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임형 ISA 무더기 공시오류 모두 실수일까?

일부는 '의도적 수익률 뻥튀기' 의혹 피하기 어려워
실수 인정하더라도 각종 공시의 신뢰도 저하 불가피

세계파이낸스 안재성 기자
소비자들이 금융상품을 선택하는 주요 기준은 수익률, 안정성, 접근성 등이다. 최근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1.25%까지 내려간 역대 최저금리 시대가 되다보니 특히 수익률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가 0.1%만 높아도 거래 금융사를 옮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소비자들의 수익률 민감도가 한껏 높아졌다.

따라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특히 금융사가 운용을 책임지는 일임형 ISA 상품 선택에 있어 수익률은 매우 중요한 지표가 될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과 금융투자협회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돕기 위해 매달 각 금융사의 일임형 ISA 수익률을 공시하고 있다. 바람직한 서비스이다.

그런데 이 공시에서 무더기로 오류가 발생했다. 그것도 총 19개 금융사 150개의 모델포트폴리오(MP) 가운데 7개 금융사 47개의 MP가 잘못 공시됐다. 약 3분의 1에 달하는 상품의 수익률이 틀린 것이다.

이 중 하나금융투자의 ‘적극형B’, 기업은행의 ‘고위험스마트’와 ‘고위험플러스’, HMC투자증권의 ‘수익추구A2’, 4개 MP는 협회 기준에 맞게 산정한 수익률보다 공시수익률이 1%포인트 이상 높아 ‘수익률 뻥튀기’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다.

어떻게 이런 ''참사''가 발생했을까? 일단 해당 금융사와 금융당국은 담당 직원들의 실수라고 말한다.

미래에셋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은 수익률 계산에서 토요일, 일요일 등 비영업일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금리 산출에 비영업일 포함은 기본인데도 이를 어긴 것이다.

삼성증권, 현대증권, 하나금융투자, HMC투자증권 등 4개 사는 수익률 계산 기준의 날짜를 잘못 산정했다.

일임형 ISA의 MP에는 주식, 펀드, 채권 등 여러 상품이 포함된다. 금투협은 이들 상품의 운용성과를 산출할 때, 이틀 전 종가로 적용하도록 기준을 정했다. 하지만 이들은 기준을 숙지하지 못하고, 하루 전 종가 혹은 당일 종가를 적용했다.

이와 관련, “금투협의 기준이 애매모호했다”는 비판도 있지만, 금투협은 이를 강력히 부인했다.

금투협 관계자는 “만약 기준이 제대로 설정되지 않았다면, 19개 금융사 대부분이 착오공시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오류를 낸 것은 7개 사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는 해당 금융사에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덧붙였다.
 
특히 기업은행은 금융감독원의 행정지도를 어겼다. MP 운용방법을 바꿀 경우 모든 고객에게 변경된 방식을 적용해야 하는데, 기업은행은 이를 신규고객에게만 적용한 것이다. 또한 지난 4월 11일 출시된 MP만으로 수익률을 계산한 것이 아니라 이후 운용방법이 변경된 부분까지 포함해 수익률을 산출했다.

때문에 공시에 오류가 생긴 것은 물론 다수의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었다. 기업은행은 2686명의 투자자들에게 입힌 약 300만원의 손해를 전액 보상했다. 큰 금액은 아니지만 정확성과 신뢰가 생명인 금융기관으로서는 체면을 구긴 셈이다.

그런데 이러한 오류가 모두 금융사 담당자들의 실수일까 하는 의문이 든다. 무엇보다 오류가 너무 많다. 전체 MP의 31%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다. 25개 MP에서는 수익률이 금투협 기준보다 높게 공시됐다. 그 중 4개는 1%포인트 이상의 차이가 났다. 

각 금융사의 일임형 ISA 수익률이 일제히 공시가 되는 것인 만큼 회사측도 상당히 신경을 썼을테고 담당자라면 직감적으로 수익률이 대략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될터인데 그 정도 차이가 실수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때문에  “의도적인 수익률 뻥튀기가 아닌가?”라는 의구심을 피하기 힘들다.

물론 나머지 22개 MP는 금투협 기준보다 낮게 공시돼 금융당국에서도 일단 ''악의''는 없었던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설령 의도적인 뻥튀기는 아니었다 해도 1원까지도 정확하게 계산하는 금융기관에서 이처럼 무더기로 오류 공시를 했다는 것은 실망을 넘어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로 인해 금융감독원, 은행연합회, 금투협 등에서 내놓은 수많은 금융 관련 공시도 ''혹시''하고 의문을 제기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 세계비즈앤스포츠월드 & segye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