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승의 커피人사이트] 편의점 원두커피 열풍 비결은?

이대우 세븐일레븐 CMD "아이스커피 전용 원두로 차별화"
10개월 프로젝트 '구슬라떼' 리뉴얼 마무리…커피 풍미도 개선

이대우 세븐일레븐 푸드팀 수석상품개발자(CMD)는 자사의 ''세븐카페''에 대해 "같은 아메리카노 메뉴라도 핫커피와 아이스커피의 로스팅 강도 및 블렌딩 비율을 각각 다르게 가져갈 정도로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 브랜드"라 소개했다. 이 CMD는 가성비와 접근성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편의점 운두커피가 앞으로도 발전을 거듭할 것으로 내다봤다. 사진=오현승 기자
최근 가성비를 중요하게 여기는 소비트렌드를 타고 ''1000원대'' 편의점 원두커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편의점 커피는 커피전문점에 견줘 임대료, 인건비, 인테리어 비용 등 낮은 제반 비용과 높은 접근성을 무기로 원두커피시장의 강자로 급부상했다. CU, GS25, 미니스톱 등 주요 편의점이 자체 원두커피 브랜드를 선보였고, 후발주자인 위드미는 500원짜리 커피를 내놓기도 했다.

세븐일레븐이 지난해 1월 선보인 ''세븐카페''는 편의점 원두커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어느덧 세븐카페 취급 점포수는 3000점을 넘어섰다. 세븐카페의 누적 판매량은 지난달 1000만잔을 넘어섰다. 단순 계산으로도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1명은 세븐카페를 마신 셈이다.

이대우 세븐일레븐 푸드팀 선임상품기획자(CMD)는 세븐카페 론칭 단계에서부터 해당 사업을 이끌고 있다. 그는 이미 2008년부터 6년 넘게 유음료를 담당하며 RTD커피 등을 접한 터라 커피트렌드와 변화에 밝다. 

이 CMD는 8일 서울 남창동 사옥에서 세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편의점 커피를 찾는 고객들은 무엇보다도 가성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며 "여기에 접근성과 편의성까지 갖춰 테이크아웃을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세븐카페는 아이스커피 전용 원두를 별도로 쓰는 등 차별화된 최상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세심한 공을 들인 브랜드"라며 "아이스라떼 형태의 제품인 ''구슬라떼''도 점차 자리를 잡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편의점 커피, 차별화 가능"…아이스커피 전용 원두에 아이스라떼도 출시

편의점 원두커피가 낮은 가격으로만 승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세븐카페는 같은 아메리카노 메뉴라도 핫커피와 아이스커피의 로스팅 강도 및 블렌딩 비율을 각각 다르게 가져간다. 이는 편의점 커피 최초다. 계절에 따라 로스팅 및 블렌딩 비율을 바꾸는 것도 세븐카페의 특징이다. 로스팅 정도는 어떨까. 핫커피의 경우 신맛, 단맛, 쓴맛의 조화를 강조하기 위해 씨티로스팅으로, 아이스커피는 이 보다 한 단계 높은 풀씨티로스팅 수준으로 원두를 볶는다.

이 CMD는 "7개월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지난 6월부터는 아이스커피 전용 원두로 만든 아이스커피를 판매하고 있다"며 "얼음과 어울리는 커피맛을 구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원두 품질이 나쁘면 쓴맛만 나는데, 커피가 식더라도 풍미가 유지되도록 신경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이스라떼 제품인 ''구슬라떼''도 세븐카페의 야심작 중 하나다. 구슬라떼는 세븐일레븐과 구슬아이스크림 전문기업인 디핀다트와 10개월에 걸친 긴 연구 끝에 탄생했다. 신선도 유지, 점내 일손 부족 등의 이유로 편의점 원두커피가 라떼를 구현하기 어려울 거란 고정관념을 깬 것이다. 이 CMD는 "아메리카노 하나의 메뉴에 국한된 편의점커피 한계를 뛰어넘고 다양한 커피 제품을 원하는 고객 니즈에 부응하고자 구슬라떼를 개발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에는  ''구슬라떼''  판매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출시 초기 구슬라떼가 묽고 얼음이 부족하다는 등의 지적을 수용, 지난 5월 이후 리뉴얼 작업을 마쳤다"며 "우유구슬 및 얼음량을 늘리고 커피의 풍미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상품 자체의 인지도를 높이고자 지금의 상품명 구슬라떼를 ''아이스라떼'' 등 소비자들이 인식하기 쉬운 이름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 ''팀머천다이징'' 히트 원동력…편의점 커피, 가성비·접근성 최대 장점

이 CMD는 세븐카페가 승승장구하고 있는 주요 이유로 팀머천다이징의 중요성을 들었다. 세븐카페와 같은 핵심 브랜드를 키우는 일은 관계를 맺는 주체간 긴밀한 협업이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어떤 식으로 팀을 짠 후 제품개발에 돌입하느냐가 프로젝트의 성패를 좌우한다"며 "우유구슬아이스를 만드는 협력사인 디핀다트, 수 백 번의 테스트를 통해 지금의 세븐카페 맛을 구현한 중앙연구소, 각 커피 추출 장비마다의 특징을 잘 파악한 전문 인력, 배송 및 원자재·부자재를 관리하는 롯데푸드 등으로 구성된 각 주체간 협업이 세븐카페의 히트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향후 편의점 원두커피 시장과 관련, 경기 침체로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트렌드가 자리잡은 만큼 꾸준한 성장을 지속할 거라는 게 이 CMD의 판단이다. 게다가 접근성이 높다는 점도 편의점 원두커피의 인기가 꾸준히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는 이유다. 그는 "출근하면서 집 앞 세븐일레븐에 들러 삼각김밥과 세븐카페로 가벼운 아침식사를 즐기고, 점심 식사 후엔 회사 앞 세븐일레븐에서 동료 직원과 식후 커피한잔을 즐기는 장면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다"며 "뿐만 아니라 저녁 약속 전 세븐일레븐에서 기다리면서 가볍게 커피 한잔을 마시는 라이프스타일도 앞으로는 보편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CMD는 과거 RTD커피 위주였던 편의점 커피와  최근 인기를 끈 드립형 원두커피가 각각 소비자의 취향에 맞춰 고유한 영역을 발전시켜나갈 것으로 분석했다. 그는 "RTD커피 시장에선 커피 소비자들의 입맛이 고급화되고 음용량이 늘면서 프리미엄화, 대용량화가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며 "동시에 한쪽에선 원두커피를 선호하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가성비 높은 편의점 원두커피가  독자적 영역을 넓혀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현승 기자 hs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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