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커피人사이트] "한국은 '커피식민지'…커피산업 육성전략 절실"

커피기계·도구 등 외국산 일색…산업규모 정의도 불분명
'커피연구소' 만들어 활동…한국형 드리퍼 제작해 보급

"커피가 대중화된 우리나라의 상황을 두고 ''커피공화국''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저는 오히려 ''커피식민지''란 표현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제작된 에스프레소 머신, 로스팅기, 분쇄기 및 첨가제에서부터 수백 가지의 일본회사 드립커피 도구가 국내 시장을 점령하다시피 한 상황이잖습니까. 이젠 한국적인 커피문화를 꽃 피워 산업 측면에서 육성하려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신상헌 계명대 국제통상학과 교수(사진)는 한국적인 커피문화를 꽃 피워 산업 측면에서 육성하려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 강조했다.
신상헌 계명대학교 국제통상학과 교수(사진)는 국내 커피 산업의 현주소를 이 같이 요약했다. 세계적으로 커피 시장 규모는 꾸준히 커가고 있지만, 이에 걸맞는 ''우리만의 커피 산업''을 키우지 못했다는 날카로운 지적이다. 

그는 교원기업 ''한국커피연구소''를 세워 다양한 커피 관련 문화지원, 창업자 무료컨설팅을 실시하고 있다. 최근엔 ''한국형 커피드리퍼''를 생산, 국내시장 뿐만아니라 일본시장 진출도 추진 중이다.

신 교수는 지난 25일 기자와 인터뷰하면서 무엇보다도 우리나라 커피 산업이 처한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그는 "국내 커피 시장이 외형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외국산 커피 기계 및 도구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개선이 시급한 문제"라 짚었다. 신 교수는 "심지어 하드웨어 측면에서 커피 산업이 뒤처진 생두 산지인 에티오피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에서도 자국 커피 드리퍼나 컵 등이 일반화된 돼 있다"고 설명했다.

또 신 교수는 "커피의 산업적 측면을 잘 파고 든 이태리, 스위스, 미국(하와이 제외), 일본 등 ''커피를 생산하지 않는'' 나라들은 ''커피를 생산하는'' 커피 본산지 나라보다 많은 이윤을 창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커피 산업을 체계적으로 키우려는 노력이 부족한 우리의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커피 산업을 얘기하면서 산업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분석방법조차 정리돼 있지 않다는 점도 지적했다. 특히 그는 "우리나라엔 커피 산업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제대로 된 조작적 정의조차 불분명하다. 그렇다보니 커피산업 규모를 언급할 때에도 5조원이니 10조원이 각기 다른 주장이 나오는 것"이라 부연했다. 신 교수가 한국커피연구소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 중 하나다.

한국커피연구소는 지난 2010년 2월 당시 신 교수와 커피 관련 종사자 4명이 설립한 교원기업이었다.  현재는 대학 내에서 주식회사로 변신해 기관, 학교, 도서관 등에서 커피 관련 강연을 진행하고, 직접 전 세계 커피산지를 방문해 찍은 사진을 전시하는 ''야생 커피 사진전''도 연다. 커피 관련 전문지식을 대중들에게 전달, 한국적 커피문화를 만들어보겠다는 목적에서다. 

신 교수는 "한국커피연구소 업무는 주로 교내 인프라를 활용해 진행한다. 각 연구소와 교수진으로 구성된 연구개발팀에서는 커피디자인과 제작을 담당하고, 해외시장 개척은 종종 국책사업단 부서와 상호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커피연구소는 커피 관련 강연, 야생커피 사진전을 진행하는 등 한국적 커피문화을 만들기 위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세계파이낸스DB.

특히 한국커피연구소가 직접 제작한 한국형 커피드리퍼 ''더 힐''은 주목할 만한 성과다. 한국커피연구소는 드립커피의 상징인 커피드리퍼에 적합한 디자인과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1년간 전국을 수소문한 끝에 반구형 백자드리퍼 생산에 성공했다. 이 연구소는 우리 도자기 기술진 및 작가들과 손잡고 직접 제작·생산한 ''더 힐''을 다음달 말 일본 커피박람회(SCAJ)에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형 백자 커피드리퍼 `더 힐`. 신 교수는 내달 열리는 일본 커피박람회(SCAJ)에 ''더 힐''을 소개할 계획이다. 사진=오현승 기자.
신 교수는 "''단순한 게 최고(Simple is the Best)''란 모토 하에 디자인에 몰두해 여러 시행착오 끝에 한국형 커피드리퍼 생산에 성공했다"며 "''더 힐''이 성형과 건조까지 마친 상태에서도 초벌구이 후 재벌과정에서 30% 가량 크기가 줄어들며 뒤틀림이 발생한 점은 제작상의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대다수의 커피소비자들이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그들의 드립 방식을 따라하는 데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한국적 방향의 커피 문화가 꽃피우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신 교수는 세계 커피산업의 규모가 매우 방대하고 1~4차 산업을 모두 포함하는 수출입 품목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도 외국처럼 다양한 연구소를 설립해 국내 커피산업을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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