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에 소환된 신동빈 회장…사법처리 수위에 촉각

2천억대 횡령·배임 혐의 등…구속영장 청구 가능성
구속 시 주요 사업 차질…'원 리더' 지위에도 영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일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면서 지난 6월 검찰의 롯데그룹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롯데 비리 수사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검찰은 그룹 오너인 신 회장이 횡령·배임, 비자금 조성, 총수 일가 탈세 등에 관여한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그룹 경영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신 회장의 신병 처리에 관심이 쏠린다. 오너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롯데그룹 특성상, 신 회장의 구속은 그룹 내 주요 의사결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진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더해 한국롯데를 사실상 지배하는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요 주주들이 신 회장을 향한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창립 49년만에 롯데 오너 첫 소환조사

신 회장은 20일 9시20분경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했다. 총수가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되는 건 지난 1967년 롯데 창립 이래 처음이다.

그는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도착 직후 △횡령·배임 혐의 △롯데건설 비자금 조성 지시 △횡령·탈세 개입 여부 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는  "검찰에서 자세히 말씀드리겠다"는 답변을 서너차례 되풀이하고 조사실로 들어갔다. 

신 회장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상 배임·횡령 등으로 요약된다.

검찰은 신 회장이 해외 인수·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손실을 그룹 내 다른 계열사에 이전시키거나, 특정 계열사의 주요 자산을 헐값에 다른 계열사로 옮겼다고 보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중국 홈쇼핑업체 럭키파이 등 해외기업 부실 인수 △호텔롯데의 롯데제주·부여리조트 저가 인수 △롯데피에스넷 유상증자 과정의 부당 지원 △롯데시네마 등 계열사를 통한 친인척 기업 일감 몰아주기 등 의혹을 따져보고 있다. 롯데건설의 300억원대 비자금 조성에 신 회장이 개입했는지도 주요 조사 대상이다. 

검찰은 신 회장이 2000억원에 이르는 횡령·배임를 저지른 것으로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 주요 추진 사업 삐끗…경영권 변동 가능성에 촉각

재계의 관심은 신 회장의 구속 여부에 쏠린다. 검찰은 신 회장의 신병 처리 방침을 조사 직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이 경영 비리에 따른 오너의 책임을 물어 신 회장에 구속영장을 청구할 거란 관측이 나오는 반면, 경영권 분쟁 재발 가능성 등을 고려해 구속영장이 기각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있다.

롯데그룹이 가장 우려하는 시나리오는 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것. 이렇게 될 경우 신 회장은 한-일 롯데의 ''원 리더'' 자격을 잃게 될 가능성도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해 7월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정기이사회에서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대표에 선임됐다.

신 회장이 구속된다면 한국 롯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현재 일본 롯데홀딩스가 신 회장을 대표자리에서 해임하는 시나리오가 예상된다. 일본 사법계는 경제사범의 구속 수사를 혐의의 확정으로 보기 때문에 신 회장은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 경우 전문경영인인 쓰쿠다 다카유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가 일본 롯데를 이끄는 형태를 그룹 안팎에선 예상하고 있다.

주요 정책을 추진할 컨트롤타워를 잃을 경우 그룹 내 주요 사업에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초 롯데는 유통, 관광서비스, 화학 분야를 그룹 3대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미 그룹의 핵심 의사결정은 ''올스톱'' 상태다. 지난 6월 검찰 수사 이후 롯데가 미국 화학회사 인수 계획을 3일 만에 접고, 호텔롯데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미룬 게 대표적인 예.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열사의 주요 결정엔 그룹 오너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기 마련인데, 신 회장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되면 주요 사업이 추진 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롯데그룹은 이날 오전 입장발표문을 통해 "최근 일련의 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고객과 협력사 피해방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롯데그룹은 "국내외 18만명?종사하는 롯데의 미래 역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임직원들이 힘을 모으겠다"며 "이번 사태를 통해 더욱 큰 책임감을 가지고 사회공헌에 앞장서고,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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