부 협력사의 기대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강화하고자 그간 추진해 온 호텔롯데 상장을 비롯해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등 우량 계열사의 기업공개도 추진한다.

롯데는 또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고 신규 인력 7만명을 뽑겠다고 발표했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경제활성화 및  고용안정에 기여하겠다는 각오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정책본부 주요 임원 및 23개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경영 혁신안을 발표했다. 4개월간에 걸친 검찰 수사가 최근 일단락된 후 신 회장이 직접 언론을 대상으로 그룹의 경영 비전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롯데 혁신안, 준법경영 및 투자·고용에 방점…질적 성장 강화

신 회장은 가장 먼저 회장 직속기구인 준법경영위원회 설치해 도덕성을 우선으로 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각종 횡령, 배임 및 탈세 등 경영비리로 실추된 기업이미지를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준법경영위는 롯데그룹과 계열사의 준법 제도를 정비하고 각 비준법적 요소를 개선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올해 자산 1조원이 넘는 계열사에 필수적으로 설치되며, 외부 법률전문가 참여를 통해 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준법경영위는 이미 자산 1조원 이상 계열사에 설치된 투명경영위원회와 함께 준법 경영이 뿌리내리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롯데는 전망했다.

향후 5년간 4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매해 8조원 가량의 투자를 단행하겠다는 것으로, 이는 롯데의 종전 투자규모인 연 6조~7조원을 웃도는 것이다. 신규 투자금액은 롯데가 진행 중인 인수합병(M&A)이나 설비투자,  연구개발(R&D)에 쓰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운 상황임에도 지속적으로 투자 규모를 늘려잡는 데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롯데는 또 내년부터 5년간 7만명을 신규 채용하며 일자리 확대에 나서기로 했다. 그룹 내 유통·식품·금융 계열사의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 1만명도 향후 3년간 단계적으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그간 오너가 내부의 경영권 분쟁과 검찰의 경영 비리수사를 거치며 롯데를 바라보는 국민 여론이 극도로 악화된 점을 감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여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결정으로 읽힌다.

성장에 치우친 그룹의 경영전략은 내실을 기하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당초 롯데는 오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10''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잡았지만 이를 재조정하기로 했다. 그간 고성장 추진 과정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산업 생태계 내 갈등을 초래했다는 내부반성에 따른 것이다.

롯데 측은 "조직 내 직원복지와 외부 협력업체 및 이해관계자의 기대치를 상향하고, 사회공헌 등 사회가치에 대한 기대를 높일 것"이라며 "이 같은 가치공헌활동을 통해 기업 안팎에서 평판높은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전했다. 롯데그룹의 또 다른 관계자는 "일례로 각 계열사에 할당하듯 실적 목표룰 부과하는 관행은 앞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그룹정책본부 개편…6월 중단된 호텔롯데 상장 재추진

롯데는 그룹의 ''컨트롤타워'' 격인 정책본부를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정책본부는 그룹의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막는 등의 기능을 하고자 지난 2004년 10월 설립됐지만, 의사결ㅁ망?등의 문제점도 지적돼 왔다. 현재 정책본부엔 약 300여명이 근무한다.

롯데는 향후 정책본부의 역할을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 중심으로 조직을 축소, 재편하고 계열사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정책본부의 역할은 계열사 간 업무 조율, 투자 및 고용, 대외이미지 개선 등 반드시 그룹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만으로 줄게 된다. 

이종현 롯데그룹 정책본부 상무는 "자체 진단으론 정책본부를 개편하는 게 실질적으로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세부적 인원조정 및 역할 변경 등에 대해선 법률전문가 등 외부로부터 진단을 받아 (개편작업을) 실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롯데는 호텔롯데 상장을 조속히 재추진해 주주구성을 다양화하고, 호텔 및 면세사업에 적극 재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검찰 수사로 중단된 호텔롯데 상장 작업도 다시 추진한다. 면세사업의 성장동력을 마련하고 그룹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신 회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공개함으로써 주주구성을 다양화해 글로벌 기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며 "이를 통해 호텔과 면세사업에 적극 재투자해 경쟁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롯데는 검찰의 기소내용 및 재판 진행 경과를 상장 주관사단 및 관련 유관기관과 협의해 상장을 계획대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종현 상무는 "호텔롯데 상장은 현재 롯데의 지배구조개선의 핵심 과제"라면서 "일정이 정해지면 보도자료 등의 방식으로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비롯해 롯데는 코리아세븐,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등 우량 계열사의 상장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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