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건물 내진설계 여부 알기 힘들어 더 불안

서울시 이외 지자체 내진설계 자가점검 서비스 안해 '깜깜'
내진보강 재정투자 계획 대비 18% 불과…금융지원책 시급

지난 12일 진도 5.8의 지진이 경주 지역을 강타한 이후  잇따른 여진이 수백회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영남지역 사회기반시설의 내진성능을 전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당장 내진보강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어서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이번 지진으로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정작 내가 살거나 근무하는 건물의 내진설계 여부를 알기 어려워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서울시만 유일하게 내진설계 자가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다 그나마도 이용하기가 쉽지 않아 일반인에게는 사실상 아무런 정보도 제공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서울 외 내진설계 자가점검 서비스 안되고 그마나 이용하기 어려워

거가대교에 적용된 제진장치의 예시(왼쪽), 면진설계의 예시(오른쪽), 자료=한국제진면진협회

경주 지진 발생 이후 건물 내진설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내진설계의 원리와 실제 적용이 어떻게 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지진에 대비하는 건축물의 구조방식은 크게 내진 설계 외에 면진설계와 제진설계가 있다.

간단히 말하면 내진설계는 구조물이 지진을 견디는 설계, 제진설계는 건물의 진동 에너지를 억제하는 설계, 면진설계는 건물에 적용되는 지진에너지를 줄이는 설계라고 할 수 있다. 즉 큰 개념으로는 내진설계에 면진설계와 제진설계가 포함된다.

제진설계의 사례로 ''부산 거가대교''를 들 수 있다. 거가대교에는 다리 구조물 사이사이에 제진장치가 설치됐다.

지진 및 태풍으로 구조물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되면 제진장치가 구조물의 안전벨트 역할을 하게 된다. 때문에 여러 지지대에 분산된 제진장치는 충격을 분산시켜 구조물에 들어오는 에너지를 줄여주는 원리로 지진에 의한 손상을 줄여준다.

면진설계의 예로는 일본 문화재 면진장치를 예로 들 수 있다. 면진 장치는 문화재를 받치는 받침기구·복원기구·감쇠기구 등으로 구성돼 진동에너지가 문화재에 충격을 주게 되면 적재물을 받치는 레일이 흔들리며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역할을 한다. 흔들린 레일은 복원 장치에 의해 원래 상태로 돌아올 수 있도록 하는 구조다.

문제는 이런 내진설계가 내가 살거나 근무하는 건물에 제대로 적용됐는지 알아보기가 어려워 지진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는 것이다.

현재 전국 지자체 가운데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내진설계 자가점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건축자재·골조·기둥의 형태 등 전문적인 정보를 입력해야만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 건축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이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 공공시설물 내진보강률 45.6%…학교시설은 76%가 성능미달

1단계 내진보강 기본계획 예산 및 재정투자 실적, 자료=대한건설협회

국토부에서는 국토부 소관 공공시설물에 대해 긴급점검에 나섰지만, 점검 외에도 내진 보강에 대한 제도개선과 금융지원책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시설물의 내진보강률은 지난해 12월 기준 45.6%로 나타났다.

총 11만 6768개소의 공공시설물 중 5만 3206개소에서만 내진 보강이 시행됐다.

또 건축물의 내진율은 35.8%로 나타났으며 학교시설의 경우 총 3만 1900개소 중 2만 4327개소가 내진설계기준에 미달해 내진율이 23.7%로 나타났다.

내진보강에 대한 재정투자도 미흡한 실정이다. 소방방재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총 3조 251억원의 내진보강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었지만, 실제로 투입된 예산은 17.6%인 5318억원에 불과했다.

주요 공공시설물의 내진설계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당국이 제도개선과 금융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이영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본부장은 "제도 개선과 금융지원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내진 보강 예산 집행률이 연 평균 약 2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국민세금 외에 재정충당 방안을 마련하는 방법이나 예산 집행의 우선순위를 높이는 방법, 펀드 등의 민간자본을 투입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며 "공공시설물 외 민간 시설물을 대상으로는 내진설계 보강 시 지방세를 면제해주는 등 다양한 혜택과 제도개선을 통해 내진설계 강화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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