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 가게가 점령한 유명상권…지역별 특색 사라져

중국인 관광객 겨냥해 계속 늘어나…상권별 차별성 없어
임대료 올라 소상공인들 밀려나…자율상권법 제정 추진

신촌, 이대 대로변에 줄지어 늘어선 화장품 프렌차이즈 점포들. 사진=이상현 기자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유명상권에 화장품 등 일부 업종의 프렌차이즈 점포가 대거 자리잡으면서 상권만의 특색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인기 항목으로 ''향수/화장품''이 85.4%로 가장 높았다. 이 때문에 중국인 관광객이 자주 찾는 유명 상권에는 화장품 점포가 빼곡이 들어서며 각 상권의 차별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서울 유명 상권인 신촌·홍대·명동·신사 일대 화장품 점포수를 살펴본 결과,  해당 상권의 화장품 점포수는 5월 기준 △신촌 97개 △홍대 160개 △신사·압구정 240개 △명동 234개로 나타났다.

해당 상권이 있는 행정구역별 점포 밀집도를 살펴보면 △신촌 41.9% △홍대 34.2% △신사·압구정 19.2% △명동 40.0%로 조사됐다. 신촌을 예로들면 서대문구 화장품 점포 100곳 중 42곳은 신촌에 있다는 얘기다.

점포수도 늘었다. 지난해 5월에 비해 지역별로 △신촌 11곳 △홍대 10곳 △신사·압구정 19곳 △명동 23곳이 증가했다.

지난 22일 이대앞을 찾은 김모(24·여)씨는 "유명한 상권 대로변에 프렌차이즈가 많은 것은 어디를 가나 다 비슷비슷한 것 같다"며 "골목같은 곳에 들어 가야 숨은 맛집 같은 가게가 많다"고 말했다.

지방에 살며 지난달 서울을 방문했던 권모(29)씨도 "짧은 기간에 가로수길, 이태원, 명동 등 유명한 곳을 많이 방문했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곳은 없었다"며 "지방과 다른 점은 프렌차이즈의 종류가 내가 사는 지역보다 더 다양한 정도"라고 말했다.

유명상권의 임대료는 계속 올랐다.

한국감정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3년 1분기부터 2016년 2분기까지 서울 주요 상권별 중대형 상가 임대료는 ㎡당 △명동상권 24만 9900원→27만 1600원 △신사상권 7만 5400원→8만 2000원 △신촌상권 5만 8200원→5만 8400원 △홍대합정상권 4만 4100원→4만 7500원으로 일제히 올랐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상권 평균 임대료가 5만 9000원에서 5만 8200원으로 하락한 것을 감안하면 주요 상권을 중심으로 임대료 양극화 현상이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임대료가 오르며 소상공인들이 상권 변두리로 쫓겨나는 현상이 늘어나자 정부에서는 대책으로 ''자율상권법''을 마련했다.

자율상권법은 상업지역이 50% 이상인 상권에서 임대료 인상 시 3분의 2 이상의 임대인과 임차인이 동의해야 한다는 조건 및 임대차 계약갱신권을 기존 5년에서 최대 10년으로 연장한다는 내용 등이 골자다.

배창우 중소기업청 시장상권과 서기관은 "자율상권법은 전통시장 외에도 상업지역이 50% 이상인 모든 상권에 적용된다"며 "19대 국회 때 폐기 됐지만 20대 국회에 같은 내용이 발의되어 이르면 올 연말부터 시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율상권법이 시행되면 과도한 임대료 상승이 억제되어 침체된 상권이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상현 기자 ishs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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