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커피人사이트] 커피전문점 살리는 디저트의 힘

탐앤탐스 에듀탐 박진희 메뉴개발자
"최근 디저트 유행주기 짧아지고 제작과정도 중시"

커피전문점 탐앤탐스의 신메뉴 개발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박진희 에듀탐 대리는 최근 디저트의 흐름과 관련, "유행주기가 점점 짧아지고 제조 과정을 중요시하는 방식도 주목받는 추세"라 분석했다. 오현승 기자.
최근 베이커리나 디저트 전문점이 아닌 커피전문점에서도 디저트를 강화하는 추세다. 케이크, 마카롱, 타르트, 카놀리, 머핀, 와플, 베이글, 푸딩, 슈크림, 에끌레어, 젤라또 등 커피전문점이 비치하는 디저트의 종류가 셀 수 없을 정도다.

소비자의 니즈가 다양화하고 먹거리의 유행주기가 짧아지면서 이러한 트렌드를 주도하기 위한 커피전문점의 노력도 치열하다. 새로운 디저트를 내놓거나 종류를 늘리는가 하면 아예 매장 콘셉트를 디저트카페로 바꾸기도 한다. 주요 커피전문점의 음료 매출 비중이 약 85~90%에 달하는 상황에서, 디저트류를 강화하는 것은 집객 효과 및 객단가를 높이기 위한 전략이다.

기자는 지난달 30일 서울 신사동 에듀탐 본사에서 메뉴개발자 박진희 대리를 만났다. 국내 커피전문점 중에서 차별화에 성공한 대표 디저트인 프레즐을 보유한 탐앤탐스의 디저트 전략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현재 박 대리를 포함한 3명의 직원이 속한 에듀탐 트레이닝팀은 탐앤탐스에서 판매되는 신메뉴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박 대리는 최근 트렌드와 관련해 디저트의 유행주기가 단축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한 흐름이라 말했다. 불과 얼마 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마카롱조차도 최근 들어 관심이 줄어들고 있는 게 좋은 예다. 박 대리는 이 같은 추세와 관련, "TV 프로그램 등의 ''먹방(먹는 방송)''이나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최신 디저트를 쉽게 접하면서, 새로운 디저트를 찾고자하는 욕구가 커졌기 때문"이라 분석했다. 또 과거 버거 등 ''정크푸드''가 捻炷愍?nbsp;선택을 받았던 게 유럽 스타일로 점차 변화하는 추세라 덧붙였다.

디저트 제작 과정 자체를 노출하는 것도 중요한 흐름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소비자들의 욕구 변화에 따른 것으로 소비자들은 매장 매니저가 직접 바에서 디저트를 만드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 이러한 방식은 제품 재료나 제작 과정을 직접 보여준다는 점에서 소비자 신뢰도와 관심을 높이는 역할도 한다. 박 대리는 "동네 슈퍼마켓에서 1000원도 채 되지 않은 가격에 판매하는 아이스크림을 디저트 매장에선 몇 배나 비싼 돈을 내고 먹는다"며 "이는 단지 고급 재료를 썼기 때문만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제작 과정을 지켜보는 경험과 즐거움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최근 특정 장소에서만 접할 수 있는 디저트가 관심 받고 있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라고 부연했다.

탐앤탐스의 프레즐은 이러한 특징을 갖춘 대표적인 예. 이 커피전문점이 취급하는 단일 디저트 중 매출 비중이 가장 높은 건 ''허니버터브레드''이지만, 프레즐은 십수년간 탐앤탐스 성장과 함께 한 브랜드의 상징과도 같은 디저트이다.

커피전문점 입장에서 원가율, 판매가격 및 조리의 편의성 측면에서 보면 프레즐은 부담이 적지 않다. 하지만 브랜드 이미지 강화 및 집객 측면에서 프레즐은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는 게 박 대리의 설명이다.

그는 "소비자의 주문을 받은 후 직접 매장에서 반죽해 서비스하는 게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소비자들은 프레즐을 접하고자 탐앤탐스를 방문한다"며 "프레질은 탐앤탐스의 정체성과 같은 디저트라는 점에서, 전 매장에 컨베이어오븐을 두고 발효공정, 빵제조, 굽기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등 균일한 품질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프레즐이 십수년간 변화가 없었던 건 아니다. 프레즐반죽의 기본재료인 밀, 물, 소금, 이스트 등 기본적인 빵 요소에 집중한 방식에서 국산 서리태 콩가루를 반죽 안에 넣는 식으로 ''변신''을 꾀했다. 영양을 강화하고 고소한 맛을 가미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지난해엔 거북이 모양의 ''터틀프레즐''을 시즌 메뉴로 출시하는 등 형태 변화를 통한 개선 작업도 지속하고 있다.

박 대리는 메뉴개발자로서 겪은 고민도 털어놨다. 에듀탐은 1년에 디저트 2종류, 계절마다 1종류씩 음료 메뉴를 새로 선보인다. 특히 음료류 성수기인 여름철엔 음료 메뉴 한 가지를 더 내야 한다. 그야말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셈인데 맛과 품질,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업무다. 

그는 "신제품 개발 후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한 테이스팅(시식) 결과가 좋더라도 우리끼리만 만족하는 게 아닐까하는 고민도 든다"며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차원에서 메뉴를 개발하는 업무라는 점에서, 최대한 많은 소비자의 호응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늘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메뉴개발자는 ''웰빙‘, ''당류 저감'' 등 사회·정책적 변화에도 항상 관심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겉으로 보이는 비쥬얼도 그가 신경쓰는 부분 중 하나. 박 대리는 "젊은 소비자를 중심으로 SNS 등을 통해 새 디저트의 확산 속도가 워낙 빠른데다, 비슷한 형태의 완제품도 많다는 점에서 ‘보여지는 형태’에 차별성을 두기 위해 많은 공을 들여야 한다"며 "이를테면 바나나가 함유된 디저트라면 바나나만의 색과 느낌을 최대한 살리도록 메뉴를 개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기존 메뉴 간 매출 잠식현상(카니벌라이제이션)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경 쓰고, 매출이 하락하는 메뉴를 리뉴얼하는 것도 박 대리의 임무다. 재료의 원활한 수급과 신선도 유지는 기본이다.

박 대리는 "메뉴를 개발하면서 차별화하기 어려운 부분도 많다"며 "한 예로 조각케이크 같은 경우는 로스율(손실율)도 높고 개별 브랜드의 정체성을 부각시키기 어려운 메뉴이지만 소비자들이 찾는 기본 메뉴란 점에서 매대에 깔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그렇다면 메뉴개발자로서 그가 느끼는 보람은 뭘까. 박 대리는 “여러 탐앤탐스 매장을 지날 때마다 스스로 개발한 메뉴의 포스터나 현수막 등 홍보물을 접하게 되면 반가움을 느낀다”며 “가맹점주들에게서 메뉴 개발과 관련한 좋은 의견을 전달받을 때 새로운 제품을 개발, 연구하는 힘이 생긴다”고 전했다.

향후 디저트 트렌드는 기본에 충실하는 쪽으로 옮겨갈 거라는 게 박 대리의 전망이다. 이를테면 치아바타나 식빵 등을 응용한 통밀빵, 무화과빵 등은 모두 기본 빵류에서 나온 메뉴인데, 제빵의 핵심 기술?발효가 중요한 디저트로 부각될 거라는 얘기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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