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금융노조 총파업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3일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성과연봉제 저지’를 기치로 걸고 실시한 총파업 참가자가 2만명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상보다 훨씬 낮은 참가율 때문에 우려했던 바와 달리 금융노조에 가입된 각 은행 점포는 정상영업 중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 등에 따르면, 이날 총파업 참가자 수는 1만8000여명에 불과했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을 찾은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장 군데군데가 비어 있어 2만명도 채 안되어 보였다”고 전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노조에 소속된 은행 직원 중 총파업 참가율은 15% 수준”이라며 “특히 KB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 KEB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참가율은 3% 내외에 그쳤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모든 은행의 점포가 정상영업 중이며, 소비자들의 불편은 그리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현재 총파업 참여율은 매우 낮다”며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할 필요성이 느끼지 못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총파업 참여율은 10% 미만”이라며 “정상영업에 전혀 차질이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총파업보다 오늘 종료되는 우리은행 지분 인수의향서(LOI) 접수에 관심이 쏠려 있다”며 “참여율은 상당히 낮다”고 전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총파업 참여율은 미미한 상태”라면서 “지점당 1명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최근 내부의 두 노조, 하나은행지부와 외환은행지부가 통합하면서 총파업에 대?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당초 파업 참여율이 꽤 높을 것으로 염려됐던 NH농협은행과 IBK기업은행도 조용한 상태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현재 파업 참여율은 37%, 파업 참가자 수는 약 3500여명"이라며 "오후에 일부 인원이 복귀해 참여율은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파업 참여율이 걱정했던 것보다 낮아 거점점포 운영 등 컨틴전시 플랜은 가동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1차 총파업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2차, 3차 총파업으로 번질 가능성은 크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차후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관련 대화를 거부하면서 이사회 의결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금융사에게 개별적인 소송으로 대응하는 전략으로 선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총파업 참여율이 우려보다 낮은 것은 소비자들에게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10만명 참가를 자신했던 금융노조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 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정부와 사측의 불법적인 파업 방해 행위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은행의 여러 지점에서 지점장들이 직원들의 퇴근을 막고, 파업 참가 철회를 강요했다. 농협은행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발생했으며, 신한은행의 한 부행장은 은행원 중 단 한 명도 파업에 참여해선 안된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김문호 금융노조위원장은 “정부에서 각 은행에 직원들의 파업 참가를 저지하라고 명령했다”며 “불법적인 파업 방해행위에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기업은행 관계자는 “지점장 입장에서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되도록 절반 이상의 직원은 남아달라고 권유한 것뿐”이라며 “퇴근 저지 등 강압행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
농협은행과 신한은행 관계자도 “사실무근”이라며 “불법행위는 전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주형연 기자 j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