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중금리 대출 순항에도 저축은행들 "아직은…"

'사잇돌 대출' 2주간 324억원…연내 3000억 모두 소진 전망
저축은행 대출실적 평소와 비슷…"사잇돌 한도 늘면 타격"

중신용자를 지원하기 위해 은행권에 도입된 ‘사잇돌 중금리 대출’이 빠르게 정착되고 있지만 경쟁상품이라고 할 수 있는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 

사잇돌 중금리 대출이 출시 이후에도 저축은행 대출상품의 판매액이 평소와 비숫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 지방은행들도 사잇돌 대출상품을 취급하고 한도가 늘어날 경우 저축은행의 중금리 대출 사업영역을 잠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출시된 ‘사잇돌 대출’은 지난 20일까지 총 3163명에게 324억원을 빌려줬다. 하루 평균 264건, 27억원 수준으로 도입 초기임을 감안할 때 순항 중인 것으로 여겨진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 속도대로라면 연말까지 ‘사잇돌 대출’의 한도인 3000억원이 모두 소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사잇돌 대출’ 현황을 살펴보기 위해 NH농협은행 광화문지점을 방문한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사잇돌 대출’이 비교적 빠르게 안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사잇돌 대출’의 인기가 좋은 편임에도 당초 우려와 달리 중금리대출을 주로 취급하는 저축은행들이 영업에 별 타격을 받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사잇돌 대출’이 출시된 후 지난 2주간 대형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실적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업계 1위인 SBI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상품인 ''사이다''는 지난 2주 동안에도 평소와 비슷한 일 평균 7억~8억원의 실적을 유지했다. 오히려 지난주 ''사이다''의 새로운 TV 광고를 런칭한 효과로 지난 14일 하루에만 14억원의 실적을 내기도 했다.

JT친애저축은행의 ''원더풀 WOW론''도 평상시와 같은  5영업일간 23억~25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출 한도와 거치 유무 등에서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상품이 ‘사잇돌 대출’보다 경쟁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여겨진다”고 말했다. 

‘사잇돌 대출’의 1인당 대출 한도가 2000만원인 데 반해 ''사이다''는 최대 3000만원, ''원더풀 WOW론''은 최대 5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또 ‘사잇돌 대출’은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나눠갚아야 하고 거치기간 설정이 불가능하지만, 저축은행 상품은 거치기간을 둘 수 있다. ‘사잇돌 대출’의 이용자 중 73.2%가 5년 분할상환을 선택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대출자들은 매월 지출하는 비용이 커지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아울러 ‘사잇돌 대출’이 동일 신용등급이더라도 소득기준 등 여러 요인에 따라 금리 차이가 나는 반면 ‘사이다’ 등 저축은행 상품은 대출자의 신용등급만으로 금리를 산정한다. 덕분에 대출자는 쉽게 자신의 적용금리를 확인할 수 있다.

‘사잇돌 대출’의 한도가 3000억원에 불과한 점도 저축은행으로서는 위안이 되는 요소다.  A저축은행 관계자는 “반응이 좋은 저축은행 중금리대출 상품은 매달 수천억원의 실적을 보인다”며 “따라서 ‘사잇돌 대출’ 출시로 고객 이탈이 있더라도 아직은 그 영향이 크지 않은 상태"라고 전했다.

그러나 오는 9월부터 지방은행들도 ‘사잇돌 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하는 등 향후 ‘사잇돌 대출’의 한도가 확대될 경우 저축은행들의 대출상품 판매가 본격적으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사잇돌 대출’의 판매 동향에 따라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B저축은행 관계자는 "보통 7~8월은 휴가철로 대출 실적이 늘어나는 시기"라면서 "하지만 최근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 실적이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이라 이미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향후 추가적으로 공급되는 ‘사잇돌 대출’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저축은행 고객을 빼앗아 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저축은행이 가장 걱정하는 부분은 금리 경쟁력이다. ‘사잇돌 대출’은 6~8%대 금리로 대출된 금액이 77.8%에 달해 일반적인 중금리대출보다 낮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중금리대출은 대개 금리가 10%를 넘는다”며 “은행과 저축은행의 자금조달비용 차이가 크므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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