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잇돌대출' 흥행에 한숨짓는 인터넷은행

"출범하기도 전에 중금리 대출시장 잠식당할라" 발만 '동동'
사잇돌 인기몰이…한달만에 600억 대출-연내 3천억 소진 확실

인터넷전문은행 관계자들이 사잇돌 중금리대출 인기몰이에 좌불안석이다.

오는 4분기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출범을 앞두고 시중은행이 적극적으로 중금리대출 시장을 공략하면서 자칫 인터넷은행이 출범하기도 전에  시장을 상당 부분 잠식당할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인터넷은행 출범을 장려하더니 다시 사잇돌대출을 내놓아 인터넷은행의 목을 조르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5일 9개 은행이 일제히 내놓은 사잇돌대출이 중신용자들의 관심을 끌면서 순항 중이다.

지난 16일까지 30영업일간 총 606억9000만원(5795건)이 대출됐다. 일 평균 20억2000만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도 도입 초기인 점과 최근 2주간 여름휴가 등으로 실적이 저조한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빠르게 안착하고 있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속도대로라면 연말까지 ‘사잇돌 대출’의 한도인 3000억원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잇돌대출은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해 2금융권 등에서 고금리로 돈을 빌리던 서민들에게는 반가운 상품이다. 감당해야 할 금리가 연 20% 이상에서 연 6~8% 수준으로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시 이 시장을 노리고 있는 저축은행업계와 인터넷은행 업계 입장에서는 즐거운 일이 아니다.  신뢰도, 접근성, 금리경쟁력 등에서 우월적 위치에 있는 은행과 경쟁 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예비인가를 받기 전부터 중금리대출을 주요 타깃으로 정했다. 애초에 인터넷은행은 중금리대출을 취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신용자 위주의 은행과 저신용자 위주의 2금융, 3금융 사이에서 중신용자들이 갈 곳이 없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하지만 출범도 전에 은행이 이 시장을 잠악하고 있는 형국이다.

인터넷은행업계 관계자는 “현재 사잇돌대출 이용자 중 77.5%가 신용등급 4~7등급의 중신용자들”이라며 “중신용자 중 상환능력이 비교적 우수한 사람들은 은행이 모두 쓸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잇돌대출이 처음 정한 한도(3000억원)에서 멈추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내년 들어 새롭게 한도를 충전할 경우 인터넷은행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인터넷은행 측의 애로사항은 신뢰도나 접근성은 물론이고, 금리경쟁력에서도 은행에 대적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현재 사잇돌대출의 78%대가 연 6~8%의 금리로 지원됐다. 특히 연 7%대가 33.8%로 가장 많다.

인터넷은행업계 관계자는 “자금의 저리 조달이 가능한 은행과 달리 인터넷은행에서는 6~8% 금리를 맞추기 힘들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부가 인터넷은행 출범을 독려한 뒤에 다시 사잇돌대출 판매를 장려하니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낯을 찌푸렸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겨우 예비인가를 얻었는데, 은행법 개정안 통과가 계속 미뤄지는 등 안 좋은 일만 거듭디고 있다”고 말했다.

사잇돌대출이 기대 이상의 흥행을 보이면서 시장을 선점당하는 인터넷은행 측에서는 발만 동동 구르는 형국이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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