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리인상 가능성에 국내는 '연내 동결' 힘실려

금리차로 인한 자금유출 우려에 가계부채 급증 등 영향
이주열 "미국 금리 올리면 국내 금리 실효하한 높아져"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12월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한국은행이 10월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 대신 ‘연내동결’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채권 전문가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전망을 ‘10월 추가인하’에서 ‘연내동결’로 조정하는 분위기이다.

박형민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한은의 기준금리 전망을 ‘연내 동결’로 변경하겠다. 연말까지 금통위는 현재의 정책 스탠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내년 인하 가능성까진 버릴 이유는 없다. 경기 여건이 크게 개선되지 못하면 내년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추가 인하 목소리는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오는 12월 금리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50∼60%로 이전보다 높아졌다”며 “2개월 뒤 미국 금리인상이 예상되는 시점에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9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선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했다”며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나 향후 완만한 성장세가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 가계부채 증가, 미국 연내 금리인상 가능성 등이 배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연준이 이달 20~21일 기준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지난 7월보다 경제 평가가 일부 하향 조정되거나 최근 발표된 경제 지표 부진 등의 영향으로 미국이 12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의견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15일(미국시간)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의 신규 실업수당 신청건수는 전주보다 1000건 증′?26만건을 기록했다. 이는 시장에서 예상한 26만5000건보다 적은 수치다. 미국의 고용지표 발표 후 9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

실업률은 4.9%로 기준금리를 올려도 충분한 수준이지만 물가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1.6%을 기록, 목표치인 2%보다 낮게 나왔다. 2분기 GDP도 1.1%로 하향 수정됐다.

미국의 8월 소매판매도 자동차 구매 감소 영향으로 예상에 못 미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미국 경제의 약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부진하다는 의미여서 3분기 경제성장률(GDP)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국 대통령선거가 8주 앞으로 다가온 것도 9월에 금리를 인상하기엔 부적절하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최근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연준은 금리인상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노동시장이 견고하고 경제활동과 물가상승률 전망이 희망적이다”고 발언해 미국에선 연내 최소 한 차례의 금리 인상 확률이 높아진 상태다.

미국이 12월 금리를 인상하면 국내 금융시장이 받는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기준금리의 하한선도 높아질 수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인해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으로부터의 자금유출 위험을 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기에,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실효하한을 높일 수 있다”며 “다만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다양한 국내외 여건을 고려해야 하는데 최근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되고 국내 채권에 대한 외국 투자가들의 수요가 견조한 점은 자금유출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형연 기자 jh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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