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에 신탁업 확대…지방은행 신탁자산 쑥쑥

순이자마진(NIM) 악화되면서 비이자수익에 '전력'
1분기말 22조, 5년 새 151% 성장…퇴직연금이 한 몫

 

시중은행에 이어 지방은행의 신탁자산 시장도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벌써 22조를 넘어서 최근 5년 사이 1.5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예금이 제로금리에 육박하면서 예금금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난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 지방은행의 경우 기업 단위로 계약을 맺는 퇴직연금 규모가 늘어나 전체 신탁자산도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말 현재 지방은행 신탁자산은 총 22조7837억23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1년 1분기말 8조9642억4600만원에서 5년만에 151.2% 증가한 것이다.

시중은행 신탁자산도 2011년 1분기 말 129조7391억8200만원에서 올 1분기 말 185조4169억1300만원으로 5년 새 42.9% 증가했다. 

특히 지방은행의 최근 1년 증가율이 20%에 달한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예금 금리에 비해 높은 수익을 내면서도 원금이 보장되는 신탁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또 “퇴직연금이 신탁자산으로 잡히다 보니 일정 부분 신탁자산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퇴직연금은 사용자인 기업이 매월 일정액의 연금을 특정 금융기관에 맡긴 뒤 운영성과를 토대로 퇴직 후 연금형태로 받는 제도다. 지방은행의 경우 퇴직연금이 특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소비자들의 취향에 부응하는 한편 저금리에 대처하기 위한 방편으로 지방은행들도 비이자수익 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올해 1분기말 지방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2.2%로 전년동기대비 0.05%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5년간으로는 0.91%포인트나 낮아졌다. NIM 하락은 곧 이자수익 감소로 연결된다.

때문에 줄어든 이자수익을 벌충하기 위해 지방은행들은 최근 신탁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부산은행은 최근 신탁부를 신탁사업부로 개편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다른 사업을 찾다보니 신탁 관련 사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직?개편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융기관이 고객으로부터 예탁 받은 자금을 고객이 지정한 운용방법·조건에 따라 운용한 후  수익을 배당하는 신탁인 특정금전신탁 위주로 판매해 회사채나 전자단기사채 쪽에 투자를 하고 있다”며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데다 금리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어 일반적인 은행 정기예금 보다는 신탁 상품이 수익이 더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전북은행의 경우 500만원 이상이면 신탁상품 신규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며 "수시로 입출금 가능한 상품이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가진 소비자들이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예금 상품 대신 환매조건부채권(RP) 등에 투자하는 신탁상품을 많이 찾는다"고 설명했다.

신탁업 확대를 위해 지방은행들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13일에는 키움투자자산운용과 쿼터백투자자문이 합작한 업계 최초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공모펀드가 꾸준한 수익률을 나타내면서 판매사가 지방은행으로까지 확대됐다.

현재 광주은행, 부산은행, 대구은행 등이 로보어드바이저 기반 공모펀드를 판매 중이다. 지난 4월 18일 출시된 이 상품은 쿼터백투자자문과의 업무제휴를 통해 국내외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하는 글로벌 자산배분펀드다. 해외에 상장된 ETF 중 최적화된 15개 내외로 분산투자해 연 평균 4~7% 수준의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 

이정화 기자 jh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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