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A 계좌이동 첫날 창구 한산…'찻잔 속 태풍' 가능성

신탁형은 본인의 상품 선택으로 이동가능성 높지 않아
일임형은 전체 10% 불과…"은행 가입자들은 안정 추구"

18일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의 계좌이동제가 실시되면서 2조원이 넘는 투자금의 ‘머니 무브’가 일어날지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본격적으로 일임형 ISA의 수익률 공시가 시작되면서 가입자들이 수익률이 높은 금융사로 쏠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유의미한 수익률 비교를 위해서는 최소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해 본격적인 이동은 내년부터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이 유력한 상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7일 ‘ISA 계좌 이전 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ISA 가입자들은 18일부터 세제 혜택을 유지하면서 자유롭게 가입 금융사 내에서 상품을 바꾸거나 다른 금융사로 옮겨갈 수 있게 됐다.

계좌 이동 대상은 현재 ISA를 판매 중인 증권사 19곳, 은행 14곳, 생명보험사 2곳 등 총 35곳이다. 가입 금융사를 바꾸려는 투자자는 자신이 계좌를 옮기려는 금융사만 방문해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기준 ISA 가입자 수는 총 220만5382명, 가입금액은 총 2조568억원에 달한다. 2조원이 넘는 돈의 이동 가능성은 금융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슈다.

특히 최근 시작된 일임형 ISA 수익률 공시가 계좌 이동에 부채질을 할 것이란 분석이 유력하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신탁형 ISA의 경우 투자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하기에 금융사를 옮길 유인이 작다”며 “수익률 비교에서 금융사의 능력이 드러나는 상품은 일임형 ISA”라고 강조했다.

현재 증권사만 일임형 ISA 수익률을 비교 공시 중이며, 기간도 3개월에 불과하지만, 이미 증권사별로 수익률이 꽤 차이가 나는 상태다.

초고위험 모델포트폴리오(MP)의 경우 지난달 14일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증권사는 4.92%(설정 이후 수익률)의 HMC투자증권이다. 반면 가장 낮은 SK증권은 0.58%에 불과하다.

고위험 MP에서도 제일 높은 HMC투자증권(5.01%)과 제일 낮은 미래에셋대우증권 및 SK증권(0.4%)의 차이가 뚜렷하다.

이번달말부터 은행의 수익률 공시가 시작되면, ‘머니 무브’의 유인은 더 커지게 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처럼 일임형 ISA도 결국 은행보다 증권사의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며 “초저금리 시대에 조금이라도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는 증권사로 옮기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곧바로 ‘머니 무브’ 현상이 가시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많다. 실제로 ISA 계좌이동제가 시행된 첫날, 각 은행과 증권사의 점포는 한산했으며 ISA 이전 문의는 거의 없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주거래고객 위주로 ISA에 가입한 상태라 투자자들도 쉽게 움직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매우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HMC투자증권도 투자자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신중한 모습이다.

김진상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익률을 낸 기간이 3개월에 불과해 아무리 금리 민감도가 높은 투자자라 해도 당장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최소한 1년 정도는 누적된 수익률이 나와야 이동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본격적인 ‘머니 무브’는 내년부터 일어날 확률이 높다는 분석이다.

그는 은행의 ISA 가입자들이 증권사로 옮겨올 가능성에 대해서도 “은행 가입자들은 대체로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지향한다”며 “당장 뚜렷한 움직임이 나오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ISA 계좌 이동 시 부담해야 할 비용도 문제시된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ISA 계좌 이동 시 계좌 해지 수수료, 계좌 이전 업무 관련 수수료 등은 부과되지 않지만, ISA에 편입된 자산에 따라 환매 관련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비용 문제 역시 계좌 이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계좌 이동은 일임형 ISA에 그쳐 ‘머니 무브’가 일어나더라도 그 금액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현재 ISA 총 가입금액 2조568억원 중 일임형 ISA 가입금액은 1999억원으로 9.7%에 불과한 상태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강중모 기자 vrdw8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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