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판매 중단은 정부의 '수요 예측 실패'

작년 6조 예상에 14조 대출했는데도 올해도 6조만 책정
임종룡 위원장 "현 추세대로라면 20조 될 것" 잘못 시인

자료=박찬대 의원실

연내 보금자리론 판매가 사실상 중단되자 정부의 보금자리론 공급-수요 예측이 실패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금융공사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보금자리론 수요는 6조원을 예상했으나 연간 판매 금액은 14조7496억원으로 8조7496억원을 초과했다. 목표 대비 무려 248%를 기록했다.

올해도 6조원을 예상했으나 지난 7월에 이미 당초 계획을 초과해 8월 기준 9조4192억원을 기록, 목표 대비 156%를 달성했다.

지난해 예측 실패에도 불구하고 올해에도 안일한 예측을 세움으로써 가계대출 급증에 한몫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보금자리론의 경우, 주택금융공사가 연간계획안을 작성한 다음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 집행한다.

박 의원은 “이 같은 당국의 예측 실패는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전가됐다. 11~12월 보금자리론을 이용하려고 한 고객들의 경우 강화된 자격요건으로 인해 주택 구매를 뒤로 미루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지적했다.

보금자리론 실제 이용자들의 현황을 살펴보니 당초 취지와 달리 다주택자들의 비중도 상당했다. 지난해 2주택자에 대한 대출금액은 2조2739억원으로 판매금액(2015년 기준) 14조3797억원의 약 15%에 달했다.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를 위해 주택가격 9억원 이하, 대출한도 5억원이라는 기준이 있지만 1주택자에 한해 3년 이내에 기존주택을 처분한다는 조건을 걸고 판매를 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출 건수 중 단 25%만이 기존 주택을 처분했고, 올해(8월 기준) 대출 건수 중에는 단 6%가 기존주택을 팔았다.

박 의원은 “3년 내 대출을 상환할 경우 기존주택을 처분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의 주택 구매는 투기구매로 의심할 여지가 있다”며 “올해와 같은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운용규모와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감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보금자리론의 자격 요건을 강화한 것과 한도를 축소한 것에 대해 “서민들에게 남아 있는 여력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임 위원장은 “보금자리론으로 서민들이 주로 쓰는 용도의 자금지원은 지속될 예정이다. 제한된 자격 요건에서도 현재 보금자리론 이용자의 57%가 자격에 부합 한다”며 “현재 추세로 보면 10조 보다 많은 20조 가까이 수요가 늘어날 것 같아 서민에게만 집중키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임 위원장도 수요 예측이 잘못됐음을 시인한 셈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오는 19일부터 보금자리론 신청 자격을 강화하기로 했다. 주택 가격은 9억원에서 3억원 이하로, 대출 한도는 5억원에서 1억원 이하로 하향조정 된다. 또 기존에 없던 연소득 요건을 신설해 부부 합산 6000만원 이하만 가능하도록 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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