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경영권 프리미엄 포기…신속한 민영화 추진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예보 지분보다 많은 30% 처분…경영권 넘겨
4% 이상 매수자에 사외이사 추천권 부여,경영정상화이행약정도 해지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이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방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약 2년만에 우리은행 민영화에 재시동을 걸었다. 우리은행의 실적이 크게 뛰어오르고, 관심을 가지는 글로벌 투자자가 늘어나는 등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특히 공자위는 이번 매각 방안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고, “완전한 민간 주도 경영”을 약속하는 등 과감한 시도를 보였다. 그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민영화를 완료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돼 기대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다수 과점주주에게 4~8%씩 총 30% 매각

공자위는 22일 ‘우리은행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매각물량은 예금보험공사 소유 지분 51.06% 중 30%다. 매각 방식은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이다.

우리은행의 과점주주가 되고 싶은 투자자는 최소 4%에서 최대 8%까지 입찰할 수 있으며, 각자 희망하는 가격을 적으면 된다. 투자자는 매각 공고 후 투자의향서(LOI)를 제출해야 한다.

우리은행 매각공고는 오는 24일 이뤄질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다음달 23일까지 LOI를 접수한 뒤 오는 11월 중 최종 낙찰자가 선정될 전망이다.

원활한 민영화를 위해서는 투자자들의 희망가격이 공자위가 내정한 예정가격을 넘어서야 한다. 공자위 관계자는 “예정가격 입찰 물량이 30% 미만일 경우 매각 여부를 따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공자위는 입찰가격만을 기준으로 결정하진 않을 것임을 확실히 했다. 윤창현 공자위원장은 “원칙적으로는 입찰가격 순으로 결정하되 과점주주 매각의 특수성을 감안해 비가격요소도 일부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점주주 매각의 흥행을 위해 공모 이슈가 없는 범위 내에서 컨소시엄의 참여도 허용하기로 했다. 

우리은행 지분 매수자는 최소 6개월, 최대 1년간 소유 주식 처분이 제한된다.

◇우리은행, 완전한 민간은행으로 돌아오나?

이번 과점주주 매각 방안의 주요한 특징은 우선 “민간주주에게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것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간 우리은행 매각과 관련해 “정부가 과연 지배권을 포기하겠느냐?”, “정부의 간섭이 기업가치에 마이너스다” 등의 시각이 팽배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우리은행은 정부 소유 은행이란 점 때문에 경영의 비효율성이 부각되고,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왔다”고 인정했다.

따라서 “정부가 민영화된 우리은행에 경영자율권을 약속할 것인가”가 세간의 화두였는데, 임 위원장은 “이번 매각을 통해 우리은행을 민간의 영역으로 온전하게 돌려보내겠다”고 약속했다.

명실상부한 민간주도 경영을 강조한 것은 그 전과 확연히 달라진 태도로 시장의 환영을 받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손을 떼겠다고 약속한 것은 국내 투자자뿐 아니라 글로벌 투자자들에게도 ‘청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글로벌 투자자가 우리은행 지분 매수에 참여할 경우 정부가 향후 발뺌하기 힘들어져 입찰 참여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 약속을 실질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공자위는 먼저 과점주주 매각 지분(30%)이 예보 잔여 지분(21.06%)를 넘어서도록 설계했다. 이에 따라 매각이 완료될 경우 예보는 우리은행 경영권을 잃게 되고, 민간에 주도권이 넘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임 위원장은 “매각 이후 즉시 예보와 우리은행 간의 경영정상화이행약정(MOU)도 해지할 것”이라며 자율적인 경영 약속을 확고히 했다.

뿐만 아니라 공자위는 민간의 주도적인 우리은행 경영 참여를 위해 지분 4% 이상 신규 낙찰자에게 사외이사 1인 추천 기회를 부여하기로 했다. 보다 많은 물량의 입찰을 장려하기 위해 지분 6% 이상 낙찰자가 추천한 사외이사의 임기(3년)는 그 이하(2년)보다 길게 해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새로운 사외이사 선임은 지분 매매 계약 체결 후 최대한 신속하게 관련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신속한 민영화가 곧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매각 방안의 또 다른 특징은 공자위의 과감한 ‘경영권 프리미엄 포기’다. 공자위는 지난해 처음으로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내놨을 때만 해도 경영권지분 30%는 따로 팔겠다고 했었다.

이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주가를 올리겠다는 방편인데, 1년이 넘도록 반응이 지지부진하자 전격적으로 포기한 것이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경영권 프리미엄 대신 신속한 민영화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임 위원장도 “신속한 민영화가 곧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라고 강조했다.

공자위 관계자 역시 “우리은행 지분 매각 예정가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며 “원금 회수 기준주가가 중요한 참고지표가 될 수는 있지만, 이것이 매각 실행의 절대적인 지표는 아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우리은행(구 우리금융지주 포함)에 총 12조7663억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했으며, 이중 8조2869억원(회수율 64.9%)을 회수했다. 남은 4조4794억원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예보 지분을 최소 1만3000원 이상의 가격에 팔아야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22일 종가 기준 우리은행 주가는 1만250원에 불과해 이에 크게 못 미친다. 따라서 원금 회수를 고집하면 민영화가 불가능하므로 공자위가 얼마쯤 손해를 감수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위원장도 “원금 회수에 연연해서 안 된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공자위 관계자는 “과점주주 매각 예정가격은 입찰 마감 직전에 공자위를 개최하여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입찰마감일 종가, 일정기간 동안의 주가흐름, 매도자 실사 결과 우리은행의 적정 주가, 매각성사 가능성 및 공적자금 회수 규모 등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예정가격을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그동안 우리은행의 ‘민영화 3원칙’ 가운데 신속한 민영화와 공적자금 회수가 계속 충돌해 공회전을 유발하곤 했다”며 “정부가 이번 매각 방안에서 신속한 민영화에 방점을 찍은 것은 결국 시간을 끌수록 이자비용 등 비용부담이 더 늘어나는 점을 고려한 듯 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寬?확고한 민영화 및 경영권 포기 의지를 내비친 점이 우리은행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을 보였다.

우리은행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7503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45.1%나 급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반면 주가는 1만원 근방에서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은행의 주가수익비율(PER)이 6.55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6배에 불과해 매우 저평가된 상태”라고 분석했다. 그는 “정부 간섭이 사라진다는 전제하에 현재 주가로 우리은행 지분을 매수하는 것은 꽤 매력적”이라며 “이런 인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퍼지면, 입찰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한편 우리은행은 공자위의 과점주주 매각 방안을 대대적으로 환영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이날 전 직원 대상 행내방송을 통해 “정부가 발표한 과점주주 매각방안은 시장 친화적인 최선의 방안”이라고 극찬했다. 우리은행 노동조합도 “금융당국의 결정을 적극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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