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로 한국경제 타격 불가피…3%대 성장 물건너가

직접적 영향 크지 않지만 세계경제 위축으로 수출감소 예상
기업과 가계의 심리 위축으로 경기 하방리스크 더욱 커져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가 현실화됐지만 정부는 영국 무역·금융 비중이 크지 않아 당장 우리나라 수출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됨에 따라 미치게 될 간접적 영향에 따라 국내 수출이 감소하게되면 당분간 경기의 하방위험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정부가 목표하는 3%대 성장률도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4일 오후 긴급 실물경제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해 브렉시트가 실물경제 부문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고 향후 대응 방향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는 중소기업청과 코트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연구원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산업부는 "브렉시트는 세계 경제에 중대한 위험요인이지만, 우리 실물경제에 당장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리나라가 영국과의 교역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의 대(對) 영국 수출은 73억9000만 달러로 총 수출의 1.4%를 차지했다. 영국의 대(對) 한국 투자도 2억6000만 달러로 외국인투자액(2015년 209억 달러)의 1.2% 수준에 그친다.

또한 리스본 조약에 따라 영국이 실제 EU를 탈퇴하는 시점은 2년 이후로,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크지 않을 것으로 산업부는 분석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2년 이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유예기간 안에 영국과 EU가 한국 등 다른 국가들과 무역협정을 다시 맺어 경제관계를 안정적으로 재정립하는 게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이날 브렉시트 관련 논평을 내며 "브렉시트가 결정되더라도 2년의 유예기간 동안 한국과 유럽연합의 자유무역협정(FTA) 특혜관세가 그대로 적용된다"며 "이후는 영국 정부가 자체적으로 설정하는 실행세율을 적용받기 때문에 우리 수출의 가격 경쟁력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논평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도 영국 수출 시 적용되던 특혜 관세가 2년 후에 사라지고 영국에 수출하는 우리 주요 수출제품들도 관세를 부과받게 돼 우리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뜩이나 부진한 수출이 브봄쳤?충격으로 주춤해지고 기업과 가계 등 경제주체의 심리까지 얼어붙으면 경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영국 재무부 등 주요 경제 기관들은 브렉시트로 인해 EU 잔류 대비 경제 성장이 단기적으로 1.3~3.3%포인트, 중장기적으로 0.1~7.5%포인트 후퇴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무역협회는 "세계적인 저성장 기조와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는 가운데 영국이 EU 탈퇴를 결정해 세계무역 회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된다"며 "유럽과 세계 경제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고 밝혔다.

류승민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브렉시트에 따라 다른 EU 국가에서도 추가적인 도미노엑시트(Exit)이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며 "앞으로 유럽 진출을 고려하는 우리 수출기업들은 브렉시트의 동향과 각 국가로 파급되는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부는 외환 등 국제금융시장 불확실성에 따른 간접적 영향이 우려됨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EU를 둘러싼 경제 환경의 변화와 세계 경기 및 교역량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3%대 성장''이라는 목표도 사실상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당정간담회에서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전망치(3.1%)보다 0.3%포인트 낮춘 2.8%로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브렉시트 가결 가능성이 커지면서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직전의 발표를 번복했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 일본과 유럽 모두 성장률과 관련해 낮은 수준에서 기대치가 형성돼 있다"며 "이들 지역이 우리나라 수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 수준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유은정 기자 viayou@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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